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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dReam hunting

2010년 남자 셋이 떠나는 전국일주 #3 영덕 풍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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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의 장전계곡을 거쳐 월천리 솔섬에서 해가 저문 여행의 첫날의 마지막 도착지는 경상북도 영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속초를 벗어나서 울진의 시내로 들어선 후 당황스러운 경험을 해야했다. 시간이 채 9시도 되지 않았는데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평소에 무척이나 만만하게 생각했던 중국집마저 영업이 끝났다고 하는 것이다. 어렵게 감자탕집을 찾아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주인 아저씨의 말씀으로는 8시가 넘으면 왠만한 식당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아무튼 고맙게 저녁을 해결하게 된 우리는 영덕으로 이동해서 한 민박을 잡아 첫 숙박을 하게 됐다. 



고지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경험의 일출

영덕 풍력발전소



고맙게도 숙소는 다음날의 첫 목적지였던 영덕 풍력발전소로 부터 채 5k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나의 게으름을 완벽하게 비웃는 태양의 근면함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새벽 4시 기상이라는 괴로운 미션을 통과해야 했다. 여름인 탓에 일출시간 역시 빨랐다. 전날 두 곳을 거쳐서 온 영덕이었지만, 일정의 첫날인 탓인지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았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바닷길을 따라 이동하여 언덕 위로 조금을 올라가자 S자의 도로를 지나 넓은 주차장과 함께 수많은 풍차가 나타났다.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을 것 같은 곳의 위치를 잡아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던 풍차들이 여명이 밝아옴과 동시에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산 능성을 타고 넓고 길게 펼쳐진 풍차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가까이에 다가서자 바람을 가르는 풍차의 "윙~ 윙~" 하는 소리는 매위 위협적이었다. 만약 저 풍차가 부러져서 뚝 떨어진다면 난 피하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다를 향해 셔터를 대고 있는 동안에도 풍자가 붕붕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는 생각보다 두렵다는 느낌도 줬다. 하지만 산 전체에 너르게 자리잡은 풍차가 도는 모습은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바다위로 태양이 떠올랐다. 쨍하게 동그란 모습으로 수평선을 치고 올라오는 태양을 담기에는 수면위에 엷게 깔린 안개와 구름이 방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메가에 목을 매는 풍경사진가가 아닌 나에게는 충분히 대단하고 멋진 일출의 광경이 펼쳐졌다.






하늘과 바다를 금빛으로 물들이는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을 한 시간여 동안 계속 지키고 바라봤다. 파도치는 듯한 구름도 오히려 내게는 더한 운치를 선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동행한 형님의 말씀 한마디가 귀를 파고 들었다.


"야.. 이렇게 좋은데에 한시간동안 사람을 덜렁 우리 셋 뿐이다."


그랬다. 평일인 화요일 새벽에 여기에 올라 일출을 담겠다고 올라오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풍경보다는 인물 사진에 관심이 많은 쪽이다. 그런 내가 인물 없는 사진을 계속 찍어대면서 아직까지는 공허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기특했다. (그래봐야 이틀째의 시작이었지만...)


1시간 넘게 풍력발전소에 머무르면서 발견한 생명체는 풀숲에서 불쑥 나타나 달아나던 고라니 (사슴인지 고라니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종류..) 뿐이었다.





발전소를 내려와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지난 밤 숙식을 했던 민박집 앞을 지나게 됐는데 정면에 바라보이는 바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잠시 차를 민박집 앞에 세우고 해변도로를 건너 해가 완전이 솟아오른 바닷가를 바라봤다. 파란 바다에 눈부시게 부서지던 햇살을 바라보며 아름답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을 꺼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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