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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팬딩 챔피언 KB, 고난의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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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KB가 고난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개막 후 6경기에서 1승 5패다. 1승 5패는 지난 2015-16시즌 이후 7년만에 KB가 받아든 성적표다. 당시 서동철 감독의 부재 등의 악재가 있었던 KB는 시즌 초반 4연패를 당하는 등 1승 5패로 시즌을 시작했고, 이후에는 반등에 성공하며 19승 16패,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바 있다.

 

아무튼,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25승 5패로 정상에 올랐던 KB는 지난 시즌 내내 당했던 패배를 불과 6경기만에 기록했다. 지난 6경기 모두, 상대에게 10점차 이상의 리드를 내주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5번의 패배 중에서 첫 경기였던 신한은행 전을 제외한 4번의 패배는 모두 대패였다. 삼성생명에게 39-37로 전반을 앞섰던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경기에서는 전반부터 지고 갔다. 

 

현재 KB의 득실 마진은 -11이다. 창단 후 최악의 수치다. KB의 득실 마진이 가장 나빴던 것은 2000겨울리그의 -10이고, 그 이후는 2007겨울리그의 -8.5였다. 지금이 그때보다 좋지 않다.

 

 

 

1.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의 KB

KB는 현재, 모든 팀의 타겟이다. 현재 팀 순위를 보면 신한은행까지 4팀이 순위 경쟁 틀을 잡고 KB와 하나원큐가 떨어지는 그림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3승을 거뒀지만, 전력과 경기력 모두 안정감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확실한 상위권 형성은 우리은행-삼성생명-BNK로 보인다. 단, 삼성생명은 이전부터 계속 언급했듯, 전력에 비해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BNK는 분위기를 잘 타는 팀인데 현재는 상승세가 워낙 좋다. 분위기가 꺾일 때 어떤 모습이 나올지는 봐야 한다. 어쨌든 지금은 이 두 팀이 가장 안정적이고 막강한 우리은행과 상위권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은 4위 싸움이다. WKBL이 4강 PO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권 팀들도 일단은 4위를 차지해 PO 티켓을 획득하고 그 이후를 도모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KB의 4위를 바라는 팀은 아무도 없다. KB를 제외한 모든 팀들은 KB의 탈락을 원한다. KB와 4위 싸움을 해야 하는 팀들은 당연히 KB를 잡아야 하고, 상위권의 3팀도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KB다.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박지수지만, 복귀한다면 KB의 전력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지수가 가세할 경우의 KB는 지난 시즌의 우승 전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각 팀의 기본 전력 구성과 현재 상황을 볼 때, 지금 KB가 최하위로 밀린다고 해도 박지수가 합류하면, 상위팀들과의 승차를 한 라운드에 최소 2-3게임씩은 따라잡을 것이다.

 

그래서 KB가 흔들릴 때 아예 박살을 내야 하는게 다른 5개팀의 입장이다. 박지수가 온 이후에도 KB가 PO에 도전하는 것이 요원하게, 설령 가능성이 있다해도 그 목표를 위해서는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KB를 상대로 다른 모든 팀들은 예년과 달리 '꼭 이겨야 하는 팀'으로 설정을 하고 경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2. 옐로 포비아 극복의 기회

다른 5개 팀들은 그동안 KB에게 당한 패배를 극복할 절호의 기회다. 지금의 KB는 박지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걸 떠나, KB라는 팀과의 대결에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지수가 뛴 169경기에서 KB의 승률은 74.6%다. KB가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18-19 시즌 이후에는 전 구단 상대 5할 승률을 기록하며 80.4%의 승률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전을 제외하면 87.7%다.

 

지도자들은 상대에게 미리 겁먹고 들어가서 준비한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남자농구보다 여자농구에서 이런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통합 6연패를 이뤄가던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은행은 그런 아우라를 무섭도록 장착했다.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우리은행이 강팀으로 군림한 이유다. 박지수 가세 이후에도 그런 모습이 잘 안 나타났던 KB도 지난 시즌을 거치며, 그런 강력한 아우라를 보이기 시작했다. 

