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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그녀들이 열광한 ‘파라파라’는 춤이 아니라 비상구였다 - 걸써클 (ギャルサ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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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있어서 사람은 밤에 길을 헤매지 않는다.
그런데 별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은 이 곳에는, 미아 같은 소녀들이 왜 그토록 많은 거지?

 

 

가수 싸이의 열풍이 거세다. 국내 차트를 석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싸의이 ‘강남 스타일’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열정적인 공연과 라이브 무대로 많은 인기를 끌어왔던 싸이지만, 사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큰 열풍을 일으켰던 한류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한류 K-POP의 주요 구성이 남녀 아이돌에 집중되어 있었음을 감안하면 싸이의 부각은 더욱 의외다.

싸이는 우리나라 K-POP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인지도를 구축하는 데 큰 매개가 되었던 유튜브 등의 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일본과 중남미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나서서 대한민국을 홍보해도 수도 ‘서울’ 외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던 외국인들은 이제 싸이가 외치는 ‘강남’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미국 CNN에서는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강남’이 어디를 말하는 곳이며, ‘강남 스타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방송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유력 대선 주자인 미트 롬니(Mitt Romney) 공화당 후보가 자신의 홍보 영상에 싸이의 춤을 추는 자신을 합성할 만큼 그 파급력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싸이의 열풍은 90년대를 강타했던 마카레나 열풍을 연상케한다. 90년대 중반 람바다의 열기를 이어 전 세계를 강타한 마카레나는 1992년 결성된 스페인의 중년 남성 듀오 로스 델 리오(Los del Río)가 부른 곡이지만, 누가 불렀는지는 크게 중요하지가 않았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의 ‘말 춤’도 이와 같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인기 가수가 부른 대중가요의 안무가 유행을 하고 일종의 국민 댄스처럼 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던 일이다. 1996년 전 세계적인 마카레나 열풍에 동참했던 우리나라 역시 2007년 원더걸스의 부른 텔미의 인기와 더불어 이들의 안무가 선풍정인 유행을 선도했던 바가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파라파라 댄스의 유행도 존재했다. 일본에서 시작된 파라파라 댄스의 인기는 우리나라에도 이어졌고, 배우 소유진이 자신의 첫 앨범 ‘Fandango’를 발표하며 ‘파라파라 퀸’이라는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록 그 해의 최고 가요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의 인기는 물론, 클럽에서는 많은 인기를 얻으며 국내에도 파라파라 댄스를 유행시켰다. 갑자기 춤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나열한 것은 지금 소개할 드라마가 이 파라파라 댄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라파라댄스가 삶의 해방구가 된 소녀들의 이야기?

 

일본에서 지난 2006년 2분기에 NTV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걸서클(갸르사, ギャルサー)>은 바로 파라파라 댄스를 집단으로 모여서 춤을 추는 여학생들, 곧 걸 서클인 ‘엔젤 하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한 때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파라파라 댄스를 추는 것이 목적이 된 여학생들의 모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작품에서는 이들에 대해 ‘시부야에 등장한 신종 세력’ 으로 표현한다. 심지어 상점가 회장인 히가시마는 이들을 ‘외계인’이라고 부르며, 어른들을 위한 안식처였던 시부야를 오렴시키고 있다는 반감을 표현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학교생활보다 춤을 추는, 어떻게 보면 소위 ‘불량학생’으로 치부할 수 있는 ‘엔젤 하트’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러한 기성세대의 시각에 맞춰져 있지만은 않다.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그녀들의 행동은 세력을 극대화해 자신들의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었고, 가정과 학교에서 소외되거나 자신의 갈 길을 잃은 소녀들의 방황이 한 곳에 어울려진 일종의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는 이를 ‘성지’라고 표현한다.

일본의 문화적 관점에서도 이질적이었던 이러한 문화가 외국인은 우리의 시각에는 더욱 이질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작품을 온전히 ‘정상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따른다.

 

<러브 레볼루션> <안티크 ~ 서양골동양과자점> <고교교사> <사랑스런 그대에게> <1리터의 눈물> 등에도 출연했으며, 우리에게는 <호타루의 빛>에서 능력 있는 부장님으로 등장했던 후지키 나오히토(藤木直人)는 <걸 써클>에서 미국 애리조나에서 온 카우보이 신노스케로 등장한다. 그는 일본 도쿄의 한 가운데에 인디언 제로니모의 은인인 이모코를 찾기 위해 미군 공군기를 타고 와 낙하산으로 상륙한 후 현대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비상식으로 현대인들을 혼란으로 빠뜨린다.

미국 역사에서 사실상 적대적이었던 카우보이와 인디언의 친선적 연장선에 존재하는 신노스케라는 카우보이로 등장한 그는 춤을 추는 ‘엔젤 하트’의 여학생들을 인디언 여자 아이들이라 칭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와 좌충우돌하는 신노스케의 의문점은 현대 사회와 인간 소외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가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례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지키고자 하는 것이 시민이냐, 아니면 조례냐고 묻고, 어린 학생들이 습관처럼 말하는 비속어에 대해 말 그대로의 의미를 받아들여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그의 행동은 현대 사회에서 일본 뿐 아니라 우리 역시 간과하고 있는 가장 기본이라는 가치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별이 있어서 사람은 밤에 길을 헤매지 않는다. 그런데 별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은 이 곳에는 미아 같은 소녀들이 왜 그토록 많은 거지?”

신노스케가 갖는 의문은 결국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병리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다. 이모코를 찾는 신노스케의 여행이 주요 이야기이지만 결국 이 작품은 그 과정 중 소외되고 상처를 안고 있던 ‘엔젤 하트’의 여학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 올바른 길을 향해가며, 그녀들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졌던 상점가 어른들도 차츰 다른 시야의 눈을 뜨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불량소녀의 딱지를 달고 있는 ‘엔젤 하트’의 멤버들이 흔히 정상인이라 분류할 수 있는 상점가의 어른들 보다, 순수함과 인간 중심의 사상을 바보처럼 강조하는 신노스케에게 먼저 마음을 여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엔젤 하트’의 맴버들이 몰입했던 것은 ‘파라파라댄스’ 자체가 아니라, 함께 춤을 추면서 즐거움을 공유하고,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 자체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감사(感謝)의 마음을 모르는 오늘날의 문명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진지함을 코메디로 철저히 은폐하는 매력을 갖고 있는 일종의 ‘비정상적’인 <걸써클>은 가벼워 보이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후지키 나오히토를 비롯해, 사토 류타(佐藤隆太), 나마세 카츠히사(生瀬勝久)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굵직한 연기자들이 출연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원톱을 받는 배우로 성장한 아라가키 유이(新垣結衣), 토다 에리카(戸田恵梨香)는 물론 모델이자 가수이기도 한 스즈키 에미(鈴木えみ), 모닝구 무스메 2기이며 3대 리더였던 야구치 마리(矢口真里) 등 일본의 여성 연예인들의 풋풋한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남자를 위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문화저널21 / 2012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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