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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계승하는 산실 - 대한체육회 태릉선수촌 박종길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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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동쪽 끝 변방에 자리한 작은 분단국가 대한민국. 하지만 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대단하다. 국토의 면적이나 인구수에서는 보잘 것 없는 규모지만 세계 스포츠 각 부분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최상위에 어울리는 고급 브랜드이다.

 

 2012년. 이제 다시 올림픽의 해가 돌아왔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제전. 전 국민에게 환희와 감동을 선물하는 세계인의 축제를 앞두고 런던 올림픽의 준비를 책임지고 있는 태릉선수촌의 박종길 선수촌장을 만났다. 사격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여러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 시절의 영광을 거쳐 대한체육회의 부위원장이자 선수촌의 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박종길 선수촌장은 런던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자신하며 국민들의 성원을 당부했다.

“사실 상황은 어렵습니다.”

멀리까지 돌아보지도 않는다. 우리에게 어느 분야든지 당장의 목표를 묻는다면 바로 직전의 성과와 비교에서 대답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기에 런던 올림픽의 목표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의 결과의 연장선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박종길 선수촌장은 여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베이징은 거리로 보나 문화권으로 보나 우리 안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런던은 달라요. 기본적으로 9시간의 시차가 있어요. 게다가 야구가 빠졌고, 태권도도 전종목 석권이 쉽지 않을 전망인데다가 역도의 대들보였던 장미란 선수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9월, 미국의 USA투데이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전망하며 우리나라의 예상성적을 금메달 4개 획득으로 19위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의 국기이자 메달밭이라고 하는 태권도와 양궁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획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 순위는 전체 2위로 예상된 중국은 물론 금메달 10개를 따낼 것으로 전망한 일본에도 크게 뒤처지는 순위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예상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바라보는 결과에서 박종길 선수촌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복싱, 레슬링, 체조에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복싱과 레슬링은 우리나라의 효자종목이었지만 투기 종목을 꺼리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침체기를 가졌던 건 사실입니다. 여전히 저변과 여건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좋은 유망주들이 나타났고, 전폭적으로 지원을 아끼고 있어 분명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체조 역시 지난 몇 년간 계속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리라 봅니다. 훈련 시설을 런던과 똑같은 조건으로 만들어서 준비했습니다. 선수들은 물론 지도자들도 자신감이 넘치는 만큼 이번에는 분명 큰일을 낼 겁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박종길 선수촌장은 상황이 어렵고 몇몇 종목에서 예전만큼 성과를 거두기 어렵겠지만, 복싱과 레슬링, 그리고 체조에서 만회해서 베이징에서 거둔 성과에 도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불가능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목표치라고 했다. 환경과 시차 적응을 위해 런던 현지의 브루넬 대학과 협약을 맺어 올림픽 개막 1주일 전부터는 그곳에 현지 캠프를 차리고 완벽한 준비를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훈련 시설은 물론 기숙사까지 모두 사용하며 의학 시설도 모두 옮겨가게 되어, 말 그대로 선수촌을 그대로 런던으로 옮겨간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감성훈련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내가 선수생활을 할 때는 선수촌장님이 무서워서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그랬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거든요. 훈련이 재미있어야해요. 그래서 나도 선수들에게 위엄있는 모습보다는 가까이 다가서는 아저씨나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의 선수촌 분위기는 매우 좋다고 한다. 한 번에 최대 15개 종목, 500명의 선수까지 수용이 가능한 선수촌은 공반기가 없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목표로 하지만 그 사이 사이에 있는 종목별 선수권 대회를 치르다보면 항상 선수들이 선수촌을 드나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단 몇 개월을 준비해서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촌은 늘 북적거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진천에 새로운 선수촌을 짓고 12개 종목, 350명의 선수를 수용할 수 있게 여건을 확보했다.

