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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작년과 같았던 매치업의 WKBL 개막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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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가 지난 일요일 개막해서 모든 팀이 한 경기씩을 치렀습니다. 공교롭게도 개막전 대진은 지난해와 같았네요. 이번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세 팀이 모두 승리를 거뒀습니다. 겉핥기식으로 세 경기를 돌아보겠습니다.

 

우리은행 74(20-16 15-15 11-13 18-20 10-6)70 BNK

김단비 42:46 32P 17R 10A 3BS

박지현 44:08 14P 14R 3A

최이샘 38:58 8P 10R (이상 우리은행)

진안 44:08 22P 15R

안혜지 43:05 15P 9R 11A

이소희 40:37 14R 9R 2A (이상 BNK)

 

작년 개막전에서 초전박살을 당했던 BNK가 선전했지만 우리은행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BNK의 국가대표 3인방이 모두 활약을 해줬다는 부분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김한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작년 BNK는 17승 13패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습니다. 김한별은 이중 26경기에 뛰었습니다.(25경기 선발) 그런데 BNK는 김한별이 선발로 나서지 않은 경기에서는 1승 4패를 기록했습니다. 김한별의 의존도가 크다는 것입니다.

 

BNK는 이날도 김한별이 5반칙으로 나간 뒤 대등하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연장 막판에도 패배를 막기 위해서는 3점슛이 필요했지만 의미 없는 2점슛을 시도하며 사실상 패배를 받아들였습니다. 신인 김정은이 무려 30분 이상을 소화했다는 것과 무려 10명의 선수가 투입되며 가용인원이 늘어난 부분은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결국 주축 세 선수는 연장까지 모두 40분 이상을 뛰었습니다. 많은 로테이션 자원들이 진안-안혜지-이소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김한별이 없는 시간’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김한별의 활약이 꾸준히 이어져도 고민은 남습니다. BNK는 작년-올해 비시즌에 "김한별의 몸 상태가 무척 좋고, 비시즌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생명 시절과 비교해 그런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김한별은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입니다. 게다가 1986년생으로 현 WBKL 최연장자입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정규리그를 완주 할 경우,  플레이오프에서 그 위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규리그의 공백이 있을 때, 플레이오프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죠.

 

김한별이 있어야 가능한 BNK 경기력의 안정감. 시즌 내내 김한별이 이런 역할을 한다면, 오히려 플레이오프에서는 BNK가 원하는 효과가 나오기 힘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시즌 중에 김한별의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몸 상태에 리스크가 많은 김한별이기에 돌발적인 부상 변수도 늘 생각해야 합니다.

 

김한별의 자리를 대신해 줄 카드는 일단 한엄지인데, 아직까지는 BNK에 확실히 적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팀 주력들이 대부분 볼을 갖고 농구하는 스타일이라 볼 없는 농구에 강점이 있는 한엄지를 FA에서 영입했는데, 그 존재감을 아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BNK가 어마어마한 기대를 갖고 김시온을 내보내면서 선택한 신인 김정은의 경우는 프레임이 얇고 당장은 확실한 포워드라고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성장 우량주라고 봐야죠. 개막전부터 과감하게 투입한 걸로 볼 때, 박정은 감독이라면 당분간 기회를 꾸준히 줄 것으로 보이지만, 몇 경기만 지나면 김정은을 공략하는 상대의 작전이 나올 것이고, 수비에서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 고비까지 넘긴다면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은행은 힘든 상황에서도 경기를 잡아내는 변함없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전 같지 않은 전력임도 드러났습니다. 어떤 분들은 박혜진의 공백은 성장한 박지현으로 커버가 가능하다고도 하시는데 박혜진과 박지현의 영역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성우 감독에게 박혜진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감독 데뷔 이후 박혜진 없는 시즌을 구상한 적은 없습니다. 무언가를 눈에 띄게 하지 못한다 해도 박혜진이 코트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릅니다.

