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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의 FA 해프닝, 선수의 단순한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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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밤, 여자농구연맹(WKBL)은 2013년 WKBL 1차 자유계약선수(FA) 협상 결과를 통해,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까지 깜짝 놀랄 내용을 발표했다.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김단비가 원 소속 구단인 신한은행과의 협상이 결렬되어, 타 구단과의 2차 협상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명신여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7년 신한은행에 입단한 김단비는 신한은행의 주득점원이며, 국가대표에서도 주전 포워드로 활약하는 WKBL의 대표적 스타플레이어다. 비록 지난 시즌, 부상에 신음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남자 선수를 방불케하는 저돌적인 드라이브인은 물론 공수에서 탁월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김단비의 FA 협상 결렬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게다가 1990년 생으로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향후 10년까지도 팀의 에이스 자리를 지켜줄 수 있는 김단비가 2차 협상에 나온다면, WKBL 구도에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보상선수 문제가 걸리기는 하지만, 김단비가 시장에 나올 경우, 나머지 5개 구단들은 기존의 선수들의 계약을 조절해서라도 셀러리캡을 맞춰, 김단비 영입에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김단비는 신한은행이 연봉 상한선을 제시해서라도 잡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던 만큼, 2차 협상 대상에 나올 대어급 선수들을 기다리던 다른 팀들에게 김단비의 등장은 오히려 혼란이기도 했다.

통합 7연패를 놓치고 와신상담하고 있는 신한은행이 김단비와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부분이 의아스럽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는 분명 다음 시즌 WKBL의 큰 변화를 예상케 하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하루도 되지 않아 뒤바뀌게 됐다. 김단비는 WKBL 연봉 상한선인 3억 원에 3년간 계약한 것으로 16일 확정됐다.

최고의 FA 후폭풍은 그저 해프닝으로...


김단비는 함께 2차 협상 대상자로 발표된 김보미(KDB생명), 박세미(KB스타즈), 이유진(삼성생명)과는 달리 신한은행과 함께 WKBL 재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신한은행이 1차 협상 마감 시간이었던 15일 오후 5시까지 계약 여부를 WKBL에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과 관련된 서류가 마감 시한까지 들어오지 않아 WKBL은 15일, 협상 결렬로 결정을 내리고, FA 규정 위반으로 이들을 재정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이튿날 오전 진행된 재정위원회에서는 김단비와 신한은행의 계약 확정이 발표됐다. 김단비가 협상마감시간을 알지 못해 계약이 협상 시한을 23분 넘긴 5시 23분에 이루어졌고, 15일 WKBL 신선우 전무가 안산으로 직접 가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결국 16일 열린 재정위원회에서는 '단순한 착오'로 인해 '선수계약서를 지연 제출'했다는 이유로 신한은행과 김단비에게 견책이라는 경징계가 내려졌고, WKBL은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단과 선수 규정 교육을 강화하고, 6개 구단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결국, 김단비의 1차 FA 협상 결렬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그러나 김단비의 이번 FA계약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점을 남겼다. 단순히 김단비 개인과 소속 구단인 신한은행 간의 문제 뿐 아니라, WKBL의 규정 및 행정능력에 관한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WKBL의 FA제도 ··· 잘 하면 다른 팀 못 갑니다!


프로 스포츠는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꽃피웠고, 자본주의는 구성원 개개인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는 선수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 입성하며 특정 구단과 자유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드레프트에 의한 지명으로 팀에 간택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선수들은 FA자격을 취득하면서 비로서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더 나은 처우와 조건 등을 따져서 자신의 원하는 팀으로 이적을 하던가, 아니면 정들었던 원 소속 구단에 남는 것을 선수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여자 프로농구에서는 FA조차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행 WKBL FA 규정에 의하면 원 소속 구단이 샐러리캡(12억 원)의 25%인 3억 원을 연봉으로 제시할 경우, 선수는 다른 구단과의 협상에 나서지 못한다. 곧, 실력이 뛰어난 팀의 핵심 전력일수록, FA가 된다해도 이적 가능성이 구단에 의해 원천봉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단비는 이번에 FA자격을 획득한 선수들 중 유일하게 연봉 상한선인 3억 원을 제시받았다. 무조건 잔류 외에는 길이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전산이라도 해킹당했나?


FA 규정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한은행의 행정 처리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김단비가 협상 마감시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해프닝의 전부라고 해도 신한은행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1차 FA 협상은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무려 보름 동안의 여유를 두고 진행됐다. 15일의 시간동안 신한은행과 김단비가 몇 차례의 협상 테이블을 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 촉박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김단비 외에 하은주, 조은주, 선수민과도 FA 계약을 확정지었다. 유독 김단비에 대해서만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타당한 이유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알려진대로 김단비의 단순한 실수였는지, 아니면 신한은행의 전산라인이 또 다시 해킹을 당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신한은행이 15일 오후 5시까지 계약 여부와 이에 부합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것은 명확하다. 정말 김단비의 실수라 하더라도, 제 시간까지 계약을 확정짓지 못한 것은 신한은행 측의 과실이다.

정확성과 신용, 신뢰를 최우선으로하며, '계약' 업무가 주요 업무의 중심인 금융그룹에서 운영하는 스포츠단이 내놓은 해명치고는 너무나 궁색하고 초라한 변명이다.

스스로 만든 규정을 무력화 시킨 WKBL과 재정위원회


이러한 문제에 대해 WKBL의 대처 역시 상식적이지 못했다. '김단비가 타구단과의 2차 협상에 나선다'고 협상결과를 발표해놓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뒤바뀌고 말았다.

신한은행과 김단비의 계약이 오후 5시 23분에 이루어졌다면 계약 마감시간을 넘겨서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WKBL 측은 협상 마감시한을 넘기면 계약을 무효화 한다는 조항이 FA규정에 없다며 이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FA 계약 마감 시한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1차 FA계약 마감 시간이었던 '15일 오후 5시'라는 시간은 그저 서류를 취합하기 위한 통보시간에 불과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는 WKBL의 농구 규칙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4쿼터 40분 내에 골을 넣어야만 득점인정'이라고만 명시가 되어있고, '그 이후에 들어간 득점은 무효'라고 명시가 되어 있지 않다면, 위의 논리에 적용해 볼 때 이 후에 들어간 득점도 '무효'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자농구 주요 구단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부지방에 모여있던 것도 WKBL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프로축구처럼 제주나 전남 광양, 경남 창원 등, 서울에서 먼 거리에 구단이 연고해 있었다면, 당일날 WKBL 전무가 직접 구단까지 찾아가서 확인하는 친절한 서비스는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또한, 이 모든 내용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선수 계약과 관련된 중대한 사한을 위반한 것에 대해 재정위원회까지 열어, '견책'이라는 명목상의 경징계를 내린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가의 법 집행에 있어서도 동일 사안에 대한 '전례'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특히 첫 번째 사례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향후 발생하게 되는 비슷한 문제의 기준이 된다.

WKBL은 FA 계약과 관련하여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한 사안에 대해 '견책'이라는 유명무실한 처벌을 꺼내들었다. 말 그대로 그냥 반성하면 되는 부분이다.

향후 구단 및 선수 규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결국 앞으로 FA 계약과 관련된 규정 준수에 관한 부분은 구단들의 매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양심' 하나만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번 김단비의 계약건과 관련하여 WKBL이 '1차 FA 계약 마감 시한'이라는 자신들의 규정을 알아서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전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문화저널21 / 2013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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