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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dReam hunting

2010년 남자 셋이 떠나는 전국일주 #2 월천리 솔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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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나의 게으름에 대해 깜짝 깜짝 놀랄때가 있다. 사실 이 여행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전국 투어랍시고 1주일간 한바퀴를 돌고 온 게 지난 해 6월이었고, 그에 대한 첫 글을 쓴 것은 8월이었다. 그래놓고 쭈욱 덮어두고 있다가  이제서야 계속해서 이야기를 쓰고 있다. 2010년 6월 7일에 처음 떠난 여행의 처음 도착지는 앞선 글에서 밝혔던 것과 같이 강원도 평창에 있는 가리왕산의 장전계곡,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끼계곡'이라고 잘 알려진 곳이었다. 사람들은 그 곳에서 장노출로 계곡의 물과 이끼를 담아오곤 한다. 이끼 사이를 내려오는 계곡물이 마치 폭포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참으로 모자란 나는 무슨 생각에선지 계곡 근처에 차를 주차해두고도 번거롭다는 이유로 삼각대를 두고 다녔다. 장노출을 찍을거면서 삼각대를 포기한 참으로 참신하고 멍청한 발상이었다.


어쨌든 동쪽으로 여행의 방향을 잡아 처음 장전계곡을 방문한 후에는 이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강원도 삼척의 월천리로 향했다.



섬 하나에 채운 작지만 거대한 소나무 숲

월천리 솔섬



내게 솔섬에 대한 정보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솔섬은 그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 마이클 케나에 의해 표현되면서 그제서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아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장전계곡에서 부터 차를 몰고 나와 속초쪽으로 달렸지만 사실 솔섬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네비게이션에 정확히 솔섬을 찍어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뭔가 유명한 곳이라는 느낌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일행 중에 이미 솔섬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던 형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위치 지도를 올리려고 네이버 지도를 확인해봤지만 삼척의 월천리와 해수욕장을 찾았을 뿐, 솔섬의 위치를 표시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깔끔하게 지도 올리기는 포기한다. 어느 지도에서나 찾기 쉬운 월천해수욕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얘기로 대신하겠다.


솔섬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 덧 오후 6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섬을 찍을 수 있는 도로 앞으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월요일이라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적어도 대한민국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나름 운동화를 신었다고 장전계곡에서 신나게 폴짝 거리고 돌아다니다가 계곡으로 나자빠지며 비참하게 입수를 했었다. 새로 산 렌즈를 보호한답시고 몸을 던졌다가 카메라는 부지했지만 몸은 더 처참하게 물에 빠지고 말았다. (이 때 다친 팔꿈치가 이후 2달 동안 통증을 줬다.) 그런데 그 장전계곡에서 우리 일행도 보지 못했던 나의 추태를 봤던 분이 우리보다 한 발 빠르게 이 곳으로 이동해 계셨다. 친절하게도 아까 장전계곡에서 넘어지지 않았었냐고 물어보기도 하셨다. 물론 본인은 중형 카메라를 삼각대 째로 물에 빠뜨린 적도 있었다며 나를 위로하셨지만 별로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바람이 참으로 지겹게도 꾸준히 불어댔다는 것이다. 소나무 숲의 반영을 멋지게 담고 싶었던 나의 의도를 원천봉쇄하겠다는 하늘의 의지가 강했는지 한 여름에만 가끔 반가운 바람이 시종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불청객에게 끝없이 텃세를 부리는 바람에 맞서서 문득 야심차게 구매한 어안렌즈가 떠올랐다.


구매 이후 제대로 활용해 본 적 없던 어안렌즈를 마운트하고 신나게 찍으며 돌아다녔다. 안타깝게도 어안렌즈를 갖고 제대로 사진을 찍은 것은 이 날 솔섬에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솔섬은 뒷 편에 모텔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그걸 피해 찍고자 하는 자리 다툼도 치열했다. 그나마 월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음이 다행이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야간의 별의 궤적을 찍을 것인가에 대해 일행끼리 고민을 했다. 하지만 여행 첫날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부터, 궤적 찍으려면 새벽은 되야겠다는 의견까지...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얘기들이 더 많았고, 여행 첫날 최대한 멀리 전진하자는 생각에서 완전히 일몰이 넘어가자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하고 자리를 떴다.


마이클 케나의 사진속에 너무나 이국적인 고요함을 머금고 존재하는 솔섬은 내가 갔을 당시에는 뒷 편의 모텔과 뭔지 모를 공사로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었는데, 그곳에 거대한 공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어쩌면 솔섬의 고즈넉한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진 속에서만 가능할 지 모르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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