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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마지막 날 K리그의 포인트는 ACL 티켓

유럽 축구에서 각국 리그 외에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가 중요한 이유가 결국은 돈이죠. 상금과 수당이 엄청나다보니 그 대회 참가 여부에 따라 구단의 다음 시즌 재정 여건이 달라지니까요... 아시아 축구연맹(AFC)도 유럽축구연맹(UEFA)과 비슷한 생각과 꿈을 갖고 있죠. 꾸준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의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현재 ACL의 수당과 상금 규모는 상당합니다. 우리나라 환율 기준으로 하면 우승 52억, 준우승 26억입니다. 우승 상금이 280억 원에 이르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리그 우승상금 5억, FA컵 우승상금 3억인 K리그에 비하면 어마어마하죠. 게다가 4강 진출하면 3억, 8강 진출하면 2억, 16강 진출하면 1억입니다. 원정 경기 갈 때는 8천만원 지원금이 나오고, 조별 예선에서 경기당 승리 수당 6500만원, 무승부 1300만원이 나오죠. 

 

예전에는 우리나라 프로구단들은 모기업 재정 의존도가 높아(또.. 아시아 대회 상금 규모가 이정도는 아니었고요..) 이런 부분들이 다 부수적인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구단 실제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됐죠.

 

그런데 내년에는 규모가 더 커집니다. AFC가 ACL을 두개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ACLE와 ACL2로 나눕니다. 유럽의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같은 구조죠. 아시아 대회도 2개의 다른 레벨 대회를 치른다는 겁니다. ACLE의 우승상금은 160억원이 책정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ACLE 직행 2장, ACLE 플레이오프 1장, ACL2 1장 등 총 4장의 아시아대회 진출권이 부여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ACLE 직행, 리그 2위팀이 ACLE 플옵, 3위팀이 ACL2에 나가도록 했습니다. 올해 K리그 우승은 울산 현대, FA컵 우승은 포항스틸러스 입니다. 이 두 팀이 ACLE 직행을 확정했죠. 근데 포항이 리그 2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ACLE플옵 진출권은 2위가 아닌 3위팀에게 돌아가고, ACL2는 3위가 아닌 4위팀이 나가게 됩니다.

 

 

현재 K리그 순위입니다. 1위와 2위, 6위가 확정됐습니다. 남아있는 순위는 3,4,5위 뿐이죠. 여기서 아시아대회 출전권, ACLE와 ACL2의 주인공이 가려지고, 5위도 결정됩니다. 12팀으로 진행되는 K리그가 마지막 라운드는 상위 6개팀과 하위 6개팀으로 구분해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으로 진행되는데, 사실상 5위가 되면 하위 스플릿의 9위팀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마무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ACL 진출 여부가 매우 민감한 사항이 됐습니다.

 

 

이제 남은 일정입니다. 딱 3경기 밖에 안남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순위 싸움을 하는 팀 간의 맞대결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미 순위 확정이 된 3팀과 아시아 대회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할 3팀의 경기입니다. 복잡한 경우의 수가 등장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3위는 ACLE 플레이오프 진출, 4위는 ACL2 진출, 5위는 아시아 대회 출전이 좌절되며, 9위와 크게 다를 거 없이 시즌 마감입니다.

 

1. 광주가 이길 경우 (광주 승점 61점)

광주가 이기면 3위 확정입니다. 다른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광주가 ACLE PO에 진출합니다.

 (1-1) 전북이 이길 경우 (전북 승점 60점)

 전북도 4위를 확정하면서 ACL2에 진출합니다. 인천이 5위가 됩니다.

 (1-2) 전북이 비길 경우 (전북 승점 58점)

   (1-2-1) 인천이 지거나 비기면 (1-1)과 결과가 같습니다.

   (1-2-2) 인천이 이길 경우, 인천이 승점 59점이 되면서 4위가 됩니다. 인천이 ACL2에 진출하고, 전북은 5위가 됩니다.

