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했다. 홍명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언제나 대한민국 국민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왜?”라는 질문에는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지만, 막연하게 생각해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선수 시절부터 전 국민적인 성원과 사랑을 받아왔던 ‘리베로’ 이자 대한민국 대표팀의 ‘캡틴’ 홍명보는 여전히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상징이며, 많은 이들과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카리스마’라는 단어로 압축되었던 대표팀 주장의 아우라가 전 국민에게 여전히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러한 ‘카리스마’에 대해 홍명보와 가까운 지인들은 조금 다른 말을 한다. 홍명보는 ‘완전무결하고 바늘조차 들어갈 것 같지 않은 냉정한 카리스마’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말끔한 수트가 잘 어울리는 홍명보는 재즈 음악이 흐르는 바에서 기울이는 양주나 와인보다는 지인들과 모여 마시는 맥주를 좋아하는, 소위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23세 이하의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나서며 어린 후배들에게 ‘감독’이라는 말과 함께 ‘대장’이라는 말을 듣고,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줬던 모습이 ‘카리스마’로 대변되었던 선수시절의 모습보다 더욱 ‘인간’ 홍명보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한 홍명보의 지도력은 올 한해, 새롭게 나타난 리더십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무엇이 홍명보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가?
유니폼을 벗은 후에도 스포츠 브랜드로부터 지속적인 후원을 받는 선수는 흔치 않다. 홍명보는 그 흔치 않은 이들 중 한 명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푸마는 지난 2003년 홍명보를 후원하기 시작해 현재는 홍명보 축구교실과 장학재단 등을 모두 후원하고 있다. 선수 뿐 아니라 지도자나 행정가 쪽으로도 지원을 하면서 브랜드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로 홍명보를 가장 적합하게 생각했다는 것이 푸마 측의 의견이다. 그리고 푸마가 그러한 결정을 한 것은 홍명보의 선수시절 활약 때문이 아니었다.
푸마의 서창경 퍼포먼스 마케팅팀 차장은 푸마가 홍명보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이미지는 물론 홍명보의 말과 행동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2003년부터 홍명보를 후원해 온 푸마는 선수시절 은퇴 이후 자신의 진로와 비전을 말하는 홍명보의 계획과 신중한 언행 및 태도 등에 가장 큰 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또한, LA갤럭시 시절 스폰서와 선수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은 홍명보가 스폰서에 대해 보여주는 예우 역시 국내의 여느 선수들과는 다르다고 한다. 실예로 푸마는 홍명보가 행사 등으로 외부에 노출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운동복과 신발을 일부러 푸마로 갖추고 나가며, 푸마의 행사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에는 운동복보다는 정장을 입을 경우가 많으니 푸마의 상징인 ‘캣 마크’를 배지나 커프스링크로 주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착용을 하겠다고 먼저 제안하는 등, 스포츠마케팅 측면에서 여타의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푸마 측은 홍명보와의 후원 계약에 대해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믿음과 신뢰로 계속 함께하는 관계”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푸마는 홍명보 뿐만 아니라 홍명보 축구교실과 장학재단까지 후원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홍명보 역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즈음하여 여타의 브랜드에서 파격적인 조건의 제안이 들어왔지만 거절하고 푸마와 계약을 이어갔다. “LA로 떠나며 아무도 나한테 신경을 쓰지 않을 때 도와줬던 곳이 푸마”라며 홍명보 역시도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계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은 스포츠 마케팅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주체들의 의식을 가장 많이 지적한다. 이는 선수의 에이전트는 물론, 선수가 소속된 구단, 그리고 스폰서가 되는 기업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러한 부분에 접근하는 홍명보의 태도는 그래서 스포츠 마케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나눔을 통한 재능의 사회 환원, 기부 문화 정착에 앞장서는 홍명보
이러한 홍명보가 원칙을 갖고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선과 나눔 활동이다. 연말마다 사회 소외계층을 찾아 일손을 돕고, 성금을 전달하는 공인들과 유명인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홍명보는 선수시절이던 지난 2001년부터 장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수여하기 시작했으며, 매년 장학생을 선발하여 가정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미래의 축구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는 유소년 축구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를 실시해 3년간 브라질의 산토스 팀으로 유망주를 유학 보냈고, 2010년 12월부터는 스페인의 아틀레틱 빌바오로 유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Korea Shield Project를 통해 가능성 있는 수비수 발굴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대한축구협회는 물론 홍명보를 후원하는 푸마와 각종 기업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홍명보였기 때문에 주변에서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위치에 있었던 홍명보가 이렇게 움직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큰 의미가 있다.” 라고 말이다.
매년 연말 홍명보는 자신의 장학재단에서 주최하는 자선경기를 개최한다. 지난 2003년 처음 시작된 자선경기는 국내외의 유명 축구선수들이 참여하여 정기적으로 개최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선 스포츠 이벤트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인 경남 FC의 김병지는 “이제는 이 자선경기를 마쳐야 ‘올 한해를 다 뛰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뿐 만 아니라 후배 축구 선수들도 자선경기에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이고 행복인지를 분명히 느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홍명보장학재단의 자선경기는 지난 9년 동안 15억 7천만 원을 모금하였고, 이 수익금으로 소아암 어린이들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도왔다. 축구선수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마련된 수익금으로 소외된 사회계층에 온정을 베푸는 뜻 깊은 행사로 자리 잡은 자선경기에 대해 홍명보장학재단은 “더욱 더 많은 아이들의 꿈을 위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홍명보장학재단의 자선경기는 올해에도 개최된다. 12월 1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되는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2’는 K리그 올스타와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은 물론 초청선수들이 함께하는 경기로 진행되며, 특별히 10주년을 맞아 주최 측에서는 더욱 많은 볼거리를 준비할 예정이다.
지난해 자선경기에 참석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축구 국가대표였던 홍명보 선수가 이제는 자랑스러운 나눔의 국가대표”라고 소개한 바 있다. 축구인이고, 축구를 떠날 수 없는 뿌리를 갖고 있지만, 넓게 뻗은 가지를 통해 자신이 선수시절 받았던 사랑과 성원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홍명보는 그래서 여전히 국민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팬들의 사랑과 성원 속에 존재하는 스포츠 스타는 많지만 존경받는 스포츠 스타는 흔치 않다.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도 그러한 인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홍명보’라는 인물을 통해 존경받는 체육인의 표상을 당당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에서 지도자로, 그리고 사회에 귀감이 되는 삶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홍명보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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