 

우리은행은 개막전에서 단 7명만 뛰었습니다. 부상 선수가 나왔는데도 7명입니다. 그만큼 가용인원의 한계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이면 정규리그에서 우리은행이 선두를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김단비, 최이샘, 나윤정 등은 나이, 몸상태로 인해 어느 정도 안배가 필요합니다. 개막전에서 경기에 뛰지 않은 선수들이 빠르게 올라오지 않는 한, 위성우 감독의 시름은 깊어질 것 같습니다. 

 

박지현은 더 성장할 것이고 김단비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은행의 전력은 분명 정상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분명 작년에 비해서는 그 높이가 다소는 내려온 게 분명합니다.

 

유승희의 부상은 최소한 시즌 아웃일 것으로 보입니다. 유승희는 박신자컵 이후 우리은행에서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자원임을 보여줬습니다. 유승희가 없는 우리은행의 베스트라인업은 박지현-나윤정-노현지-김단비-최이샘, 그리고 백업 고아라 정도로 보이는데 전원 포워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박지현이 가드로 분류되고, 김단비도 가드 역할을 할 수 있는 포인트 포워드나 마찬가지지만 실제의 쓰임은 일반적인 가드라고 볼 수 없는 선수들입니다. 결국 유승희의 공백은 박혜진의 빠른 복귀를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을 최대한 길게 여유를 주고자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박혜진은 외과적으로 몸의 어느 부분이 안 좋은 것은 아니기에, 컨디션과 체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실전을 통해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생명으로부터 받아온 이명관이 우리은행 스타일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비시즌에 충분히 준비를 못했다고 해서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삼성생명 67(13-16 15-20 21-12 18-18)66 하나원큐

박혜미 25:53 19P 4R 3P:3/8

이해란 40:00 18P 8R

신이슬 36:48 12P 4R 7A

이주연 32:55 9P 8R 7A (이상 삼성생명)

양인영 38:53 22P 7R 5A 3BS

신지현 35:09 16P 3R 4A

김애나 40:00 13P 14R 4A (이상 하나원큐)

 

이 경기는 하나원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네요. 참 아쉽습니다. 김정은이 친정으로 돌아오며 ‘우선 10승’을 목표로 했는데, 그 결과를 위해서는 이런 경기를 놓치면 안 됩니다. 선수 구성을 떠나 경기 내용을 봤을 때, 하나원큐가 여유 있게 이겼어야 하는 경기입니다. 김정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미숙함이 너무 크게 나타났습니다.

 

삼성생명은 윤예빈, 키아나 스미스, 배혜윤이 뛰지 못했습니다. 하나원큐로서는 배혜윤이 없다는 건 상당한 플러스입니다. 사실 박지수가 있는 KB는 배혜윤이 있고 없고에 큰 영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양인영, 진안을 프론트코트 중심으로 활용하는 팀들에게 배혜윤의 유무는 큰 차이입니다.

 

8점의 리드를 안고 시작한 3쿼터에 굳이 김정은을 아낄 이유가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4쿼터 막판에 김정은이 필요하다는 계산으로 부여한 휴식이었을지 모르지만, 경기 흐름상 3쿼터에 하나원큐가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김정은이 투입됐을 때는 이미 삼성생명의 기세가 올라온 다음이었습니다.

 

