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여자농구에서 하나외환의 성적이 부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이상할 것이 없다. 성적이 좋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상황이다. 하나외환은 신세계가 해체되며 팀을 인수하여 올 시즌 새롭게 창단했다.
그러나 해체와 인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인수구단을 충분히 물색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며 신세계는 시즌 종료 후 돌연 구단 해체를 선언했다. 과거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 농구단이 경영난으로 농구단을 접게될 때 인수 구단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며 운영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경영난과도 거리가 멀었던 신세계그룹은 팀 해체를 선언하며 선수들의 경우 원한다면 그룹 내 다른 부서로 옮겨주겠다는 것을 대안이라고 꺼내들었다. 평생 농구만 해온 선수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그런 가운데 선수들은 무적상태로, 혹시라도 나타날지 모르는 새로운 인수기업을 기다리며 스스로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즌 준비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하나외환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지난 시즌 득점왕 김정은은 "붕 떠 있는 것 같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말했다. 희망을 갖고 시즌을 준비하고 훈련을 하기는 했지만, 팀이 공중분해된 채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는 소문 등으로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
다행히 하나외환이 신세계를 인수하고 새로운 6번째 구단으로 창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시즌을 앞두고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 5위를 차지했던 이들은 특별한 선수보강도 없었다. 여기에 팀의 맏언니인 김지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주전 포인트가드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최장신 센터인 강지우도 부상으로 빠졌다. 성적이 나오는게 신기한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의 하나외환이 지난 29일,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농구 1라운드 경기에서 홈 팀인 삼성생명에 61-52로 승리를 거뒀다. 하나외환의 역사적인 첫 승이었다. 그런데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조동기 감독과 25득점을 쓸어담으며 팀 승리를 견인한 김정은의 첫 마디는 "구단에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첫 승 소감 "미안하다, 감사하다"
우선 조동기 감독은 시즌 준비가 제대로 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사실이지만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악조건에 있었고, 그로 인한 문제가 시즌에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므로 못해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인수해 준 하나외환 입장에서도 계속 지기만 하는 팀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성적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도 같은 생각이었다.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서 팀을 인수하고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를 준 분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세계가 해체를 선언한 후 하나외환의 인수가 결정되기까지 몇 개월간 너무나 힘든 생활을 했고,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그것은 선수들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력적으로 다른 팀에 모자라는 것이 있다면 강한 결속력을 보여서라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안함에 이어서는 고마움이었다. 이 역시 조동기 감독과 김정은은 입을 맞춘 듯 같은 말을 했다. 조 감독과 김정은은 하나외환 측이 보여주고 있는 관심과 열정에 큰 고마움을 나타냈다.
29일 경기에서 승리한 후 조 감독은 원정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최흥식 구단주를 비롯한 임원들이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며, 늦었지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 했다. 개인적으로 감독 데뷔 첫 승이었지만, 그러한 감회보다는 구단에 대한 감사가 먼저였다.
김정은은 "전에는 이러한 관심과 응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말로 간단 명료하게 정리했다. 구단 인수라는 어려운 결정도 고맙지만, 팀의 승패여부와 관계없이 원정경기까지 찾아 많은 함성과 응원으로 독려해주는 구단에 너무 감사한다는 것이 김정은의 시즌 첫 승 소감이었다.
용인에서의 원정 경기였지만 많은 응원속에 홈 경기를 뛰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한 김정은은 준비가 부족했고, 전력에서 열세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지원 속에서는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다짐을 했다. 이제 3연패를 끊고 어렵게 첫 승을 신고했지만, 김정은은 이날 승리에 대해 "우리에게는 역사적인 승리"라고 밝혔다.
어렵게 1승을 올린 하나외환의 다음 상대는 하필 '최강' 신한은행이다. 많은 팀들이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는 시즌 초반이지만 신한은행은 흔들림없이 4연승을 구가하며 '최강의 자격'을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하나외환은 신한은행과의 원정 경기를 2연전으로 치른다.
주전 포인트가드와 장신 센터가 결장하는 하나외환은 국가대표 리딩 가드 최윤아와 여자농구의 '끝판왕' 하은주를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동기 감독은 그런 까닭에 첫 승을 거두고도 "산 넘어 산" 이라며 어려운 일정에 대한 부담을 내비쳤다.
내쳐질 수 있는 절망의 바닥을 찍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도약하고 있는 하나외환 선수들이 여전히 '난공불락'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신한은행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오는 31일과 2일 펼쳐지는 연속 경기에 아마 하나외환의 열성적인 원정 응원단은 분명히 함께 자리를 할 것이다. 새롭게 도약하는 하나외환 선수들의 활약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여자농구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 WKBL
문화저널21 / 2012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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