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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dReam hunting

2010년 남자 셋이 떠나는 전국일주 #5 청도 와인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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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주산지를 들렀다가 향한 곳은 소싸움으로 유명한 도시 청도였다. 소싸움으로 유명한 도시답게 각지의 안내문마다 소싸움과 관련된 여러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청도에 와서 물론 소싸움을 담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청도를 여행 계획에 잡았던 가장큰 이유는 사실 다른데에 있었다.



우리만의 새로운 와인이 있는 곳

청도 와인터널



와인을 좋아하세요?





솔직히 나는 와인을 별로 안 좋아한다. 종류와 산지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고, 여성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주류이며, 상당히 격조있는 자리에서도 빛나는 게 와인이긴 하지만, 나는 타고난 주둥이가 싸구려라 그런지 그냥 떫은 과일주스 마시는 기분이 들어서 별로 안좋아한다. 하지만 와인과 별개로 청도의 와인터널은 사진에서 접한 분위기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 꼭 가보고 싶었다.






원래는 1905년부터 사용되었던 경부선 증기기관차용 터널이었으나, 30년대에 상행선이 개통되면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쉽게말해 이 터널이 완공된 것은 무려 110년 가까이 되는 일이라 하는데, 상당히 견고하고 튼튼하게 긴 세월을 버텨내고 있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주)청도와인에서 감 와인 숙성고와 시음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터널은 초입에서 볼때는 어둠 컴컴하고 일단 밖과는 다른 약간의 한기가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구석에 쌓여있는 와인병들이 아니라면 살짝 주춤할만도 하다. 이 터널은 연중 온도 15, 16℃에 습도 60∼70%로 와인 숙성을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터널을 조금만 전진하면 분위기 있는 바와 같은 형태의 시설이 등장한다. 이곳이 바로 감 와인을 시음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뒷쪽에 보이는 좌석에 앉아서 안주와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참으로 친절한 여성 판매원 분들이 시음을 도와주신다. 내 기억에 감와인은 레귤러와 스페셜, 그리고 아이스와인이 있었다. 레귤러보다는 스페셜이 비싸고 아이스와인이 제일 비쌌다. 시음은 레귤러와 스페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렴한 내 미각은 레귤러를 맛있다고 대답한 후 스페셜을 맛 보고는


"써요!"


라고 외치며 떫은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당황한 판매원분께서, 스페셜이 좀 더 나은 숙성 과정을 거쳤지만 와인 특유의 떫은 맛이 있을 수 있다고 정성껏 설명해주셨지만, 뒤이어 등장한 일행인 하나미 형님께서도 레귤러를 가리키시며 훨씬 낫다고 하시는 바람에 분위기가 조금 당황스러워지긴했다.


어쨌든 나는 여기서 레귤러와 아이스와인을 한병씩 구매했다.


와인 시음공간을 지나면 계속해서 터널의 내부로 들어갈 수가 있다.




영화에 나올 법한 터널의 끝에는 잔에 와인을 따르는 것 같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 터널의 마지막 부분을 말하는 것이고 반환점 돌 듯이 여기서 돌아나가면 된다.


전진이 허락된 터널의 끝이 진정한 터널의 끝은 아니다. 굳게 닫힌 철창 뒤로 숙성, 보관 중인 감 와인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다만 여기까지가 관람객들에게 허락된 길일 뿐이다. 어두운 터널 안에서도 여러모로 분위기가 있고, 색색의 조명들로 인해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와인터널에 머물자 역시 '여자사람' 이라는 모델에 대한 갈급함이 다시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나 혼자만의 안타까움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미 형님은 돌아 나오는 터널의 초입에서 사진 한 장을 찍어달라고 그저 부탁했을 뿐인 두 명의 여성들에게 굳이 위치와 방향까지 자세하게 설명하시며 평소보다 몇 만배는 더 신중하고 성의 넘치시는 자세로 기념스냅사진을 촬영해주셨다. 형님은 오전에 주산지에서 조르바와 마찬가지로 당신께서는 원래 친절하다고 주장하셨지만, 역시 형님 또한 금단증세였던 것으로 보인다......ㅡ.ㅡ;





와인터널을 이틀째의 마지막 코스로 잡고 청도에 유명하다는 용암온천으로 숙소를 잡았다. 온천에서 몸을 풀며 피로를 날려버리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온천을 이용한 건 일행 중 나 뿐이었다. 하나미 형님은 계속 주무시다가 숙소 목욕탕에서 씻는 걸로 대신하셨고, 조르바는 온천이 문을 닫은 이후에 당당히 온천을 방문했다가 헛걸음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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