신지현의 공격 효율성도 아쉽습니다. 16점으로 분전했지만 이날 야투율이 30%에 못 미쳤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주요 선수들이 체력과 자신감을 모두 잃은 모습이었습니다. 김정은을 부상으로 잃은 것도 아쉽습니다. 김정은은 부상보다 이 경기를 잡지 못한 게 더 아프다고 합니다. 하나원큐가 10승 이상의 승리를 챙기려면 이런 경기는 무난하게 가져오는 최소한의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직은 과도기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가세하면서 하나원큐는 분명 이전에 없던 장점을 장착했습니다. 무게감이 생겼고, 신지현과 양인영이 유기적으로 연동할 수 있는 구심점이 존재합니다. 김정은이 반대쪽 코트에 있다는 것은 상대에게도 엄청난 부담입니다. 지금의 김정은이 박지수(KB)만큼의 효과를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맥없이 흐트러지던 하나원큐의 수비가 김정은으로 인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며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신지현의 효율성도 본인이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가 아직은 잡히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신지현과 양인영, 그리고 정예림 등 기존의 주축들이 김정은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면 영입효과는 반감됩니다. 그런 면에서 김정은의 활용과 자신의 강점 및 역할을 녹여가는 게 필요한데, 신지현이 이 부분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경기를 치르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막전에서는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김시온의 영입도 하나원큐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정확히 김시온의 장점을 설명하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무언가'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약점도 없습니다. 무난하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입니다. 리딩도 가능하고, 슛 거리도 긴 편입니다. 내외곽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고, 가드로서는 매우 좋은 조건의 신장(175cm)입니다. 수비에서는 가드 뿐 아니라 상대 3번, 때에 따라서는 4번도 매치업이 가능합니다. 궂은일도 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클러치 상황에서의 슛 결정력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원큐는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김정은(BNK)에게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지명권 두 장의 스왑딜과 바꾼 김시온이 나쁘지 않습니다. 만약 하나원큐가 2023-24시즌에 반등을 이뤄낸다면, 이후의 지명권 교체는 의미도 없어집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김시온은 하나원큐에게 BNK가 준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개막전이 너무 '기존의 하나원큐 다운' 패배라서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 희망이 있는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확실한 리그 최하위는 아닙니다. 다른 팀들의 전력과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이 최초 목표로 했던 10승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담대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운영을 할 수 있을만큼 분명한 강점이 시즌 초반부터 펼쳐질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봅니다. 분명, 이제는 올라올 때가 됐습니다. 이번 시즌의 모습과 다음 FA 시장의 결과는 하나원큐가 그토록 고대했던 리빌딩과 팀 컬러 극복의 열쇠가 될 겁니다.

 

삼성생명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게 없습니다. 주전 3명의 결장에 강유림도 부진했지만 뜻밖의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박혜미의 득점 지원은 큰 힘이었고 누수가 많은 가드라인에서 신이슬은 자신의 머리 색깔만큼 빛났습니다.

 

사실 신이슬은 삼성생명 입장에서 고민이 많은 카드입니다. 가드 자원에 윤예빈, 이주연, 키아나 스미스가 있고, 백업으로는 조수아가 버티고 있습니다. 어린 김유선도 키워야 할 카드입니다. 삼성생명이 정상전력으로 올라서면 신이슬을 활용할 적절한 시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입니다. 삼성생명이 이명관, 최서연 등을 다른 팀에 사실상 헐값 혹은 무상으로 보내는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예빈과 키아나가 아직 경기에 뛸 수 없고, 이주연과 조수아도 부상에서 회복한 상황이라 신이슬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회를 얻은 신이슬은 개막전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습니다. 신이슬이 이러한 활약을 꾸준히 펼치고, 이해란이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주는 게 지금의 삼성생명에게는 중요합니다.

 

다만 도깨비 팀인 삼성생명이 꾸준히 이런 경기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결장한 세 선수가 빠르게 복귀하지 못한다면 당분간은 신이슬-박혜미-이해란이 하나원큐전과 같은 활약을 꾸준히 보여줘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삼성생명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꾸준함’입니다. 이 부분이 시즌 초반 삼성생명에게는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배혜윤의 자리 고민입니다. 배혜윤은 그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떠나, 어쨌든 삼성생명의 핵심 빅맨입니다. 삼성생명에서 배혜윤의 역할을 오롯이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없습니다. 배혜윤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전혀 다른 농구를 해야 합니다. 점점 무게중심이 배혜윤에게서 이해란이나 다른 선수들에게로 이동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은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본격적인 시즌이죠. 하지만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리딩 가드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윤예빈이 2라운드 쯤 복귀예정이지만, 같은 무릎을 3번이나 수술했기에 조심스럽게 활용해야 할 겁니다. 작은 부상이 아니라 큰 부상으로 결장했던 선수들, 그리고 잔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에  기존과는 다른 색깔로 변화를 가져가는 삼성생명이, 이전에도 갖고 있던 '꾸준함'과 '안정감'이라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한은행 57(24-23 14-16 10-21 9-22)82 KB스타즈

