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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앞을 내다보는 홍명보 감독, ‘중대한 판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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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월 혹은 10월쯤에는 중대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소신을 앞세워 새롭게 맡은 국가대표팀을 선보이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입에게 결연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지난 6월 말 대표팀 감독에 새롭게 부임하여 한 달도 안 되는 시간동안 선수들을 구성하여 2013 EAFF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 모습을 나타낸 홍명보 감독은 A대표팀 감독 데뷔전이었던 지난 20일, 호주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무승부에도 불구하고 새 대표팀에게는 질책보다 찬사가 이어졌다. 조광래 전 감독 시절 이후 무겁게 대표팀을 짓눌렀던 답답함과 무기력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실망한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말하며, 경기에 뛰는 선수들의 자세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던 홍명보 감독의 장담은 허언이 아니었다.

비록 놀라운 선방을 보여준 호주의 골키퍼 유진 갈레코비치에 막혀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몇 년 간 팬들에게서 요원했던 '과정'의 축구가 대표팀에 의해 만들어지며 전문가들과 팬들은 대표팀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호주와 안타깝게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분명 승리를 기록하리라는 기대도 더해줬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발진을 대대적으로 손봤고,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9명이 바뀐 선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결과는 또다시 0-0 무승부. 경기 자체의 평가는 호주전에 미치지 못했다. 대표팀을 맡은 뒤 첫 승이 갈급한 홍명보 감독의 선수 기용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아직은 결과가 중요한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이 했다. 특히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새로 맡았다고 해서 당장 첫 승과 첫 골이 왜 필요하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개인적인 부담을 터는 것 보다 대표팀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경기에서 득점이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반드시 넣어야 할 찬스를 몇 차례 놓쳤고, 대표팀의 결정력 부재가 다시 한 번 화두에 올랐다. 여기에 홍 감독은 대회가 끝난 후, 9월쯤에 ‘중대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과연 홍 감독이 말한 ‘중대한 판단’은 무엇일까? 홍 감독은 그 판단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득점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볼 때는 몇가지 예상이 가능하다.

포메이션의 변화, 최전방을 비우고 한국식 제로톱으로?


홍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외국의 어느 대표팀의 스타일을 답습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에 맞는 한국식 축구를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홍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최전방의 공격수가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처진 스트라이커나 측면 공격수들에게 꾸준히 기회와 공간을 열어주고, 최전방에서 높이 싸움과 결정력을 보여줘야 하지만 그러한 모습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역대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 스트라이커 들이 그러한 플레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고 평가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최전방을 비우고 제로톱 전술을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 시즌 포항스틸러스의 황선홍 감독도 최전방의 결정력이 살아나지 않자 궁여지책으로 제로톱 전술을 들고 나왔고, 이는 상당히 주효하기도 했다.

이동국-박주영 등 올드보이의 귀환? 손흥민은 과연?


하지만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것은 역시 공격수 자원의 교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번 대회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된 선수들을 현재 대한민국 축구 스트라이커들 중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판단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김신욱-서동현-김동섭 등은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대표팀에서 부침을 겪긴 했지만 여전히 K리그 최고의 공격수는 전북현대의 이동국이다. 선두 울산의 질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김신욱을 제외한 두 명은 여전히 이동국과 비교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김신욱이 높이에서 강점이 있는 것만큼 슈팅력과 최전방에서 이선의 움직임을 살려주는 플레이는 이동국이 여전히 최고의 선수다.

한편, 소속팀 문제로 혼란에 빠지며 긴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도 또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병역과 국적 문제로 비난의 대상이 됐던 박주영을 올림픽 대표로 선발하며 수렁에서 건져냈던 것이 홍명보 감독이었다. 박주영은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보은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홍 감독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소속팀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실전 감각까지 문제가 되는 박주영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손흥민은 원톱으로 최전방을 맡기에는 대표팀과 다소 색깔이 맞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적어도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부딪혀 줄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용한다 하더라도 폭넓게 상대를 휘저을 수 있는 측면이 더 어울릴 수 있다.

손흥민 역시 대표팀이 최근 부진했던 경기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기에, 소속팀에서의 활약만큼의 능력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더 완성도 높은 경기력을 갖추기 위해 박지성을 다시 대표팀으로 부르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홍명보 호에서의 결정력 문제가 패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홍 감독이 선수 개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부분은 그다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사진 : 뉴시스

문화저널21 / 2013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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