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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dReam hunting

2010년 남자 셋이 떠나는 전국일주 #8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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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순천까지는 지척이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라는 엄청난 이름의 벽이 존재하지만 아짜피 경계에 존재하는 도시라서 차로 달리면채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동에서 밀면을 먹고 순천에 도착해서는 이마트에서 저녁을 먹었다. 정확한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어디에선가 그런말을 들었다. 전라도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군산에서 돈 자랑하지 말고, 목포에서 주먹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 여자 얼굴 자랑하지 말라." 라는 것이었단다.


여행 3일째... 여자 사람의 기근으로 인한 모델갈급증은 사실 극에 달해 있었다. 이제라도 기차타고 내려오면 정말 잘해 주겠다고 모델 세울만한 아이들 몇명한테 지난 밤에 연락을 해봤지만, 그 동안 내가 참 잘 못 살았구나라는 기본적인 깨달음만 남겨준 채 실적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순천 이마트에서 햄버거를 뜯으며 교복을 입고 있던 여중생 몇명을 마주쳤다. 순수하게 사진찍는 모델 좀 해 줄 수 없냐고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하지만 동행하고 있던 조르바가 하필 이 순간에도 하동에서 구매한 그 개량한복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말을 걸었다가는 완전히 변태 아저씨 취급을 받을 것 같아 시도도 못하고 포기해야 했다. 모든 게 다 조르바때문이다.



과유불급

전남 순천만



도중에 하동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우포 일출과 순천만 일몰로 이어지는 코스는 람사르총회 개최국 국민으로서 국격에 맞는 행동이었던 것 같다. 이정도되면 나라에서 훌륭했다고 칭찬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을 준다면 절대 거절하지 않고 감사히 받겠다.


순천만 역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일몰에 맞춰서 순천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갈대밭을 지나 올라가면 참으로 먼길이지만, 뒷쪽에 차를 대고 마치 무장공비가 산을 넘듯이 험한 길로 올라갔다. 길은 험했지만, 순천만 용산 전망대까지 2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난 오른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말이다. 그동안 장교출신이라는 사실이 조금도 믿기지 않았던 조르바는 산악인급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군인이었음을 느끼게 해줬다. 


순천만은 일몰에 S자 모양의 물길이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밀물과 썰물의 때를 잘 만나야 그것을 볼 수 있으며 물이 적으면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물이 좀 적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아쉬워 해야했다.


사실 우리가 돌아본 코스에서 수량과 민감한 위치에 있는 방문지들은 꽤 있었다. 처음 들렀던 장전계곡도 그랬고, 둘째날 들렀던 주산지도 그랬다. 수량이 적으면 기대했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충고가 꽤 있었던 곳이다. 그러나 장전계곡과 주산지는 물이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 그리고 수량이 적으면 실망하게 된다는 순천만.....



하아..... 물이 너무 많다..


어디가 S자니... 사방이 완전 바다같구만... 좋게 봐도 큰강 하구다..


수량이 지나치게 넘쳐난 탓인지, 나는 차에 도착해서 대체 S자 물길이 어디로 나는 것인지를 다시 찾아봐야했다. 수량이 적을 것을 걱정했더만, 너무 넘처나는 수량탓에 이건 뭐 습지가 아니라 그냥 거대한 물줄기였다.



어디가 S자지? 대체 뭘 찍어야 한단 말인가.... 라는 고민은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언제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자연스럽게 셔터를 누르시는 하나미 형님조차 밀물 가득 들어찬 순천만을 바라보시며, 왜 인터넷에서 본 그 광경이 없는 걸까를 심각하게 고민하시는 듯 했다. 뒷모습임에도 당황스러움이 충분히 느껴진다....



다만 철없는 조르바는 뭔가 신나서 이것 저것을 쪼물딱 쪼물딱 거리며 여러가지를 찍었지만, 이 녀석이 순천만에서 포스팅한 사진이 떨렁 한 장인걸 보면 막상 얘도 별로 건진 건 없는 것 같다. 그저 이 녀석의 저 획기적인 복장 탓에 여자가 미모 자랑을 할 수 없다는 순천에서 모델 섭외를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 사진 찍지 말래는 데 꼭 찍는 사람들... 이미 주산지에서 촬영금지라는 말이 포인트라는 말이다라는 교훈을 얻은 탓인지 경고판을 담대히 무시하는 훌륭한 두 분의 작가의식이 빛나고 있었던 순천만이었다.


모델 섭외에 상처를 받고, 넘쳐나는 순천만의 수량에 또 한번 속이 상한 우리는 바로 차를 달려 광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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