김소니아 32:23 22P 5R 3P:4/10

김진영 32:16 9P 3R 3A (이상 신한은행)

박지수 36:15 30P 21R 5A 3S 3BS

김민정 32:37 15P 3R

강이슬 34:20 15P 6R (이상 KB)

 

개막전 매치업 결과가 모두 지난해와 같았지만 여기에서는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크게 놀라울 것 없는 결과였습니다. 전반은 신한은행이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강팀들이 초전박살로 경기를 끝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결국 승부처에서 흐름을 꺾으면서 결정을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개막전인 만큼 전자의 경우가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한은행은 무려 14명의 선수를 투입했습니다. 정상일 감독 시절부터 선택과 집중에 특화된 팀입니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떨어지고 목표를 리그 4위로 잡았다면 결과를 도모하기 어려울 때는 승부보다는 선수 자체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복이 힘들다고 볼 때 이날과 같이 선수 운영을 하는 경기는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변소정의 부상은 아쉽습니다. 올 시즌 신한은행에서 많은 것을 해줘야 하는 선수이며, 발전 가능성도 기대가 되는 선수였는데 십자인대 부상 우려가 등장해 안타깝습니다.

 

이번 시즌 최약체는 신한은행이라고 봅니다. 사실, 저는 두 시즌 전부터 신한은행이 상당히 불안한 전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원큐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봤습니다. 지난 해 김단비가 이적하면서 이러한 리스크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버텼습니다.

 

일단 하나원큐가 너무 반등에 실패했고, 재작년에는 삼성생명-작년에는 KB가 절대적인 악재 속에 시즌을 망쳤습니다. 신한은행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구나단 감독도 '선택과 집중'에서 성과를 냈습니다. 2021-22 시즌에는 하나원큐와 삼성생명에게 9승, 2022-23시즌에는 하나원큐와 KB에게 10승을 챙겼습니다. 이들에게 거둔 승리가 지난 두 시즌 신한은행이 기록한 승리의 60%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다릅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하나원큐보다 약합니다. 선수들이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성향이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스쿼드에서 장점을 찾기가 힘듭니다. 김소니아가 공격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겠지만, 김소니아의 개인 공격을 지원할 다른 방법들이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수비는 더 문제입니다. 에이스인 김소니아도 수비에 강점이 없습니다. 영악한 선수와 매치업 되면 20점을 넣고 30점을 내주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게다가 팀 디펜스의 강점도 없고,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선수들을 꾸준히 이끌어 줄 선수는 이경은 한 명인데, 이경은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입니다.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팀을 진두지휘할 선수가 코트에 오래 버텨줘야 하지만 이경은에게 30분 이상은 위험합니다.

 

