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ize/dReam hunting

2010년 남자 셋이 떠나는 전국일주 #10 전주 한옥 마을

728x90
반응형

새벽에 세량지를 떠나 그대로 북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전주였다. 광주에서 전주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고, 이미 이른 아침에 세량지에서 출발했기에, 유명한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유명한 콩나물국밥집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전주에서의 목적지는 한옥마을이었다. 그러나 전국일주중에 가장 개인적으로 모든게 꼬임의 절정으로 치달았던 것도 전주였다.



모든게 각본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주 한옥마을


사실 오랜만에 연락한 지인과 전주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오랫동안 알았던 이 아이는 전날 밤 광주에서 나와 전화통화는 물론, 네이트온까지 주고받으며 전주와서 꼭 연락하라고 했고, 모델에 갈급한 내가 친구들중 사진 찍을 만한 사람 좀 추천해달라고 하자, 와서 얘기하자고 했었다. 그러나 콩나물국밥을 먹고 한옥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그 아이와의 연락이 두절되었다.


게다가 1박을 했던 광주 숙소에 체크카드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한옥마을에 있는 한 가게에 부채를 사러 들어갔다가 깨닫게 되었다. 분실신고를 하는 전화를 하자 친절한 안내원 아가씨가 마지막 사용 내역을 확인해준다고 했다. 눈물겨운 고마움에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박진호 님의 마지막 사용 내역은 6월 XX일 밤 11시 XX분, 광주 티파니 모텔 X만원 사용, 맞으십니까?"


....


난 분명히 정상적으로 부끄러울 것 없는 여행중이었지만, 왠지 후끈 거리는 사용 내역이었다. 그냥 "네" 라고 하면 될 것을 갑작스레 난 그만 "저기.. 남자끼리 간거에요." 라고 말을 하고 말았다. ㅡ.ㅡ


훌륭하신 상담원님은 "네. 잘 알겠습니다." 라고 응대해주고 아무 문제 없이 통화를 종료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자끼리 갔다는 내 말이 더 의심스러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저런 일들로 결국 전주에서 내 정신상태는 공황에 가까웠다. 고풍스러운 한옥이 정갈하게 들어서있던 한옥마을의 정취는 하나도 제대로 담지 못했다.



화창한 날씨에 청량함을 더해주던 대나무 밭도 나의 암담함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사실 내가 사진을 찍은 한옥마을의 경기전 근처에는 유독 대나무가 많았다. 이곳에 자료를 보관하는 전주사고가 있는데, 이곳이 외적의 침략을 받을 경우 자료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적과 싸우다가 무기가 부족할 경우, 베면 바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대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사실 한옥마을에서 찍고 싶었던 것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서양문화의 조화를 보여주는 이채로움을 한옥마을 건물과 전동성당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당한 장소도 찾지 못했고, 전주를 떠날 때 까지 술에 취해서 연락이 안된 빌어먹을 지인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못했다.


그나마 전동성당의 내부를 잡은 것이 소박한 목표의 달성이었다면 달성이었을 것이다.




전주에서는 결국 사진은 접어둔 행보가 이어졌다. 일찌감치 숙소에 여장을 풀고, 비빔밥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분실신고한 체크카드를 다시 만들려고 시내 농협을 방문했지만, 전주시 일대가 정전이 되서 한참 고생을 해야했고, 당구장에서도 어두운 가운데 타이머도 누르지 않고 당구를 시작하기도 했다.


뭔가 운대가 안 맞았던 느낌이다. 정말 볼 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전주에서 이렇게 불운한 걸음이라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