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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신한은행, 팀 창단 최다연패까지 -1

 

신한은행이 최하위입니다. 개막 6연패를 당했습니다. 신한은행의 개막 6연패는 구단 최초입니다. 신한은행은 창단 후 단 한 번도 개막 후, 1라운드를 전패로 마친 적이 없습니다. 2005겨울리그에서 4연패를 당한 것이 개막 최다연패였습니다. 당시 신한은행은 금호생명과의 백투백 경기를 모두 1점차로 이기면서 연패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신한은행은 또 하나의 고민을 앞두고 있습니다. 창단 후 최다연패 불명예입니다. 신한은행의 최다연패는 7연패입니다. 2017-18시즌에 처음 7연패를 당했고, 6승 29패로 리그 최하위를 차지했던 2018-19시즌, 7연패를 3번 당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개막 6연패, 총 7연패 중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최종전이었던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패했습니다. 연패 기록을 한 시즌으로 묶으면 6연패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현재까지 7연패를 이어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 구단 별 최다연패 기록

> 신한은행 : 7연패

2017. 12. 2 KDB 전 ~ 2018. 1. 1. 우리은행 전(2017-18)
2018. 11. 12 KEB하나 전 ~ 12. 5. KB 전(2018-19)
2018. 12. 27 KB 전 ~ 2019. 1. 24. OK저축은행 전(2018-19)
2019. 1. 30. 우리은행 전 ~ 2. 20. KB 전(2018-19)
2023. 3. 1. 우리은행 전 ~ 11. 26 삼성생명 전(2022-23 ~ 2023-24) / 현재 진행중

> 삼성생명 : 7연패

2013. 2. 16. KB 전 ~ 11. 17. 우리은행 전(2012-13 ~ 2013-14)
2019. 11. 2. 하나은행 전 ~ 12. 13. KB 전(2019-20) 

> 하나원큐 : 10연패

2014. 1. 29. KB 전 ~ 3. 3. 삼성생명 전(2013-14)
[신세계] 14연패 / 2004. 2. 11. 국민은행 전 ~ 3. 30. 삼성생명 전(2004겨울)

> KB : 13연패

2008. 11. 30. 삼성생명 전 ~ 2009. 1. 16 삼성생명 전(2008-09)

> BNK : 13연패

2021. 1. 22. 삼성생명 전 ~ 11. 6. KB 전(2020-21 ~ 2021-22)
[KDB생명] 22연패 / 2017. 12. 14. 우리은행 전 ~ 2018. 3. 7. KEB하나 전(2017-18)
[금호생명] 25연패 / 2000. 6. 13. 삼성생명 전 ~ 2001. 2. 5. 신세계 전(2000여름~2001겨울)

> 우리은행 : 14연패

2008. 12. 29. 삼성생명 전 ~ 2009. 2. 23. 신한은행 전(2008-09)

 


생각보다 잘 싸운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부진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전력 약화입니다. 객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력 구성입니다. 사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즌 전, 리그 프리뷰를 작성할 때, 저는 2021-22시즌부터 꾸준히 신한은행을 하나원큐와 더불어 최하위권으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계속 플레이오프에 올랐습니다. 

전임 정상일 감독 시절부터 이어졌던 철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한몫을 했습니다. OK저축은행 시절부터 과감하게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 안 될 팀한테 힘 빼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정상일 감독은 신한은행에서도 그런 기조로 시즌을 운영했고, 구나단 감독도 애초부터 경기를 버리는 건 아니지만, 흐름상 어렵다고 생각되는 경기에 무리하지 않는 운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상대 팀의 악재도 신한은행에게는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2021-22시즌에는 리빌딩에 들어간 삼성생명이 주저앉았고, 2022-23시즌에는 박지수의 부재로 KB가 무너졌습니다. 삼성생명과 KB는 이전까지 WKBL에서 단 한 차례도 없었던 디펜딩챔피언의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실한 최하위가 존재했습니다. 

