6개 팀 중 4개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WKBL. 지난 25일 정규리그가 마감되며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친 팀은 하나외환과 KDB생명이다. 부천 하나외환과 구리 KDB생명은 각각 5,6위를 기록하며 4강 진출에 실패하고 올 시즌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똑같이 4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동병상련을 겪은 양 팀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올 시즌에 대한 표정은 사뭇 다르다.
꼴찌 후보에서 마지막까지 4강 다툼 보여준 하나외환
4위 KB스타즈와 14승 21패로 동률의 성적을 올리고도 맞대결 성적에서 밀려 4강에 오르지 못한 하나외환에게, 올 시즌은 아쉬운 결과와는 달리 어느 정도의 수확이 있었던 시즌이었다. 선수 면면의 구성에서는 그렇게 떨어지는 팀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하나외환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전신이었던 신세계가 일방적인 해체를 결정하며 공중분해의 위기에 처했다.
결국 여름기간 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실시할 시간이 부족했던 선수들은 하나금융그룹의 농구단 창단과 인수로 새 보금자리를 찾았지만, 안정적인 준비와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올 시즌 최하위 후보로 지목됐다. 게다가 지난해에도 16승 24패로 4강에 실패했던 터라, 경기 수가 줄어든 올 시즌의 하나외환은 순위 자체 보다도 '10승은 거둘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나외환의 이러한 처지는 시즌 시작과 동시에 현실이 됐다. 개막 이후 내리 3연패를 달린 하나외환은 삼성생명에게 승리를 거두며 한숨을 돌렸지만, 다시 4연패를 당하며 암울한 시즌을 예고했다. 그러나 차츰 전력을 가다듬기 시작한 하나외환은 시즌이 지나며 승수쌓기에 나섰다.
여기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양강체제가 구축되며 4강 다툼을 벌이는 팀들의 승률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것도 하나외환에게는 호재였다. 초반의 부진을 딛고 4강 진출의 희망이 보였던 것이다.
3라운드까지 매번 1승 4패의 악순환을 이어가던 하나외환은 4라운드에서 첫 연승을 거두는 등, 3승 2패를 기록했다. 분전의 분전을 거듭한 하나외환은 끝내 4강 진출을 이루어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7라운드를 3연승으로 마감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우승후보 KDB생명, 단독꼴찌의 충격
반면 KDB생명의 처지는 처참했다. 올 시즌 신한은행의 통합 7연패를 저지할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KDB생명은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에게 덜미를 잡혔다. 올 시즌 WKBL을 덮친 우리은행 발 돌풍의 최초 희생양이었음에도 1승 2패 이후,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을 연파하며 3연승을 내달려 제 궤도에 오르는 듯 싶었던 KDB생명의 신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3연승 뒤 내리 4연패를 당한 KDB생명은 신한은행을 잡고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여세를 몰아가지 못하고 11월 25일 하나외환과의 경기부터 12월 10일 우리은행과의 경기까지 7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12월 30일부터 펼쳐진 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외환-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는 4경기를 연속으로 3점차로 내주며 패배 데자뷰의 오명을 쓰기도 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통해 신한은행으로부터 강영숙과 이연화라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수혈받아 후반기 판도 변화의 핵이 되리라 예상됐지만 끝내 반전 드라마는 펼쳐보이지 못했고, 최하위의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KDB의 3연승은 시즌 초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올 시즌은 KDB생명이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5할 승률에 실패한 시즌이었으며, 첫 4강 탈락이자, 처음으로 꼴찌를 경험한 시즌이 됐다.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며 어려운 시즌을 보내기는 했지만 우승후보로 주목받았던 KDB생명이 35경기에서 4할의 승률도 거두지 못한 것은 분명 충격이었다. 우승은 커녕 4강 경쟁에서도 밀렸고, 자존심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던 마지막 탈꼴찌 싸움에서도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엇갈린 회장님의 직관승률
이러한 하나외환과 KDB생명의 명암은 양 구단의 지주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정태 회장과 강만수 회장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하나외환은 시즌 첫 홈 경기였던 지난 11월 11일 경기에서 처음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던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4연패를 끊고 값진 1승을 올리는 선물을 했다. 특히나 이날은 하나금융그룹이 '하나데이'라고 명명하고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는 날이라 승리의 의미가 더 컸다.
여자농구단 인수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던 김정태 회장에게는 선수들의 이러한 승리 선물이 더욱 값졌을 것이다. 게다가 하나외환 선수들은 김정태 회장이 경기장을 찾은 경기에서 단 1패만을 기록했다. 하나외환의 올 시즌 승률이 정확히 4할임을 감안할 때, 선수들이 회장님 앞에서 특별히 힘을 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김정태 회장은 이러한 선수들의 성적에 보답이라도 하듯 "회장님이 오시면 이길 것 같다"고 한 주장 진신혜의 말을 듣고, 이례적으로 지난 12월 13일, 용인 원정경기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비록 개인 일정상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그룹사 회장이 이례적으로 원정경기까지 동참했던 이날 경기에서 하나외환은 올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다.
반면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에게는 아쉬움이 더욱 짙었던 한 해였다. KDB금융그룹은 올 시즌 WKBL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며, 더욱 시즌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가졌다. 한국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여자감독을 선임하며 변화를 줬고, 신한은행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팀이라는 주변의 평가와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강만수 회장은 올 시즌 공식 개막전이자 팀의 홈 개막전이었던 지난 10월 12일, 구리체육관을 직접 찾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KDB생명은 초반부터 우리은행에 리드를 내준 끝에 개막전 파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시즌 내내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KDB생명은 강만수 회장이 경기장을 찾았던 날에도 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평소 농구단과 선수들에게 깊은 애정을 보였다는 강 회장으로서는 경기장을 찾기도 머쓱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시즌 내내 부진했던 KDB생명은 경산에서 벌어진 컵 대회에서 반전을 꿈꿨지만, 삼성생명에게 대 역전패를 당하며, 결승전을 직접 관람할 예정이었던 강만수 회장에게 아쉬움만을 남겼다. 강만수 회장은 KDB생명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던 지난 23일 경기에도 경기장을 찾아 한 시즌을 소화한 선수들과 선수단을 격려했다. 그러나 경기는 72-90의 대패. 결국 강만수 회장은 올 시즌 경기장에서 KDB생명의 승리를 단 한 경기도 관전하지 못했다.
똑같이 4강 탈락의 동병상련을 겪었지만 적어도 '회장필승'의 기치에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이 활짝 웃을 수 있었다면, '회장필패'의 안타까움을 더한 KDB금융그룹의 강만수 회장은 2012-13 시즌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 : WKBL
문호저널21 / 2013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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