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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이유없는 고고학과 믿음의 투쟁 - 'The Last Temp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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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열린 바티칸의 보물전이라는 전시회에 과거의 성당 기사단의 복장을 하고 등장한 괴한들이 난입해 보물들과 고대의 번역기를 강탈해 가는 것으로 시작되어 성당 기사단의 마지막 유물과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 이를 막으려는 신부와 또한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사망하자 범인을 검거하려는 FBI의 이야기를 다룬 2부작 드라마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다빈치코드 2편이라는 글에 속아서 다운받았고, 영화인 줄 알았는데 NBC에서 방송한 드라마였단다. 원작은 시나리오 작가인 레이먼드 커리의 소설이고, 미라 소르비노, 스콧 폴리, 빅토르 가버, 케네디 웰시, 오마샤리프 등이 주연한 작품으로 2009년 작이다. 이 작품은 역사적인 깊이와 배경, 그리고 전체적인 스케일등을 모두 따졌을 때 단 2부작에 그쳤지만 분명 대작이라는 표현을 해야하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칭찬일 뿐이다.


이 드라마는 가장 중심된 키워드는 성당기사단도 바티칸도 그리고 카톨릭의 역사도 아니다. 그저 '거짓말' 하나로 집약된다.


드라마 초반에 바티칸 보물을 강탈한 일당 중 한 명을 용맹스럽게도 잡아낸 주인공 테스는 FBI보다 먼저 알게되는 진실에 대해 줄곧 거짓으로 일관한다. 일단은 고고학자로서의 고대 유물에 대한 집착이려니 하고 넘어가봤지만, 흐름 내내 그녀는 거짓으로 일관하는 게 일상이다. 병원에 쓰러져있던 범인을 수사요원도 아니면서 변장한 채 몰래 만나고 자신의 위치와 관계 없이 주제넘은 거래를 시도한다. 결국 살인 용의자로 FBI에 의심을 받지만 거기서도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일관하고, 이 후 FBI의 협조를 하게 된 후에도 자신이 알게된 사항을 FBI와 나누지 않고 또다시 숨긴 채 혼자 유적을 발굴하러 떠나려 한다.


고고학과 유적 발굴에 대해 잘 아는 바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항상 그러한 행위들이 이러한 거짓과 혼자서 펼치는 원맨쇼로 이루어지는 건지 모르겠고, 절대적으로 저렇게 행동하는 테스라는 인물은 공감을 하기에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그녀에게 항상 휘둘리고 속기만 하는 숀이라는 이름의 FBI 수사관은 여지껏 봐왔던 그 어떤 작품 속의 FBI 보다도 정이 많고 유약하며 무능하다. 이해할 수 없는 거짓으로 일관하는 주인공 테스에게 늘상 속아 넘어가며, 사건 현장에 항상 한 발 늦게 도착하는 매체 속 경찰의 역할에만 충실하다. 심지어 싸움도 못한다. FBI에 돈 내고 입사한 거 같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의 핵심은 성당기사단이 남긴 마지막 보물의 발견이었고, 이를 발굴하려는 고고학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신부, 그리고 그와 상관없이 그냥 사건이 벌어진 후 범인을 잡고자 능력은 없지만 터키까지 무조건 따라오는 FBI 요원의 이야기이다.


성당기사단이 남긴 최후의 보물은 예수의 복음서였다. 고고학자이자 주인공이었던 테스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를 찾으려 했고, 역시 고고학자이자 테스 아버지의 친구였던 빌은 잘못된 종교를 바로잡고자 이를 공개하려 했으며, 신부는 이 복음서가 기독교의 근간을 뒤흔들 파국을 가져올 것이라고 없애려한다.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이를 반드시 찾아내려 했고, 신부는 사람까지 고용해서 관련자들을 죽이는 것도 불사하며 이를 저지하려 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그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그 복음서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예수가 직접 썼다는 그 복음서의 내용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것이 공개되면 기독교가 무너질 것이라는 엄청난 전제를 걸었고, 이에 등장 인물들은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다. 게다가 복음서를 결국 찾아낸 테스는 난파된 배에서 살아 남은 후 마을에서 자신을 치료하고 돌봐준 헌신적인 사람들로 인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는 원론에서 물러나서 "복음서가 성당기사단에 의해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 라는 주장을 하며 "진실 때문에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인다.


이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라고 했던 성경을 뒤집었던 작품 속 신부의 의견과 동조하는 행위였다. 그리고 역사적 발견물에 대해 당연히 공표하고 밝혀내는 것이 고고학자의 의무이지 그를 재해석해서 작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였다. 작품은 그러한 그녀의 행위를 하나의 '정의'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지만, 이미 졸속한 내용은 어찌해도 방법이 없다. 성당기사단에 의해 그 복음서의 내용이 조작되었다고 하더래도 그 자체로 그것 역시 유물인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느냐도 인류의 몫이지 그저 몇명이 자기 논리에 아웅다웅 하며 결정할 사항은 아닌 것이다.


줏대 없는 거짓말쟁이 주인공과 "미드에서 경찰은 수사를 하고 의사는 치료를 한다"는 진리를 깨고 FBI도 본분을 잊고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멍청한 요원, 부상당하고 난파당했어도 유령보다도 대단하게 살아남는 이상한 고고학자 할아버지와 조폭 못지 않은 신부의 뒤로 갈 수록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는 결국, 그 복음서가 성당기사단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을 내고 끝난다. 아울러 무슨 냐용인지도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 존재하지도 않는 위작된 내용의 문서는 '성당기사단 최후의 보물' 이라고 떠받들어졌고, 이것이 공개되면 기독교가 무너진다는 엄청난 전제속에 이를 찾아서 발굴하려는 이들과 막으려는 신부의 사투끝에 짝퉁으로 사라지는 이야기이다. 아울러 그저 기독교의 신화인 이 사안을 두고 "전 세계의 종교가 무너질 수 있는 사안" 이라는 오만한 종교관까지 드러내면서 말이다.


 

전체적으로 스케일만 컸을 뿐,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공감가지 않는 전개,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에 대한 쓰잘대기 없는 다툼으로 결론지어진 이 작품은 참 별거 아닌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으니 조심하자는 택도 없는 생각만 들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왠지 성당기사단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이어지는 서양 종교사의 전설이 이 드라마로 인해 불쌍해졌다는 느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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