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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가장 화려한 비극의 주인공을 만난다 …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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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로 ‘작은 요정’이라 불렸던 왕비. 그러나 프랑스 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낭비의 화신이자 반혁명 역행의 죄를 지어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여인. 중세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유럽의 역사에 가장 큰 분기점을 제공한 실존 인물.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공국의 여제였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로 14살에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했던 그녀에 대해서는 역사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우는 정사(正史)의 개념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철없고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던 왕비이며, 차라리 그 사치와 낭비벽으로 인해 자유‧평등‧박애의 시민 사회를 꿈꿀 수 있도록 배경의 악녀 역할을 했다는 것으로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왕비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유와 상반된 의견이 등장한다. 

 

그녀는 신권에 가까운 권력을 구축했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사후 채 1세기도 버티지 못했던 프랑스 절대왕조의 몰락과 함께 정상에서 바닥으로 내쳐진 왕비로서 연민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수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의 주인공이자 뮤즈로 등장하기도 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화려함으로 재현된 18세기의 파리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에 의해 완성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원래 ‘MA’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처음 초연된 작품이다.

 

2006년 초연 당시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이후 독일 브레멘과 테클린부르크에서 상연됐다. 브레멘 공연을 앞두고 약 8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던 이 작품은 이번 공연에서도 당시의 로코코 시대를 재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루이 15세 이후 자리 잡은 로코코 시대는 바로크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웅장함과 장엄한 위압감보다 여성적이고 감각적인 화려함을 자랑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Madame de Pompadour)과 함께 로코코 시대를 대표하는 트렌드 세터였다. 따라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의상과 가발 등 당시의 화려한 패션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약 250년 전의 화려함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관객의 눈 앞에 펼쳐진다.

 

무대 또한,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복식과 베르사유(Versailles) 궁전의 화려함을 그대로 재현하며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다. 호화로운 궁전의 화려한 홀은 물론 가난에 굶주린 빈민 계층의 집단 거주지였던 마레 지구를 대비하여 무대 위로 옮겨 혁명 전야의 신분적 갈등 구조를 웅장한 무대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

 

가공의 주인공, 또 한 명의 'M.A.'

실제의 역사를 무대로 옮긴 만큼 작품에는 실존했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때문에 이 작품은 유럽의 신분제도가 붕괴되고 현재의 시민사회가 발달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의 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확인할 수 있는 180분의 교보재다. 그러나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마그리드 아르노(Margrid Arnaud)만은 역사책 밖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이다.

 

이 작품의 원제 ‘MA’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의 이름 이니셜에서 기인한 것으로 신분의 정점에 존재하던 여왕과 기층민의 고달픈 삶을 살던 여인의 엇갈리는 삶을 통해, 역사가 던진 잔인하고 슬픈 비극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초연을 위해 마리 앙투아네트를 부각시키고 타이틀로 끌어올리며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MA’와 변화를 주었다. 작품을 만든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는 물론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직접 달려들어 각색에 열을 올렸다. 때문에 기존의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사라지기도 했고, 마리 앙투아네트와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힌 인물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들은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MA’의 한국 공연이라기보다 한국에서 초연하는 새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할 만큼 변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하일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는 이번 공연을 위해 지금까지 무대에 올려 지지 않았던 새로운 넘버들을 추가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가 대립하는 구도를 강화하기 위해 ‘더는 참지 않아(Enough is Enough)’를 리프라이즈로 다시 만들어 국내 관객만을 위한 ‘증오 가득한 눈(Hate In your Eyes)’으로 편곡하여 새로운 듀엣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이 밤을 기억해(This Night)’, ‘눈물로도 가질 수 없는 그 꿈(And When We Cry)’,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How can we change the world)’ 등을 아름답고 비극적인 선율로 그려냈다.

 

옥주현·김소현·윤공주·차지연 등 강력한 캐스팅 라인업

남성 중심의 작품이 대세로 떠오른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두 여인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작품이다. 상반된 캐릭터로 등장하는 미리 앙투아네트 역에는 옥주현과 김소연이 캐스팅됐고, 이와 대비되는 역할의 마그리드 아르노 역은 윤공주와 차지연이 맡았다.

 

연출자 로버트 요한슨은 “왕비에서 비참한 추락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옥주현과 김소연의 우아한 매력과 다양한 표현력이 적격”이었다고 설명한다. 또 한 명의 ‘MA’를 맡게 되는 윤공주와 차지연은 풍부한 감성과 강력한 흡입력으로 기저에서 혁명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번민과의 반목을 끌어안아야 하는 마그리드 아르노로 거듭났다.

 

한편 마리 앙투아네트와 관련된 소녀적 감수성에서 영원한 로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악셀 페르센 백작은 윤형렬, 카이, 전동석이 맡았다. 또한 이번 공연을 위해 그 역할이 더욱 부각된 오를레앙은 민영기와 김준현이 캐스팅됐다. 이 밖에도 이훈진, 임강희, 박선우, 문성혁, 김영주 등이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 되며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역사의 무엇을 바라보는가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시대극임과 동시에 최근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 혹은 흥행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의 논란을 끌어안았던 기존의 인기물들과 달리 승자의 역사가 곧 기록되는 역사로 완성되는 인류사에서 거대한 사건보다 인간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정의와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는 메시지는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품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의 질문과 맞닿아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스스로의 방탕함으로 제 3신분의 분노를 자극하여 시민사회의 역사를 빠르게 불러온 촉매였을까? 아니면 각종 난제들 속에서도 미국 독립 전쟁에 뛰어들며 재정 파탄을 맞이했던 프랑스가 필연적인 혁명의 과정을 맞이하기 위해 선택한 희생양이었을까? 

 

유럽의 한 세대와 문화 코드를 이끌었던 ‘요정’이 왕비에서 길로틴의 이슬로 사라지는 과정을 마그리드 아르노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반추하며 슬픈 역사가 그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숨죽인 채 확인할 수 있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11월 1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2014년 10월 31일 <토요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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