 (1-3) 전북이 질 경우 (전북 승점 57점)

   (1-3-1) 인천이 지면, 광주 3위-전북 4위-인천 5위입니다.

   (1-3-2) 인천이 비기면 양 팀은 승점 동률이 됩니다. K리그 순위는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 순입니다. 따라서 다득점을 봐야 하는데, 현재 전북과 인천이 똑같이 45점입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더 많이 넣은 팀이 4위가 됩니다. 득점도 같을 경우 득실차는 전북이 앞섭니다.

   (1-3-3) 인천이 이기면 인천이 ACL2에 진출하고, 전북은 5위가 됩니다.

 

2. 광주가 비길 경우 (광주 승점 59점)

 (2-1) 전북이 이길 경우 (전북 승점 60점)

   (2-1-1) 전북이 3위가 되면서 ACLE PO에 나갑니다.

   (2-1-2) 인천이 지거나 비기면, 3위 전북-4위 광주-5위 인천입니다.

   (2-1-3) 인천이 이기면 승점 59점으로 광주와 승점 동률이 됩니다. 광주가 인천보다 다득점(+2), 득실차(+7) 모두 앞서 있습니다. 따라서 광주가 4위로 ACL2, 인천은 5위가 됩니다. 단, 인천이 마지막날 경기에서 광주보다 3골을 더 넣으면, 인천이 4위로 ACL2 진출, 광주가 5위로 떨어집니다.

  (2-2) 전북이 비길 경우(전북 승점 58점)

    (2-2-1) 일단 전북은 광주보다 위로는 못 갑니다.

    (2-2-2) 인천이 지거나 비기면, 3위 전북-4위 광주-5위 인천입니다.   

    (2-2-3) 인천이 이기면 (2-1-3)과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다만 광주와 인천이 4-5위 싸움이 아니라 3-4위 싸움을 하게 되는거죠. 전북이 5위 확정으로 아시아 대회에 못나가고, 광주와 인천이 (2-1-3)과 같은 과정에 의해 ACLE 플레이오프와 ACL2 티켓을 나누게 됩니다.

  (2-3) 전북이 질 경우(전북 승점 57점)

    (2-3-1) 인천이 지면, 3위 광주-4위 전북-5위 인천입니다.

    (2-3-2) 인천이 비기면, 전북과 인천이 승점 57점으로 동률이 됩니다. (1-3-2)와 같은 결과가  됩니다.

    (2-3-3) 인천이 이기면 인천이 ACL2에 진출하고, 전북은 5위가 됩니다.

 

3. 광주가 질 경우 (광주 승점 58점)

 (3-1) 전북이 이길 경우 (전북 승점 60점)

   (3-1-1) 전북이 3위가 되면서 ACLE PO에 나갑니다.

   (3-1-2) 인천이 지거나 비기면, 3위 전북-4위 광주-5위 인천입니다.  

   (3-1-3) 인천이 이기면 3위 전북-4위 인천-5위 광주입니다. 

 (3-2) 전북이 비길 경우 (전북 승점 58점)

   (3-2-1) 광주와 전북이 승점 동률이 됩니다. 광주와 전북의 다득점은 광주가 2점 앞서 있습니다. 일단 인천이 지거나 비기면 인천의 5위는 확정입니다. 다득점에서 앞서 있는 광주가 3위, 전북이 4위가 됩니다. 다만 전북이 최종전에서 광주보다 3골을 더 넣으면 전북이 3위, 광주가 4위로 뒤집힙니다. 득실차에서도 광주가 전북에 앞서 있어, 광주가 유리합니다.

   (3-2-2) 인천이 이기면 인천이 3위가 됩니다. 인천이 ACLE PO에 나갑니다. 광주와 전북은 (3-2-1)과 같은 내용을 거쳐서 4위와 5위로 나뉘게 됩니다.