하지만 어쨌든 선수촌에는 선수들이 꽉 차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박종길 선수촌장은 다양한 종목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각각의 선수들이지만 선수들이 많을수록 선수촌 안에서 스스로 경쟁심이 생겨서 훈련에 더 열심히 매진하는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선수들이 적으면 오히려 허전하고, 많을수록 에너지가 넘치며 보기도 좋다는 것. 게다가 요즘 선수들은 자신들의 목표의식이 강해서 누가 억지로 시키기 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어 대견하다고 했다.

훈련소의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도망간 적이 있다는 과거 메달리스트들의 에피소드는 모두 옛날 얘기라고 했다. 물론 훈련이 쉬워졌다는 것은 아니다. 국가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우선되었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각 종목별로 팀 닥터와 마사지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각종 의학, 과학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오히려 선수들이 선수촌을 떠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자료와 의학적인 도움에 고무된 선수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느끼고 열심히 하다 보니 오히려 과거보다 정신력도 강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박종길 선수촌장은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야말로 ‘동방의 작은 나라’일 뿐인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자랑스럽게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종길 선수촌장은 지기 싫어하는 강인한 국민성에서 그 원인을 꼽았다. 지난 과거 역사속에서 끊임없이 외침에 시달렸지만, 국난을 극복해내고 다시 일어섰던 강인한 역사적 바탕이 우리나라의 스포츠정신에는 살아있다는 것이다.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기상과 신라 화랑의 정신으로 뭉쳐진 우리 민족 고유의 국민성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스포츠정신이라고 했다.

곧 한국 스포츠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럽고 강인한 국민성을 이어가는 민족의 자긍심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으로 국민들에게 감동과 환희를 선물하는 것 역시 국가를 대표하는 우리 선수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이고 이것으로 우리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태릉선수촌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했다.

국제대회에 나서는 부담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고 했다. 그 무게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가장 열심히 했다는 믿음과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박종길 선수촌장은 올림픽에 나설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끝까지 잃지 말고, 자신의 꿈을 명확히 해서 마지막까지 목표의식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것이 선수촌이 준비하는 일이라며 항상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있기를 부탁했다.

아울러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박종길 선수촌장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메달과 관계없이 모든 선수들을 아우르는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피땀 흘렸지만 금메달만 기억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선수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은메달, 동메달의 가치를 과소평가는 인식은 분명히 잘못됐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일등만능주의에 대한 아쉬움이다.

또한 운동선수는 공부를 등한시 한다는 인식에 대한 경계와 대안을 동시에 제시했다. 스포츠 특성화라기보다 인문계, 실업계가 각기 방향성을 갖고 전문화 교육을 하는 것처럼 체육특기자들 역시 자신들의 전문 분야로 전문화 교육이 실시되는 것이라는 걸 일반에서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선수촌에 대안 학교의 설립을 제안했다.

“우리 연구원에 참으로 훌륭한 교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활용하면 선수들에게 충분히 좋은 교육을 실시할 수 있어요. 게다가 선수들이 아무리 많아도 한 학년에 학급 한 개씩만 있어도 충분하거든요. 그러면 운동 선수는 공부를 안 한다는 인식을 바꿔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도 선수촌 안에서 기본적인 학업을 병행하면서 훈련을 해 나갈 수 있으니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박종길 선수총장은 대안학교 부분은 앞으로 선수촌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지금도 선수촌에 많은 지원과 관심을 정부와 여러 기관들이 아끼지 않고 있지만 이 부분도 충분히 고려를 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항들은 더 많은 선수 출신의 IOC 위원을 배출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스포츠 외교력의 강화에도 큰 힘을 실어주리라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국력과 여러 조건 때문에 기업인과 사회저명인사들이 IOC에서 많은 활동을 해서 국위선양을 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경기인 출신의 IOC 위원들이 많이 배출되야 한다는 것이다. 문대성 위원을 그 예로 든 박종길 선수촌장은 박태환, 김연아, 이용대 같은 선수들이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결국 스포츠 한국의 강대한 기상을 더욱 더 세계 속에 뿌리 내리는 근원적인 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강변했다.

 

 

이코노미컬처 / 2012.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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