 

KB에게 시달렸던 팀들은 지금이 KB의 노란색 공포로부터 해방될 기회다. 승패가 결정 나면 대게 어린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기 마련이지만, 다음 경기를 위한 안배와 조절이 필요하지 않다면,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들은 박살낼 수 있을 때 최대한 깨부수고 싶을 것이다. 나중에 박지수가 돌아온 뒤에도 KB를 무너뜨렸던 자신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3. 고전의 원인

당연히 박지수의 공백이다. 그런데 KB는 시즌 전, 박지수의 부재에도 분명 자신감이 있었다. 박지수가 없는 것이 큰 손실이기는 하지만, 박지수 없이도 4강권에는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비시즌 훈련 때, 마냥 희망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연습 경기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은 보여줬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모든 게 꼬였다.

 

시즌 첫 경기였던 신한은행 전은 최악이었다.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가 안 좋았다. 엉망의 전반을 보내고도, 3쿼터에 역전하며 10점차까지 앞섰다가, 강이슬이 퇴장 당한 후에는 그 점수를 지키고 버티는 힘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결국 2차 연장까지 가서 졌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잃고 체력 소모도 컸다.

 

게다가 다음 경기는 하필 우리은행. 한때 28점차까지 끌려가며 대패를 당했다. 우리은행이 더 독하게 했으면 30점차 이상 졌을 경기다.

 

KB는 "박지수 없이도 우리가 리그를 버티는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한다. 반면, 다른 팀들은 "너희는 박지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걸 증명하려 한다. 기존 선수들의 멘탈을 가루를 내겠다는 의지다. 그래야 박지수가 온 후에도 KB가 응집력을 발휘하는 시간이 걸릴테니, 아예 일어설 힘조차 남지 않게 자존감을 탈탈 털어버리자는 의도다.

 

KB는 신한은행 전에서 이겨야 했던, 이길 수 있던 경기를 놓쳤고, 그러면서 본인들이 갖고 있던 자신감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다른 팀들은 본인들의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신한은행 전을 털고 일어나야 했지만 KB의 경기 일정은 좋지 않았다. 이번 시즌, 객관적인 전력이 가장 좋은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을 연달아 만났다. 회복할 수 있는 흐름이 없었다. 하나원큐를 이기면서 반등의 여지를 찾았지만 다음 BNK 전도 정말 불운했다. 이번 시즌, BNK의 슛 감각이 가장 좋았던 경기였다. 초반부터 BNK의 3점이 미친듯이 터졌다. 그렇게 슛이 터지는 팀을 잡기는 정말 힘들다. 하나원큐를 잡고 뭔가 분위기를 바구고자 했지만 BNK한테 융단폭격을 당하면서 끝나버렸다.

 

여전히 일정은 좋지 않다. 이미 우리은행한테 완패를 당했고, 다시 삼성생명과 BNK다. 현재 전력만 놓고보다면 1승 7패까지 가도 이상할 게 없다.

 

4. KB는 주저 앉을까?

이대로 내려앉는다? 가능성이 없진 않다. 초반의 흐름이 너무 안좋고 반등의 기회도 만만치 않다. 회복의 시점은 오겠지만 그 반등이 너무 늦으면 사후약방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전력의 KB가 아주 약팀은 아니다. 박지수 없이도 지금의 트렌드인 빠른 농구를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이에는 여전히 강점이 있다. 그래서 김완수 KB 감독도 포스트업을 활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쉬운 슛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다. 슛이 안들어가는데 리바운드도 못 잡는다. 리바운드 꼴찌다. 6경기에서 상대보다 리바운드에서 앞선 것은 하나원큐 전이 유일하다. 그 마저도 계속 지다가 역전했던 4쿼터 막판과 연장에서 앞선 거다.

 

1번을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의 높이와 포스트업 능력이 장점인데 야투율이 떨어지고, 리바운드가 꼴찌다? 갑자기 오늘부터 슛이 들어가라고 마법을 부릴 수 없기에, 기본적으로 공격 기회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리바운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포스트업과 높이의 강점을 살리겠다고 생각했으면 적극성과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말아야 하는데, 시즌 초반부터 꼬이면서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상대에 밀려다니며 경기를 지고 시작해서, 내내 따라가다가 끝나는 경기가 대부분이다. 강하게 부딪치면서 초반부터 거칠고 경쟁적인 싸움을 할 필요가 있다.

 

KB에게 필요한 것 1승이다. 내용이고 나발이고 그딴 게 지금은 의미 없다. 진흙탕 싸움을 하든, 럭비를 하든, 무조건 어떻게든 1승을 하고 분위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지금 KB는 의지와 집중력이 서로 겉도는 느낌이다.

