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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벚꽃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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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한은행의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이 끝났다. 신한은행은 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2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우리은행에 60-66으로 패했다. 결국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만에 고배를 마셨다.

 

1차전을 버리는 초강수를 던졌던 신한은행의 배수진(背水陣)은 끝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경기 종료 22초전, 56-59로 지던 상황에서 박혜진의 드라이브인을 블록슛했던 한엄지에게 나온 파울콜을 무척 아쉬워했다. 박혜진이 자유투로 성공한 이 2점이 사실상 승부의 향방을 결정했는데, 신한은행으로서는 도저히 파울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 이를 파울로 본다면 이날 경기 내내 나왔던 판정과도 일관성이 맞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경기를 중계한 안덕수 해설 위원은 블록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심판은 몸이 닿았다고 본 것 같다. 심판의 판정이 맞았다고 볼 수밖에 없겠지만, 내가 신한 벤치를 보고 있었다면, 아마 코트로 뛰어들었다가 퇴장 당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아슬아슬한 판정이었다는 것. 신한은행은 그 외에도 4쿼터에 김단비의 공격 과정에서 나온 우리은행 수비에서의 판정 몇 가지에도 나름의 아쉬움을 말했다. (전지적 신한 시점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경기 결과에 불복한 것은 아니다. 이후 나온 박혜진의 3점슛에 대해서는 혀를 내둘렀다. 그 슛을 허용한 한엄지에 대해서도 거기서 더 나와서 슛을 주지 말라고 하기에는 정말 먼 거리였다. 붙었다가는 오히려 돌파를 줄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그 수비를 지적할 수는 없다. 박혜진이 정말 대단하다. 타짜다라고 감탄했다.

 

구나단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은행은 정말 견고하게 농구를 했다. 역시 강팀이고, 좋은 팀이다. 3차전까지 가면 우리가 좀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은행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시즌 마지막 패배의 소회를 전했다.

 

신한은행에게 가장 아쉬웠던 것은 김단비의 컨디션이었다. 체력전으로 만든 접전 상황까지는 신한은행이 의도했던 대로였다. 하지만 마지막 4쿼터에서 일대일을 해결하기에 김단비의 몸은 너무 무거웠다.

 

코로나19 후유증이 컸다고 한다. ‘후일담이니 핑계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신한은행은 김단비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던 선수 중, 가장 심하게 앓았다. 힘든데도 최선을 다해줬다. 정말 잘했다. 이만큼 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2.

선수단이 나가는 1층 복도에는 시즌 마지막 인터뷰를 마친 구나단 감독과 이휘걸 코치가 구단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경기를 마친 양 팀 선수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구 감독, 이 코치와 마주친 우리은행 선수들도 인사를 건넸고, 신한은행 코칭스태프도 챔프전에서 잘 싸우라는 덕담을 전했다.

 

홍보람은 삼성생명 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이휘걸 코치에게 나를 너무 대놓고 적극적으로 버린 거 아니냐? 나 슈터였던 거 잊었냐? 그래도 적당히는 수비를 붙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너무하다며 웃었고, 김정은은 밝게 인사를 하다가 불현 듯 생각난 듯 감독님! ()아름이 좀요!! 나 죽을거 같아라고 성토를 하기도 했다.

 

구나단 감독은 1차전에서 어깨를 다친 최이샘에게 부상 당한 것은 괜찮은지 묻다가 그가 올해 FA가 된다는 걸 기억하고는 .. 계약서 갖고 와야겠다. 싸인 하고 가지 않을래?”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3.

경기가 끝나고 신한은행 선수들은 많이 울었다고 한다. 경기 자체에 대한 아쉬움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경기력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 속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락커룸을 빠져나오면서는 그래도 평정심을 찾은 모습이었다. 부산에서 BNK가 그랬던 것처럼, 신한은행 선수들도 표정이 어둡지는 않았다.

 

신한은행 선수들은 하나같이 구나단 감독에게 시즌이 끝났으니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 김단비가 미디어데이에서 했던 말과 같은 이야기다. 매일 농구 영상과 관련 메시지를 폭탄처럼 보내는 구 감독의 문자 알림으로부터 비시즌에는 해방되고 싶다는 의지였다. 구나단 감독이 당분간 캐나다로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있는다고 하자, “우리 감독님이 저렇게 눈치가 없다. 그냥 빨리 출국하시지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여기에 이휘걸 코치는 내일 웨이트는 오전 10시부터 시작 하겠다는 고급 유머를 시전했다가, 마지막 야유의 성토 대상이 됐다.

 

신한은행 사무국장은 플레이오프를 위해 제작했던 경기장 통천을 바라보며, "아... 정말 디자인이 잘 나왔는데... 근데 이건 진짜 챔프전을 앞둔 예고편이었고, 챔프전에 낼 게 진짜였는데... 그런데 그걸 보여줄 수가 없게 됐네" 라며 살짝 아쉬움을 전했다.

 

4.

구나단 감독이 국내에 체류하는 이유는 FA 때문이다. 챔프전이 끝나면 이틀 후에 FA 시장이 시작되는 만큼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우선 과제는 김단비 잔류다. 신한은행은 김단비에 대해 이름값과 자존심에 어울리는 대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옵션 포함 역대 FA 최고액을 생각해도 되냐는 물음에는 노코멘트였다. 아무튼 팀의 상징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를 충분히 하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다른 FA 선수들을 잡는 부분에 있어서는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일단, 올 시즌 긴급 복귀를 했던 곽주영은 은퇴를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채진도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 한채진은 이번 시즌, 대화 중에도 은퇴 가능성을 내비친 적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채진에 대해, 선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주겠다고 말했다. 구단의 입장을 강요하기보다, 선수가 원하는 바를 존중하겠다는 이야기다.

 

외부 FA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이 있다. 다만 대부분의 선수들에 대해 원소속구단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서, 구나단 감독은 쉽지 않은 한 달이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챔프전에서 어느 팀이 이길 것 같냐고 묻자, 구나단 감독은 아무래도 KB가 전력이나 상황에서 유리하긴 한데, 우리은행도 워낙 좋은 팀이라...”라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뭐 어차피 우리가 경기하는 거 아닌데요 뭐. 아무나 잘 하는 팀이 우승하겠죠라며 웃었다.

 

반면 이휘걸 코치는 단박에 어느 한 팀을 지목했는데... ... 결과가 맞을지 여부는 챔프전이 끝난 후에... 지켜보면 될 것 같다.

 

사진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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