신한은행이 지금까지 해왔던 '선택과 집중'도 애매합니다. 누군가를 선택해서 집중했을 때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난 2년, 시즌 초반을 지나며 리그 최약체는 하나원큐라는 공통된 정서가 있었습니다. 2021-22시즌에는 리빌딩에 들어간 삼성생명의 전력이 불안정했고, 바닥을 치고 올라온 BNK도 초반에는 변화의 과도기를 겪었습니다. 2022-23시즌에는 박지수 없는 KB가 생각보다 더 나약한 모습을 보였죠. 신한은행이 집중할 수 있는 먹잇감이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팀들에게도 신한은행이 우선의 사냥감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릅니다. 개막전에서 하나원큐도 졌지만, 신한은행보다는 부담스러운 전력입니다.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모든 팀들에게 타겟입니다. 절대로 지면 안 되는 상대인 겁니다. 하나원큐가 또 반등하지 못하고 수렁에서 허우적거린다면, 신한은행의 집중 대상이 되기보다는 두 팀의 멸망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김소니아를 괴롭히면서 그의 득점력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가운데 적당히 주고 받는 농구를 하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솔직히 신한은행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김소니아의 공격이 폭발하는 가운데 팀의 3점슛이 10개 정도, 35% 이상의 확률로 들어가줘야 할 거 같습니다. 그 외에는 상대가 자멸하는 거 외에는 딱히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신한은행은 2018-19시즌, 7연패를 3번 하면서 6승 29패로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신한은행 역사의 유일한 꼴찌입니다. 승률 0.171을 기록했던 이 때보다, 저는 지금 전력이 더 불안해보입니다.

 

25점차의 대승을 거둔 KB는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습니다. 강이슬의 외곽은 조금 더 영점이 맞아야 하고 뻑뻑한 흐름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절대전력인 박지수는 신한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습니다.

 

박지수의 몸상태는 여전히 100%가 아닙니다. 공황장애를 여전히 안고 경기를 하는 중이고 회복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안타깝게도 공황장애는 어느 시점에서 완치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 나은 것 같다가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심각한 공황발작이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 지는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모릅니다.

 

다만 박지수는 1998년 생으로 이제 스물 다섯입니다. 신체적인 조건이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박지수는 상대에게 치명적입니다. 오래 전부터 기사를 통해 저는 박지수를 '리그 유일의 비대칭 전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박지수의 성장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고, 선수 본인은 물론 저도 그런 부분을 기대하지만, 지금 상황에 정체된다 해도 박지수는 대항마가 없는 존재입니다. 승률 1할의 팀도 박지수가 가면 우승후보가 되는 것이 현재 WKBL의 전력 구조입니다.

 

이번 시즌 KB의 키워드는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팀'이라는 모욕을 당했던 지난 시즌에 대한 자존심 회복, 그리고 박지수 스스로의 자존심 회복. 이 두 가지입니다. 전자보다 후자가 더 무서운 게 사실입니다.

 

김예진의 영입은 KB에게 상당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김예진의 역할은 3&D로 봐야겠죠. 개막전에서 김예진은 3점슛 없이 6점에 그쳤습니다.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중하위권 전력의 팀을 상대로 할 때 김예진의 가치는 출전 시간을 많이 가져간다는 것 외에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우리은행 같은 강팀, 확실한 에이스가 있는 팀을 상대로 할 때입니다. 

 

174cm의 김예진은 가드와 180cm 이하의 포워드들을 상대로는 확실한 전담 수비수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허예은-심성영 등 기존 가드들의 높이 약점과 강이슬도 공격 대비 수비에 약점이 있다는 점에서 김예진은 분명한 활용도가 있습니다. 염윤아 혼자 가져가던 부담을 나눠가면서 더 많은 시간을 뛸 수 있는 선수죠. 적극적인 수비가 강점이지만 파울이 많다는 점이 약점이었지만 KB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안쪽에 박지수가 있기 때문에 하나원큐 시절보다 본인의 수비 장점을 살리기도 수월한 상황입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채은도 빠르고 적극성이 있어서 수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특히 이소희(BNK)가 스피드와 활동량을 갖춘 선수들이 매치업될 때 특히 고전한다는 걸 생각하면, 동기인 이채은도 상위권을 노리는 팀들과의 경기에서 쏠쏠하게 쓸 수 있는 수비 자원입니다.

 

수비 중심의 역할이지만, 팀의 핵심이 박지수라는 걸 감안할 때, 김예진과 이채은이 3점슛에서 조금 더 높은 확률을 가져간다면 이들의 활용도는 물론 KB의 전력은 현재의 중심(박지수-강이슬-김민정-허예은)은 물론 더욱 다변화된 위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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