 (3-3) 전북이 질 경우 (전북 승점 57점)

   (3-1-1) 인천이 지면, 3위 광주-4위 전북-5위 인천입니다.

   (3-1-2) 인천이 비기면, 3위는 광주 확정입니다. (1-3-2)와 같은 상황으로 전북과 인천이 4-5위를 다투게 됩니다.

   (3-1-3) 인천이 이기면, 3위 인천-4위 광주-5위 전북입니다.

 

결국 광주, 전북, 인천은 마지막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 아주 묘한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마지막 경기의 결과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울산-포항-대구 중에서... 포항이 갖는 변수입니다.

 

포항은, 

(1) 순위 2위 확정 뿐 아니라, FA컵 우승으로 올 시즌 할 거 다 했습니다. 이미 목표 120% 달성했습니다.

(2) 주력 선수 절반이 부상으로 빠졌습니다.

(3) 모기업 포스코가 20년 넘게 지원을 줄여서 재정이 넉넉치 않고 선수층도 얇습니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 있었는데, "버리는 경기에 내보낼 2군 선수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타이트한 일정에 지쳐 죽어가던 1군 선수들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돈 없다고 외국인 선수 TO도 다 못채웠습니다.

(4) 그 와중에 정규리그+FA컵+ACL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5) 지난 주중(11월 29일)에 ACL 경기를 치렀습니다. 다음 주중(12월 6일)에도 ACL 조별 예선을 위해 중국 우한으로 원정을 떠납니다. 경기 중요성을 따져도, 그저 한 경기일 뿐인 이번 광주전 보다는 비기면 1300만원, 이기면 6500만원을 주는 ACL 예선이 훨씬 더 가치있습니다. 어차피 내년에도 포스코는 지원 안 늘릴거고, 올해 성과를 낸 선수들 연봉 주려면 열심히 돈 벌어야 합니다. 필요한 선수 알아서 사주는 울산, 전북이랑은 다릅니다. 돈 열심히 안 모아 놓으면, 올해 반짝한 선수들도 전부 다른 구단으로 뺏깁니다.

(6) 마지막 경기가 심지어 원정입니다. 시즌 마지막 홈 경기도 이미 끝냈습니다.

 

따라서 마지막 광주전에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서... 심지어 확실한 동기부여로 바짝 독이 올라있는 광주를 상대로 빡쎈 경기를 펼칠 이유가 1도 없습니다. 만약 포항이 그렇게 경기를 지게 되면.... 전북은 우승팀 울산한테 100 대 빵으로 이겨도 ACLE에 못 갑니다.

 

사실 전북과 포항의 관계는... 뭐랄까... 절친까지는 아니어도 특수관계인 정도는 되겠죠? 포항이 우승 문턱의 울산을 잡아챈 게 몇 차례 있었는데,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본 팀이 전북이었죠. 그래서 전북 팬들이 포항을 '영일만 형제'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영 아니네요. 

 

(1) 전북은 올해 포항과 리그에서 4번 싸워서 1무 3패입니다. 

(2) 리그 마지막 맞대결 때 포항의 교체 선수 문제로 인해 기록상 12명이 뛰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전북인 이 경기를 1-1로 비겼고, 몰수패를 해달라고 연맹에 제소했지만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판단은 과거 사례와 해외 사례를 볼 때, 연맹 판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북 입장에서는 짚고 넘어가는게 당연했고요...)

(3) FA컵 결승에서도 포항한테 2-4로 역전패했고, 이로 인해 10년만의 무관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었습니다. 이번 시즌 김상식 감독으로 시작해서 김두현 감독 대행을 거쳐 페트레스쿠 감독까지 3명이 팀을 이끌었는데, 세 명 모두 포항한테 다 졌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만약 마지막 경기에 포항이 주축 선수들 빼고 광주한테 져서 ACLE에 못 나가게 되면... 전북은 올해, 포항 저주 인형이라도 만들어서 대못 박고 싶은 심정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