 

5. 선택과 집중

자존심 상하겠지만, 모든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고 승리를 챙길 수 있는 전력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연패가 길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목표를 위해 버릴 경기를 버리고 이길 수 있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전력 강한 팀과의 경기를 버렸다고 하위권 팀에게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KB가 지금 '닥치고 도장깨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구성에서 본인들의 장점인 높이와 포스트업을 잘 살려낸다고 해도 상성이 맞지 않는 팀들에게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BNK. KB의 높이와 포스트업이 쉽게 먹히지 않을 상대다. 박지수와도 일대일을 했던 김한별이 있고, 진안과 한엄지가 버티고 있다. 높이에서 BNK가 KB에 밀리지 않는다. 앞선에 안혜지와 이소희도 힘이 좋다. 최근 폼이 좋은 김시온도 높이가 있는 가드다. KB가 지금의 강점을 살리기에는 쉽지 않은 상대다.

 

우리은행은 더 말할 것도 없다. KB에게 상성 최악의 팀이다. 포지션마다 포스트업과 높이의 장점을 살릴 부분이 하나도 없다. 구력과 조직력, 경험 등 다른 모든 요소에서도 밀린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지금 가장 경기하기 쉬운 상대가 KB일 것이다. 지금 전력에서 KB가 최고조의 상황을 만든다 해도, 우리은행에게는 대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지수 하나 없다고'라며 KB를 비난할 것은 못된다. 박지수에 대한 비중과 의존은 국가대표에서도 역대급이다.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단체 종목에서 선수 한 명에 대한 의존과 비중이 이토록 높았던 선수가 과연 있었을까 싶다. 국가대표가 그런데 소속팀은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그외의 방법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셀러리캡이 존재하는 종목에서 박지수를 보유하며 그 외의 상황에서도 상대를 충분히 견제할만한 요소를 모두 갖추는 건 사실 쉽지 않다.

 

지난 시즌 4라운드 KB-우리은행 전. 우리은행은 그날 김소니아가 빠졌다. KB를 상대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던 우리은행은 그 약점을 메우지 못했고 28-54까지 끌려갔다. 가장 꾸준하고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도 하나의 구멍이 발생하면 그렇게 무너질 수 있다. 그 경기는 결국 1점차까지 추격했다. 박지수가 2쿼터에 부상을 당하며 후반 내내 못뛰었기 때문이다. 박지수가 끝까지 뛰었다면,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후, 유례없는 대패의 수모를 당했을 것이다.

 

전력 불균형이 생기면 우리은행도 그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박지수의 존재감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모두 보여준 경기다.

 

자주 언급하지만 박지수는 비대칭 전력이다.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KB는 6개 구단 중 유일한 핵 보유국이다. 작년 챔프전 3차전에서 허예은-박지수의 앨리웁 패스에 실소를 보이는 우리은행이 이를 증명한다. 박지수는 알고도 못 막는 대상이다. 그런 선수가 빠지면서 절대적인 균열이 나타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6. 향후 KB

KB는 박지수 복귀 후 승부를 걸 수 있는 승수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은행, 삼성생명, BNK가 승리를 더 가져간다면 6라운드를 마칠 때 4위팀 승수는 12-13승 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KB는 이번 시즌 14-15승을 목표로 잡고, 박지수의 복귀 전까지 몇 승을 거둘 수 있을지를 냉정히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의 순위나 연승, 연패보다는 여기에 촛점을 맞춰서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박지수는 KB의 전력이고 핵심이다. 박지수가 없을 때의 가능성은 냉정히 '쉽지 않다'가 결론이다. 결국은 최고의 전력을 갖추는 시점, 그리고 그 이후의 방향,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기저 조건을 갖추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여유가 없겠지만, 멀리 본 다면, 박지수가 돌아온 후에 안정적으로 4위를 굳힐 수 있는 승수를 계산하는 것도 필요하다. 안정적으로 4위를 확보하느냐,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싸움을 하느냐는 플레이오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삼성생명이 20-21시즌 업셋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거의 시즌의 절반 동안, 사실상 4위를 확정해 놓고 KB와 우리은행의 1위 싸움을 관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지수가 당장 복귀할 게 아니라면, 정규리그에 대한 목표는 최소한으로 잡고, 그 이후를 도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 P.S) 이랬는데 귀신같이 KB가 삼성-BNK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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