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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oTaku

[일드] ‘사랑’ 하나만으로 충만할 수 있는 아름다움 - ‘장미가 없는 꽃집(薔薇のない花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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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꽃이 피는 것처럼 웃어요

 일본 드라마에 대한 리뷰를 올리면서 받게 된 독자들의 이메일 중에 “항상 드라마를 이렇게 힘들게 보셔야 해서 안됐다”는 말이 있었다. 세상을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백야행> <진> <보이스> <1리터의 눈물> 등 가볍지 않은 작품들만 소개했다는 부분에서 충분히 그런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특히 빠지지 않는다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갖고 작품들을 찾아봤다.

아픔까지 사랑스럽게 보듬을 수 있는 사랑


2008년 1분기, 후지 TV에서 방영된 ‘장미 없는 꽃집(薔薇のない花屋)’은 일본의 인기 드라마 작가인 노지마 신지(野島伸司)의 작품으로 카토리 싱고(香取慎吾), 다케유치 유코(竹内結子), 샤쿠 유미코(釈由美子), 마츠다 쇼타(松田翔太) 등이 출연한 작품이다. <101번째 프러포즈> <고교 교사> <세기말의 시> <인간실격> <골드> <러브 셔플> <프라이드> <너무 귀여워> 등을 통해 일본 최고의 작가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노지마 신지는 <장미 없는 꽃집>을 통해 오해와 용서,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인륜을 넘어선 사랑이었지만, 작품에서의 시작은 오해에서 출발한다. 사위가 자신의 딸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 시즈쿠의 할아버지. 안자이 테루오(미우라 토모카즈)는 시오미 메이지(카토리 싱고)를 망가뜨리기 위해 간호사였던 시라토 미오(다케우치 유코)를 이용하고, 그녀는 맹인으로 거짓 연기를 하며 시오미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시오미는 정작 시즈쿠의 친아버지도 아니었으며, 그는 그저 시즈쿠의 친부모와 가장 친한 친구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시오미 시즈쿠(야기 유키)에게 친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는 인륜을 넘어선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었다.

 

오해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가장 통속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담담함’이다. 몇 차례의 긴장이 작품 중에 펼쳐지기도 하지만, 분위기는 시종 담담하고 안정적이며 조용한 흐름을 유지한다. 그것은 극 중 주인공인 시오미의 모습과도 일치하는 모습이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 며 친구 내외의 딸은 자신의 딸로 완전히 받아들인 꽃집 주인 시오미는 주변인들에게 속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항상 이해하고 용서하는 입장에 선다.

물론 딸인 시즈쿠의 일에 대해서는 여느 아버지들처럼 적극적인 모습을 띄기도 한다. 시즈쿠의 친할아버지로부터 자기 딸을 죽인 살인마라는 오해와 저주를 받지만, 그러한 오해에도 묵묵히 그리고 담담하게 시즈쿠를 위한 최선을 추구할 뿐이다.

오해의 얽힘을 풀어내는 것은 용서였다. 잔잔하게 얽혀가던 문제의 중심은 시즈쿠의 출생을 중심으로 한 몇 가지 오해였고, 그 오해를 깊게 만들었던 것은 진실보다 강했던 시즈쿠에 대한 시오미의 부성애였다. 그러한 부성애가 오해의 골을 더 깊게 했지만, 결국 그 부성애가 서로 간의 오해를 뒤집어내는 반전의 단초가 되었다.

결국 작품은 시즈쿠의 존재를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결론 앞에서 서로의 오해가 용서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항상 수동적이던 시오미는 마지막에 가서야 시라토 미오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자신에게 닥쳤던 힘들었던 일들의 단초가 되었던 것이 그녀의 등장이었고, 그것을 염려한 그녀에게 장미의 잘 알려지지 않은 꽃말이 ‘잊어버리자’라는 것을 말하며 모든 것에 대한 용서로 화해와 사랑을 완성하고 있다.

화려하지 않은 프러포즈도 충분히 화려하다


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오미의 프러포즈 장면이다. 최근의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여성들의 꿈과 환상을 자극하는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이고, 극단의 감동을 이끌어내야 하는 창조적인 이벤트의 프러포즈가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은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리기도 하고, 하늘에 수천만 원어치의 폭죽을 쏘아대기도 하며, 전세기를 띄우기도 한다. 돈이 없으면 노력이라도 하랬다고, 참으로 정성스럽게 초에 불을 켜기도 하고 눈 밭에 대형 글씨를 기리는 등, 자금력이 부족하다면 아이디어의 생산을 통해 연인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로 가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남자들은 이래저래 괴롭다. 그러나 <장미 없는 꽃집>에서 시오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백 하나로 프러포즈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진심은 세상 어떤 화려한 프러포즈보다 아름다웠다.

화려한 언변과 거리가 먼 시오미가 미오에게 한 칭찬은 “당신은 꽃이 피듯이 웃어요”라는 말 뿐이었다. 카토리 싱고와 다케우치 유코는 작품 내의 주인공으로 분하여 “사랑한다”는 말 자체만으로 빛날 수 있는 최고의 엔딩을 완성해주고 있다. 미사여구 없이도 극 중 주인공에 너무도 잘 어울렸던 카토리 싱고는 물론, 사람이 기억하는 사랑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형상상화한 이채로움, 그리고 또한 꽃이 피듯이 웃는 모습을 정말 아름답게 표현한 다케우치 유코의 연기까지 모든 것이 참으로 예쁜 그림이었다.

일본 최고의 인기 스타인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와도 노지마 신지가 극본을 맡은 <프라이드>에서 열연을 펼쳤던 다케우치 유코는 키무라 타쿠야와 같은 스맙(SMAP)의 막내 멤버인 카토리 싱고와 잔잔하면서도 아련한 분위기의 상처 있는 아름다움을 그림같이 표현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다운 연기를 보여줬다. 또한 각종 작품에서 무난하기보다는 괴짜 같은 특징을 표현하는데 인색함이 없던 카토리 싱고는 분위기 있는 정극에서도 자신이 빛날 수 있음을 증명했던 작품이었다.

한편 다소 시간이 지난 작품이기는 하지만 지난 2000년 4분기에 역시 후지 TV를 통해 방송되었던 마츠시마 나나코(松嶋菜々子), 츠츠미 신이치(堤真一) 주연의 야마토나데시코 (やまとなでしこ) 역시 사랑과 결혼에 대해 유보적인 이들에게 아름다운 사랑의 완성에 대한 동경을 심어줄 만큼의 영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추천한다.

야마토나데시코는 지난 2003년 김희선, 고수, 손창민, 박한별 등이 출연했던 SBS 드라마 요조숙녀의 원작으로, 사랑과 결혼을 별개의 것으로 나누어 결혼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재산이라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문화저널21 / 2012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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