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ize/oTaku

[일드] 청순함 속의 강인함이 아름다웠던 ‘1리터의 눈물(1リットルの涙)’

728x90
반응형
 너만은, 욕심을 부려서라도.. 억지로라도.. 계속 살았으면 좋겠어

 

지난 7월 6일, 일본의 인기 배우 사와지리 에리카(沢尻エリカ)가 다시 한 번 구설에 올랐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헬터 스켈터(ヘルタースケルター)' 완성기념 시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사와지리 에리카는 소속사를 통해 건강 문제로 불참을 통보하고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일본의 일부 언론들은 사와지리 에리카가 대마초 중독 때문에 불참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사와지리 에리카의 이러한 논란과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공식 기자 회견 석상에서의 태도 논란, 22세 연상의 남성과의 깜짝 결혼과 결혼 계약서 사건, 그리고 스페인 남성과의 불륜설 등에 시달리며 '일본여성이 뽑은 최악의 여자 1위'에 뽑히기도 했으며, 현재는 이혼을 전제로 별거중이다.

한때 일본의 ‘국민 여동생’으로 명성이 높았던 사와지리 에리카의 이러한 추락은 작품을 통해 보여줬던 그녀의 이미지가 청순함의 대명사였다는 점에서 실제의 스캔들과 간극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5년만의 작품 복귀를 놓고 다시 한 번 논란을 빚은 사와지리 에리카의 ‘청순가련’이 돋보였던 작품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녀는 살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를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여기에 있고 싶다. 왜냐하면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니까”라는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사실을 애써 환기해야 하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 다시 일어나면 되기 때문에 넘어지는 것 따위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결국 시간의 흐름 앞에서 자신의 옆을 지켜준 이들에게 아무것도 갚을 수 없다는 미안함을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지켜준 이들에게 계속 세상을 살아가 주기를 당부하고, 자신으로 인해 힘든 기억을 안게 될지언정, 억지로라도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는 삶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다.

 

짧았지만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자신의 삶을 추억하면,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서 견딜 수 없다고 아파하던 그녀는 끝내 “사람은 과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다시 한 번 계속 살아달라는 간절함을 세상에 남는 이들에게 전하고 눈을 감는다.

이케우치 아야가 쓰러진 이후 보는 이들에게 잠시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눈물샘을 자극하던 이 작품은 오히려 그녀의 죽음 부분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슬픔이 극에 차올라 끝내 무너지고 폭발하는 절정이 아니라, 죽음은 사람에게도 그렇듯 작품에서도 결말의 의미였다. 그리고 그것은 불치병으로 자신의 남은 삶을 헤아리는 것이 너무나 아픈 상황에서도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웃을 때까지 거의 1리터의 눈물이 필요 했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주인공의 시리도록 맑은 미소만큼이나 아련하고 잔잔한 결말이었다.

시한부를 선고받고 엄청난 두려움과 괴로움 속에 수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끝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인들 앞에서 환한 웃음을 보였던 이케우치 아야처럼, 드라마 ‘1리터의 눈물’도 작품 내내 주인공의 비극으로 비틀거렸지만,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차분함을 보여줬다.

 

사와지리 에리카는 이 드라마를 마치고 1년도 되지 않아 일본 TBS에서 제작한 ‘태양의 노래(タイヨウのうた)’에서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이한다. 여기서도 그녀는 햇빛을 받으면 안 되는 희귀병 XP에 걸린 카오루 아마네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시한부의 짧고 슬픈 인생을 당당하고 아름답게 연기했다.

비록 숱한 스캔들과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는 사생활로 대중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부정적인 느낌의 대표적인 주자가 되어 버렸지만, 사와지리 에리카는 2000년대 중반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사람이 자신의 삶에 단순한 애착 이상의 이미를 부여하고 소중한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배울 수 있도록 강한 메시지를 남긴 배우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전세계에 존재하는 배우들 중에서 두드러진 덧니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와지리 에리카만큼 아름다운 여성을 나는 보지 못했다.

1986년 생으로 이제 20대 후반에 들어선 사와지리 에리카 또한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연기했던 이케우치 아야, 카오루 아마네처럼 당당하게 극복하고 웃으면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문화저널21 / 2012년 8월 24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