 

전력 구성상 바닥을 치고 반등의 여지를 보일 거라 생각했던 하나원큐가 번번이 좌절했습니다. 두 시즌 합쳐 11승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신한은행도 이러한 하나원큐에게 10승 2패를 거뒀습니다. 신한은행 전체 승리의 30% 이상을 하나원큐가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달라진 하나원큐

우선 하나원큐의 반란입니다. 베테랑 김정은의 가세는 팀 결속력을 상당히 끌어올렸습니다. 여전히 하위권 전력입니다. 1라운드 첫 두 경기였던 삼성생명과 우리은행 전은 이겼어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경기를 잡아내지 못하는 약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또한 시즌을 치르며 맞춰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당장 이번 시즌 중위권 판도를 흔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분명, 지난 두 시즌과는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두 시즌 동안 단 11승에 그친 하나원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김정은도 FA 이적 후 ‘팀의 성장’을 가장 큰 목표로 말했으며, 이번 시즌 성적과 관련해서는 ‘일단 10승’이라고 했습니다. 플레이오프까지 가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우선의 목표는 10승 수확과 최하위 탈출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과감하게 ‘선택과 집중’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나원큐는 지난 23일 KB와의 경기에서 초반 16점까지 떨어졌던 점수차를 좁혔습니다. 마지막까지 승부수를 던져볼 수 있는 흐름이었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듯 하자 과감하게 주축 선수들을 뺏습니다. 30분 이상을 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뒤 열리는 BNK 전의 승산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BNK 전에는 하루 휴식 후 낮 경기였지만, 양인영, 김애나, 신지현, 김정은이 30분 이상을 소화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여전히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하나원큐가 반드시 잡아야 할 팀이지만, 지금까지 하던 신한은행의 ‘관리’를 이제는 하나원큐가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악재의 기회' 무산

 

‘경쟁자의 좌초’라는 상대적 호재는 이번 시즌에도 존재했습니다. 이번에도 삼성생명이었죠, 삼성생명은 윤예빈과 키아나 스미스가 초반을 뛸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조수아도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 됐고, 이주연 또한 큰 부상에서 복귀하는 시즌이었습니다. 게다가 주장 배혜윤도 초반 결장했죠. 사실 개막 당시의 가용 전력으로는 삼성생명이 최약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1라운드 3승을 해냅니다. 하나원큐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삼성생명과 하나원큐의 개막전은 하나원큐가 10점 차 정도로 여유 있게 끌고 갔어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3쿼터의 운영 미숙과 주포의 공격 선택 아쉬움, 마지막 순간 김정은의 부상과 마무리 능력 부재 등 고질적인 약점을 드러내며 무너졌죠. 그리고 중심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개막전을 잡아낸 삼성생명은 상승세를 탔고, 1라운드 3승을 했습니다.

신한은행도 아쉽죠. 연패 중 유일하게 아쉬웠던 경기가 삼성생명 전이었습니다.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지만, 경기를 놓쳤죠. 삼성생명은 특별한 큰 부상 변수가 돌발되지 않는 한, 꾸준히 1라운드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겁니다. 신한은행 뿐 아니라, 객관적 전력에서 확실한 우위라 할 수 있는 KB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1라운드에 삼성생명을 잡지 못한 것이 마지막 순위싸움에서 천추의 한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객관적 전력

 

신한은행은 완전히 새로운 팀입니다. 지난 시즌 FA 시장에서 김단비를 놓치면서 과거의 ‘레알 신한은행’과는 완벽한 결별을 했습니다. 팀에서 그 화려했던 기억을 안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신한은행 그 자체였던 김단비가 떠났고, 다음 세대의 중심이 되리라 기대했던 한엄지와 유승희도 없습니다. 김소니아 중심으로 팀을 개편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지금 신한은행 스쿼드의 면면은 나쁘지 않습니다. 김소니아, 이경은, 김진영, 구슬 등은 리그에서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입니다. 다만 디테일하게 따져보면 구성의 허점이 보입니다. 

긴 시간 동안 코트에서 활약하며 경기를 리딩할 수 있는 선수가 있는가? 
이경은이라는 좋은 가드가 있지만, 꾸준히 출전 시간을 관리해야 합니다. 고질적이었던 부상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것 같아 다행이지만, 꾸준히 긴 시간은 무리입니다.

페인트존에서 상대와 싸워줄 수 있는 빅맨이 있는가? 
1군 경기에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빅맨은 김태연 한 명인데, 기복이 있고, 무릎이 고질적으로 좋지 않아 꾸준한 출장이 어렵습니다. 인사이드 장악력은 떨어지는 팀입니다.

