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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커피 브랜드의 자존심 - ‘카페 루이스’의 플리니오 안토니오 루이스(Plinio Antonio Ruiz Araúz)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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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제공항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파나마의 다빗에서 40분을 달리면 위치하고 있는 보케떼 (boquete) 는 지대가 높은 도시가 나온다. 은퇴 후 경제적 중산층이 살기 좋은 곳으로 U.S. news가 선정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곳에는 파나마의 고급 커피 브랜드인 카페 루이스 (cafe ruiz)가 위치하고 있다. 가업으로 4대째 카페 루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플리니오 안토니오 루이스(Plinio Antonio Ruiz Araúz) 사장을 만나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인터뷰는 카페 루이스의 공장과 농장을 견학한 후, 보케떼에 위치한 그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사실 파나마도 생소한 우리에게 보케떼라는 지명은 물론 카페 루이스라는 브랜드도 익숙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케떼를 원산지로 하는 커피는 이미 1918년부터 세계 커피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중 에스메랄다, 카페 루이스로 대표되는 게이샤 커피는 보케떼가 세계 최고의 품질과 위상을 자랑하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 커피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원두의 품질을 감정하는 커퍼들 사이에서 보케떼 커피는 이미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1880년대에 코스타리카에서 한주먹의 커피 씨앗을 들여와 보케떼에 커피를 수확하기 시작한 카페 루이스는 파나마에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진 1980년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현재는 가족들이 커피 생산과 회사 경영, 회계까지 분담하며 가업으로 기반을 굳혔다.

“19살이던 때에 카페 루이스를 회사로 정례화 할 때 아버지께서 회계사의 추천으로 아들인 나를 회사에 참여 시키셨습니다. 당시에는 무척 큰 돈이었던 주급 32$를 받으면서 일하게 되었죠. 원래 희망은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었지만요.”

커피의 원산지를 말할 때 우리는 주로 브라질이나 콜룸비아, 혹은 아프리카의 이디오피아를 떠올리지, 파나마는 왠지 낯설다. 파나마, 그리고 이곳 보케떼의 커피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우선 원두 열매와 향, 커피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신 맛과 스위스 초콜렛과 같은 맛이 보케떼 커피의 특징입니다. 보케떼는 화산지대인데다가 고도가 높고, 기후가 커피 성장에 매우 적합하죠. 때문에 모든 종의 커피가 자랄 수 있어 커피 정원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히 우리 카페 루이스는 가업으로 대를 잇는 사업이라 우리만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경쟁력도 높습니다.”

카페 루이스에서는 베를린이라는 이름의 커피가 가장 고급 품종이었고, 그보다 더 비싼 종으로 역시 게이샤커피를 생산하고 있었다.

 


“1955년 무렵에 중미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이디오피아로부터 여러 품종을 수입했는데, 그때 이디오피아에서 들어온 커피 품종 중에 게이샤 지역에서 들어온 커피가 있었습니다.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과테말라, 니카라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에 먼저 품종이 보급되었지만 발화율이 낮아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커피 생장에 매우 적합한 지역인 보케떼에서도 품종은 수확이 됐지만 처음에는 그 맛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온 젊은 커퍼가 게이샤를 우연히 맛 본 후 놀라움을 표했고, 그 후 각종 커피 경연대회에서 계속 우승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특히 2004년 우승 이후 매년 가격이 폭등하여 455g당 보통 12$면 고급 커피라고 하는데 게이샤 커피는 170$까지 상승했고, 현재는 정말 상류층만 마시는 커피로 인식되게 되었죠.”

게이샤 카피의 특징은 일반 커피에 비해 열대 과일의 향이 강하게 나타나며 입천장에 남는 맛의 여운이 매우 길다고 한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단 맛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품종의 원산지는 결국 이디오피아였지만 커피 발육 조건이 더욱 좋았던 파나마에서 자란 품종이 더 고급 품종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로보스타와 아라비카종으로 커피를 구분하는데 이중 고급종인 아라비카종의 커피만 다룬다는 그에게 얼마 전 원가대비로 너무 비싸지 않냐며 이슈가 되었던 아메리카노의 적정가격에 대해 질문을 해봤다.

그는 자신의 농장에서 생산하는 커피를 기준으로 할 때, 원산지에서 판매한다면 1.5$를 예상하지만, 요즘 커피 체인점들은 기계에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내므로 기계값 때문에 2$정도는 예상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원산지가 아니므로 수입 및 인건비의 문제를 더하면 3.5$ 이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렇다면 적정가격은 3800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최고급 원두 품종을 사용한다는 전제하에서의 가격이다. 그에게 일반 유명 커피 브랜드 점에서 취급하는 원두를 기준으로 말을 해달라고 하자 무척이나 망설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루지 않는 품종으로 가격을 산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가지 말 할 수 있는 건, 원산지인 이 곳에서도 커피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은 원두의 품종과 퀄리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비교적 비싼 커피에 대해 쉽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25센트에서 아무리 비싸봐야 1$가 안되는 커피를 주로 마십니다. 하지만 그런 커피의 경우는 1$를 책정하는 것도 비싸다고 해야 합니다.”

이 질문을 하기 전에 유명 커피 체인점에서 쓰는 원두가 5등급으로 분류하면 어느 정도냐고 물었을 때 그는 3등급 이하라고 대답했다. 몇몇 업체에서는 카페 루이스에서 쓰지 않는 낮은 등급의 커피를 대량으로 매입해간다고 했다. ‘적정가격’의 기준을 섣불리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적인 예측은 가능할 것이다.

중국에서 대량생산 제의가 왔지만 자신들의 제품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이 제안을 거부했다는 루이스 사장은 현재는 원두를 수출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로스팅까지 된 제품을 수출하고 싶다며, 현재의 자신들의 제품 퀄리티를 유지하며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그에게 커피를 즐기는 팁과 조언을 구해봤다.

“커피는 (특히 에스프레소)는 잔을 흔들며 향을 먼저 음미하며 그 향을 맡을 때 입에서 어떤 반응이 느껴지는 가에 따라 얼마나 좋은 커피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배가 고플 때 음식 냄새를 맡으면 입에 군침이 도는 것과 같은 원리죠. 향에서 단 맛이 느껴져야 하고, 처음 한 모금을 맛 봤을 때 혀에 맛과 향이 온전히 남아 있어야 합니다. 만약 향에서 나무 탄 냄새가 난다면 설탕을 첨가해야 하는데, 이런 커피는 꼭 마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또한 커피를 담배와 함께 즐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커피와 담배가 사람에게 주는 효과가 정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꼭 해야 한다면 차라리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커피가 식사 대용으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이 마시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루이스 사장은 자기 자신도 커피를 정말 즐기는 사람이지만 하루 세 잔 이상의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문화저널21 / 201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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