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ize/oTaku

[일드] 정치에 대한 기본을 말한다 - ‘체인지 (CHANGE /チェンジ)’

728x90
반응형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로 문재인 상임고문이 결정됐다. 이미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로 대동단결을 마쳤다. 여기에 지난 1년간 기존 정치의 대안으로 이름을 올리던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의 꽃인 ‘대선’의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또한 대선주자들의 면면이 갖춰지며 각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도 신랄하게 이어지고 있다. 어떤 후보의 출마를 놓고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고, 어떤 후보에 대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인식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라는 단어를 접하며 정의와 원칙보다는 불신과 비방을 먼저 떠올리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정치를 주제로 한 자유로운 드라마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사극에서의 여러 가지 상황과 장면도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입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정치의 이상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라고 크게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경제대국이며 선진국이라는 명함을 달고는 있지만, ‘정치가 얼마나 깨끗하고 발전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일본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의원내각제로 운영되는 일본에서는 이상적인 대통령이 아닌 이상적인 정치인, 정부, 혹은 수상에 대한 드라마가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2008년 2분기, 후지TV에서 방영된 <체인지 / CHANGE (チェンジ) > 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정치가 현실이다


<체인지>는 결론적으로 시골 학교 선생님이 일본의 총리대신 자리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 , 후카츠 에리(深津絵里), 아베 히로시(阿部寛) 주연의 작품이다.

극중에서 아사쿠라 케이타로 등장하는 기무라 타쿠야는 일본 여당의 중견 중의원의 차남이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어 아버지와 의절한 초등학교 교사로 등장한다. 베트남 근교에서 비행기 사고로 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지를 이을 것으로 보였던 형이 함께 사망하며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게 되는 인물이다.

현직의원과 그의 비서나 다름없던 장남의 사망 후 여당은 보궐선거 결과가 다음 총선에 영향을 준다는 점 때문에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차남이었던 아사쿠라 케이타를 후보로 내세운다. 정치가로서의 능력과 경력보다는 집안과 가문이 선거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슬픈 현실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와 무관하고 능력이 없다는 그의 주장에 당은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이 나선다’는 스토리와 ‘초등학교 교사’라는 깨끗한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끝까지 보궐 선거 출마를 고사했지만, 남편과 장남을 잃고 실의에 빠진 어머니가 당에 떠밀려 선거에 나가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그 대신 선거에 나선다. 그는 자신이 낙선하면 더 이상 자신과 가족을 당에서 닦달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당에서 투입한 당중역의 비서인 미야마 리카(후카츠 에리 분)는 선거를 앞두고 모든 전략을 수립하고, 지역에서는 선거 전문가인 선거 플래너 니라사와(아베 히로시 분)를 투입한다. 법치국가에서 얼굴을 맞대고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선거밖에 없다며, 선거는 유일하게 법으로 허용된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니라사와는 20%이상의 지지율 차이를 보였던 아사쿠라 케이타를 맞춤형 전략으로 끝내 당선시킨다. 164표 차이의 역전승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케이타는 사망한 아버지의 뇌물 스캔들에 맞서며 정직과 정면 돌파의 힘을 보여준다. 그는 아버지의 부정을 공격하는 상대 진영과 유권자들에게 모든 의혹을 부인하라는 선거본부의 주문 대신 사실을 인정하고, 아버지 대신 사과를 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필요악도 존재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다. 솔직함과 역전승이라는 호재,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젊은 신진 정치인 아사쿠라 케이타를 전국적인 스타로 만든다. 그리고 ‘국회 왕자님’이라는 별명도 얻는다.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정치를 말하고 정치인이 되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와는 달리 아사쿠라 케이타는 아버지의 뇌물 스캔들을 인정한 것으로 인해 함께 연루되어 있던 당 중진들로부터 처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다. 게다가 국회 등원 첫날 국회 안내책자를 확인해야 할 만큼 그는 국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기본적인 사안부터 비서에게 하나 하나 교육받아야 했던 케이타는 성(性)추문에 휩싸인 총리가 사임을 하며 격동의 중심으로 빠져들게 된다.

임기가 거의 끝나가던 상황의 총리 사임으로 계륵과 같은 3개월짜리 임기의 총리 자리를 두고 당 중역들은 케이타를 내세우게 된 것이다. 이는 내각 지지율의 엄청난 추락으로 다음 총선이 불투명했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실패할 경우 물러나야하는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당 지도부의 책임전가였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총리자리에 오른다. 일본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된 그는 허수아비 총리를 조종해 실권을 쥐려했던 여당은 물론 상대정파와 야당까지 끌어들이는 매력을 보여준다. 그의 무기는 노력과 진정성이었다. 야합과 권모술수가 기본인 정치판에서 그는 약자의 원망에 귀를 기울이고, 모르는 문제에 대해 결코 아는 척 하지 않으며, 자신이 이해할 때까지 공부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지만,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결국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자격에 관한 문제에서도 의원의 품격과 당리당략보다는 상식과 근본을 역설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정치인이 되어간다.

 

정치와 투표는 무엇을 말하는가?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아버지 때의 뇌물 스캔들이 다시 부상하자 그는 끝내 삐걱대던 내각의 총사퇴를 결정한다. 하지만 아사쿠라 케이타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스로 정치인의 모습이 되어 선거에 뛰어들고 시민 앞에 나선다.

그는 ‘선거 때만 머리를 숙이고 당선 후에 모습을 바꾸는 사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말하지 않는 사람’, ‘국민의 행복보다 자신의 이익이 우선인 사람’은 진정한 정치인이 아니며, ‘국민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믿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은 총리대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국민과 같은 눈으로 보고 같은 귀로 듣고 똑같이 일하는 정치인이 되리라 약속하며,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 설 수 있는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2012년의 대한민국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당연한 부분을 수없이 시사해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정치를 통한 변화와 개혁을 꿈꾸지만 현실의 가능성은 믿지 않는다. 그것이 현 세대가 말하는 정치 불신이다. 그래서 해봐야 무가치한 선거 따위도 의미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케이타는 말한다. 정치가 싫으면 투표를 하고, 투표를 통해 바꾸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장일준 역을 연기했던 최수종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은 없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권리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하고,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은 보호받지 못한다”고 했던 그 명대사와 같은 선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대선의 그 날을 앞두고 있는 우리의 유권자들에게도 드라마 <체인지>는 많은 것들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저널21 / 2012년 9월 26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