3점슛이 필요할 때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슈터가 있는가?
현재 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일단 성공률 30%인 팀이 1위라는 건 표본이 제한적인 초기 데이터라 꾸준히 신뢰할 수 없다고 봅니다) , 믿을 수 있는 슈터가 딱히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김소니아의 폼이 좋지만, 김소니아를 슈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김아름의 결장도 아쉽습니다.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수비의 중심은 있는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에이스가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김소니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신한은행에서 이 모든 역할은 김단비의 몫이었습니다. 김단비의 자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김소니아가 3점슛 44.4%의 고감도 슛감을 자랑하며 경기당 20점 이상을 올리고 8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잡아주고 있지만, 아직은 누구도 김소니아를 김단비보다 부담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일부에서 김단비 이적으로 김소니아를 영입한 것이 이익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몇 시즌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팀 구성원이 대부분 피지컬과 운동 능력이 좋은 선수들입니다. 김소니아는 물론 김진영, 김지영, 김아름은 그런 장점에 저돌적이고 적극적이며,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입니다. 반면, 영리하게 플레이를 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나마 그런 경기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는 이경은이 유일합니다. 김소니아가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신한은행에서는 이경은이라는 존재가 정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은이 없다면 신한은행의 농구는 우당탕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채진도 은퇴했고, 김정은 영입에도 실패했습니다. 이경은이 짊어져야 할 짐이 큽니다.

5위 하나원큐는 김정은 외에도 안팎에 양인영-신지현이 존재하지만, 신한은행은 그런 균형 면에서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팀들은 백코트와 프론트코트의 균형이 맞춰지는데, 이 부분이 없는 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입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센터가 없을 뿐, 김단비-박지현-최이샘이 인-아웃에서 상당한 지배력, 혹은 확실한 자기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한은행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뷰 당시 신한은행에 대해 '선수들이 적극성을 갖고 열심히 부딪치고 상대를 압도하는 운동량을 가져가야 하고, 외곽에서 슛이 꾸준하게 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슛이 터지지 않으면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구성입니다. 경기당 10개 정도의 3점슛이 35% 정도의 확률로 터져줘야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전력과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건은 리빌딩

 

아직 시즌 초반입니다.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상황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신한은행이 이번 시즌, 성적에서 수확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보다 나은 성적을 올린다 해도 유의미한 결과는 아닐 겁니다. 플레이오프는 힘들고, 탈꼴찌 싸움을 하는 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리빌딩입니다. 신한은행에게 리빌딩은 분명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리빌딩이 그냥 주구장창 투입만 하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과거 KDB생명이 10년의 암흑기를 통해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이다연, 변소정, 심수현을 새로운 세대의 핵심으로 여겼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이들에 대해 그렇게 누차 설명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심수현의 트레이드는 다소 뜻밖이었습니다. 신한은행의 가드진이 그렇게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무튼 이들을 리빌딩의 중심으로 잡았지만, 꾸준히 플레이오프 싸움도 병행하고 있어서 무조건 이들에게 기회를 몰아줄 수도 없었습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중구난방으로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코트에서 핵심 선수들과 연동하며 자기 역할을 알아가야 하는데, 이 중심을 잡아줄 김단비의 부재는 더욱 어린 자원들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데 어려움이 됐을 겁니다. 그래서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김정은 영입에 그렇게 간절했다고 봅니다.

변소정이 시즌 아웃 된 부분이 정말 아쉽습니다. 이다연은 이번 시즌,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고, 올해 신인 허유정도 등장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가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시즌 같기도 합니다. WKBL 드레프트 풀이 흐름을 단번에 바꿀 파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년 FA에 좋은 자원이 많지만, 시장에서의 승리도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신한은행의 FA 시장은 결과적으로 실패였습니다. 김단비의 이탈은 예상치 못했고, 오히려 이경은도 놓았었습니다. 이경은이 대승적인 결단으로 잔류하지 않았다면, 신한은행의 현재는 더욱 난감했을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어린 선수들을 키워낼 수 밖에 없습니다.

신한은행은 30일, KB를 만납니다. 여기서 지면 창단 후 최다 연패(8연패)가 됩니다. 이후 일정은 하루 휴식 후 BNK, 그리고 하나원큐(12월 6일), 우리은행(12월 8일) 순입니다. 올 시즌 신한은행에게 쉬운 상대는 하나도 없습니다. 6연패 과정을 보면 ‘질 경기 졌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1라운드 삼성생명 전을 제외하면, 솔직히 승부의 긴장감을 줬던 경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이번 시즌은 가져가는 기조대로 -미안하지만 성적 자체는 좀 내려놓고- 선수들의 가치 있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겠죠. 리그 운영에서는 지금도 철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빌딩 자체가 목적이 되는 시즌에도 최소한의 성적을 요구하는 ‘한국적 리빌딩’이 인내심을 방해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한국에서 스포츠 팀의 리빌딩이 더 어려운 건지 모르겠네요.

 

사진 = 말 안 듣는 이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