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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dReam hunting

2010년 남자 셋이 떠나는 전국일주 #6 창녕 우포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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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째의 아침은 청도에서 맞았다. 청도 용암 온천에서 나름 늘어지게 쉰 후, 새벽을 달려 창녕에 도착하니 시간은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우포의 일출도 상당히 매력적일 것 같았지, 이미 하루 전 영덕에서 한 시간동안 우리밖에 없는 일출을 감상한 터라 일출보다는 휴식이 좋았다. 그리고 휴식이라고 표현해서 그럴 뿐이지 사실 새벽 잠 못자면서 나름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세계가 인정한 자연 늪지

창녕 우포늪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자연 늪지다. 어린 시절 내가 알고 있는 늪에 대한 배움은 빠지면 나오지도 못하고 죽는다는 것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멀쩡한 땅 어딘가에 몰래 파서 누군가를 곤경에 빠뜨리고자 하는 함정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함정이라고 치기에 우포는 너무나 위풍당당했고, 거대했다.




담수면적 2.3㎢, 가로 2.5㎞, 세로 1.6㎞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우포늪은 정확히 우포늪(1.3㎢), 목포늪(53만㎡), 사지포(36만㎡), 쪽지벌(14만㎡) 4개 늪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997년 342종의 동·식물이 조사·보고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물새 서식지로 중요성을 갖는 주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 협약인 국제습지조약 (람사르 총회)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람사르 습지이기도 하다.






이런 자연 늪지가 인간의 삶은 물론 생태계와의 공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제 10차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까지 개최했음에도 습지와 뻘을 완전히 밀어버리며 4대강을 추진하는 이 나라 정부를 보면 하늘을 향해 개탄해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말이다. (뭐, 사실 정부는 늪지인지 습지인지에 그닥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국제 회의라면 뭐든 국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까 좋다고 일단 유치하고 봤는지도 모른다.) 



새벽부터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바라본 우포늪은 그야말로 거대함 그 자체였다. 자연과 과학에 무지한 나로서는 대체 이게 호수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 만큼 대단했다. 멀리 산 능성을 타고 내려오는 새벽 안개들과 구름의 거대한 움직임을 보면서 일개 인간으로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우월함을 느꼈고, 압도적인 규모에 핑계를 빌어 그냥 주저 않아서 돌아다니기를 포기했다.


사실 일반 풍경도 풍경이지만, 동식물 피사체라고는 우리 강아지 밖에 찍어보지 않은 내게 우포의 생명체들은 그냥 그 곳에 존재하는 것 자체였지 피사체라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피사체에 대한 편애가 아니라 카메라를 쥐고 있어도 항상 셔터를 누를 수 있어야 하는 기본기에서 벗어난 부실함이다.


게다가 움직이는 생명체를 잡기에 200mm 와 1.4x 익스텐더는 너무나 단초점이었다. 물론 이런 조건에서도 대단한 역작을 만드시는 고수님들도 많겠지만 나는 한참 미숙하기만 하니까 말이다.




여행 3일 째. 예정된 이동경로가 많은 터라 일찍 자리를 털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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