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프로농구 재정위원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프로농구연맹(KBL)은 재정위원회를 개최했다. 29일 창원에서 벌어진 창원 LG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경기에서 윤호영 심판이 판정에 항의하는 김태술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이 이유가 됐다.
KBL, "심판이 욕한 증거, 아무리 찾아도 없네..."
KBL을 발빠르게 일요일인 30일에 해당 사안에 대한 재정위원회를 개최했고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심판에 대한 징계를 보류했다. KBL은 해당 상황에 대한 경기 영상과 서면자료, 그리고 관계자 진술등을 검토한 결과 심판이 선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KGC인삼공사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KGC인삼공사 측은 욕설을 들은 선수는 물론, 코치 및 경기 관계자가 다수 내용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불충분'을 주장하는 KBL 재정위원회의 결론이 불합리 하다며, 해당 사안에 대한 재조사와 심판 설명회를 요청했다.
KGC인삼공사 측은 KBL의 결정에 의한다면 욕설을 들은 대상자인 김태술은 물론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던 이상범 감독과 양희종, 이정현 등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라며, 사안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리그의 명예를 훼손 시킨 쪽이 어디인지 반드시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농구계에서 심판 욕설과 관련하여 파문이 발생하고 재정위원회가 개최된 이번 KBL건이 처음이 아니다.
WKBL, 욕설보다 더 문제는 외부에 발설하는 것(?)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서도 역시 지난달 말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 23일, 안산에서 벌어진 WKBL 경기가 끝난 후 김혁태 부심이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에게 욕설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임달식 감독은 이날 2쿼터가 끝나기도 전에 외국인선수인 캐서린에게 4개의 파울을 지적한 심판의 판정에 대해 묻기 위해 해당 부심을 경기가 끝난 후 불렀는데 부심이 갑자기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WKBL 역시 이 문제에 빠르게 대처했다. 사건 발생 하루만인 24일 오전, 재정위원회를 소집한 WKBL은 임달식 감독에게 100만원의 벌금과 한 경기 출장 정치 처분을 내렸다. '심판, 경기기록원 등에 대한 공개적 비난 행위를 하는 자는 1,000,000원 이하의 반칙금을 부과한다'는 대회운영요력 제37조 (반칙금) 규정에 의해 가장 강력한 반칙금인 1백만 원을 부과한 것이다.
김혁태 부심은 견책과 1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그러나 WKBL 재정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논란의 결정이다.
당시 김 부심이 경기가 끝난 후 임달식 감독에게 욕설을 수 차례 내 뱉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심지어 김 부심은 임 감독이 자신에게 욕설을 한게 맞냐고 따지자, 휘슬을 집어던지며 "관두면 될 것 아니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심판도 사람, 그러나 능력의 문제가 아닌 기본의 문제는 간과할 수 없어...
심판도 사람이기에 상황에 따라 흥분을 하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심판이 선수나 지도자에게 욕설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판은 경기에게 가장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며,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판관의 역할을 맡고 있다. 때문에 심판은 선수는 물론 벤치의 코칭스태프에게도 파울을 줄 수 있고,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퇴장을 명령할 수도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 측이 극렬하게 대립한다고 해서 판사가 욕설을 하고 난동을 피우는 일은 없다. 심판이 휘슬을 집어던지며 격한 언어를 쏟아내는 것은 판사가 법정에서 재판봉을 집어던지는 난동과 다를 바가 없다.
설혹 임달식 감독이 먼저 정도를 지나친 행위를 했다면 그 자리에서 심판답게 주의를 주고 연맹에 회부하여 정상적인 징계를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심판의 모습은 정도를 심하게 벗어났다. 이는 경기를 진행하는 운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를 올바르게 이끌고 판단해야 하는 심판의 기본적인 양식과 도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WKBL 재정위원회는 임달식 감독에게 '공개적 비난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고, 김 부심에게는 견책과 1경기 출장정지라는 경징계 중의 경징계를 내렸다.
결론적으로 경기장에서 발생한 심판의 욕설 논쟁에 대해서는 특별한 징계조치가 진행되지 않았고, 다만 그 사안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임 감독에게도 언론에 그 사실을 재차 환기시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이다.
신한은행 측은 해당 징계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이러한 건으로 연맹측과 힘겨루기를 해봐야 구단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임달식 감독과 언쟁을 벌인 김혁태 부심은 지난 시즌 임 감독에게 한 경기 두차례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하며 퇴장을 시켰던 전력이 있다.
WKBL에서 심판의 욕설파문이 발생한지 1주일만에 남자농구에서도 같은 불상사가 벌어졌다. 그리고 KBL역시 WKBL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치렀던 창원 LG 선수들 중에서도 욕설을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KBL은 증거불충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KBL과 WKBL 모두 상식선에서의 결론을 내려지는 못하고 심판만 보호하는 제 식구 감싸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정정당당 행보의 총재들, 그런데 연맹은 왜...
한 총재는 부임 초기부터 KBL에 직접 컬럼을 쓸 만큼 농구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고, 자주 경기장을 찾으며, 이름만 내걸고 특별한 활동을 보이지 않는 정치권 단체장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최경환 WKBL 총재 역시 마찬가지다. 신세계 해체 등으로 어수선했던 WKBL의 총재로 취임하며 하나금융그룹의 농구단 인수를 이루어냈고, 경기장에 자신은 물론 딸과 함께 직접 찾아 기록지를 보며 함께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 총재와 최 총재는 모두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의 측근들이다. 대표적 친박계인 두 총재는 대선이 끝난 후 공신으로서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임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 최측근으로 불리는 최경환 총재는 이미 백의종군을 강조했고, 한선교 총재 역시 이미 대선 전부터 친박계는 지역구로 내려가야 한다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하며, 이들 두 총재가 농구계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과 원칙에 입각하겠다는 두 총재의 정치적 행보와는 달리 KBL과 WKBL의 재정위원회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결론을 집어들었다.
심판의 권위가 떨어지고 불신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KBL과 WKBL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잘못을 덮고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심판과 연맹, 나아가 리그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팬들의 등을 떠미는 일임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가 결국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하기위해 발빠르게 소집된 재정위원회 조차도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난이 일고있다. WKBL 재정위원회는 임달식 감독과 김혁태 심판의 주장이 서로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당사자를 직접 출석시키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KBL 역시 마찬가지다. 윤호영 심판은 자신이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명한 '솔로몬의 판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상식적인 판결'을 기대하는 것이다.
WKBL의 결정은 이미 나버렸고, 해당 징계도 이미 실시된 상태다. 반면 KBL의 결정은 KGC인삼공사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다시 한 번 치열한 심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목을 막론하고 '정정당당'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에서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공정하고 상식적인 결론이 얼마나 정의롭게 구현되는 지 농구팬들의 눈은 KBL의 결정을 주시할 것이다.
사진 : KBL / 윤희곤 / 뉴시스
문화저널21 / 2013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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