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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선택은 '배수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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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背水)의 진(陣)
강이나 큰물을 등지고 진을 치는 것으로 스스로 퇴로를 없애버림으로 인해, 패하면 곧 전멸이라는 각오로 결사항전, 그야말로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하는 전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에게 완패를 당했다. 신한은행은 5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5-90으로 패했다. 25점차의 대패다. 플레이오프에서 최근 10년간 25점차의 승부가 난 적은 없다. 그전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찾아보기 귀찮아서 포기했다. 그만큼 큰 점수 차의 패배다.

단기전의 첫 경기에서 이렇게 대패를 당하면 사기는 곤두박질친다. 다음 승부는 보나마나 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만은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신한은행은 그다지 내상이 큰 것 같지 않다.

신한은행은 이날 경기에서 김단비, 이경은, 정유진, 김애나, 한엄지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코로나19 후유증 때문이다. 아예 아산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들 중 대부분의 선수가 자가 격리를 마치고 회복중인 상황이지만,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컨디션도 좋지 않고, 선수 보호 차원에서 쓰지 않겠다고 했다. 

상황을 다 떠나서 김단비가 없다는 건 신한은행이 승리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과 같다. 

 

시즌 초반, 김단비가 없는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김단비는 신한은행 전술의 절반이다. 게다가 차라리 KB가 상대라면 모를까, 우리은행을 상대로 김단비 없이 승부를 하는 건 더 승산이 없어 보인다. 스몰라인업에서 외곽이 미친듯이 터지면 박지수를 중심으로 하는 KB의 수비에는 혼란을 줄 수 있겠지만, 우리은행은 그런 쪽에서는 그다지 약점이 없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김단비 없이 나섰다.

 

물론 뜻밖의 선수들이 의외의 플레이로 우리은행의 조직력을 와해시키는 것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이 플레이오프에서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신한은행은 대패를 당했다.

 


신한은행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카드가 오늘 전력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번 시리즈는 싱겁게 끝날 것이다. 1차전에서의 전력이 최상이라면 신한은행이 이번 시리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경험밖에 없다. 이 멤버를 그대로 활용한다면, 2차전에서는 더 큰 점수 차의 패배를 당할 것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시리즈를 내던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신한은행은 애초에 1차전을 버리고, 배수의 진을 친 채로 2-3차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신한은행의 주요 선수들이 자가 격리에서 풀린 것은 4월 3일이다. 컨디션 여부를 떠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훈련할 시간이 하루 밖에 없었다. 회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로 경기에 나서봤자 승리는 요원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한은행은 1차전을 버리고, 7일 열리는 2차전에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 그나마 사흘이라면 김단비, 이경은 등에게 최소한의 시간은 벌어줄 수 있다는 계산이 아니었을까?

5일 벌어진 1차전에서 신한은행의 초점은 상대를 최대한 괴롭히는 데 있었다.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싸우는 느낌이었다. 경기 템포 조절은 없었다. 최대한 빠른 타이밍으로 몰아붙여, 우리은행의 주축들을 지치게 하는 게 목적 같았다. 젊은 선수들은 최대한 빨리, 많이, 거칠게 뛰면서 우리은행을 힘들게 하고자 했다. 

어느 정도 수비 미스가 나와도 신한은행 벤치는 흥분하지 않았다. 적당한 점수차를 유지하면서 경기가 유지되는 것에 상당히 만족하는 느낌이었다.

우리은행 벤치도 당연히 이를 눈치 챘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경기 초반, 평소와 달리 적극적인 선수 교체를 가져간 것은 변칙적인 신한 라인업에 대응하기 위함이 아니라, 초반에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점수를 벌려놔야 신한은행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끌려가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반은 신한은행이 원하는 쪽에 가까운 결과였다. 44-37, 우리은행의 7점차 리드. 이정도면 신한은행에게는 성공이다. 우리은행은 주전을 계속 뛰게 하기도, 그렇다고 빼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흐름은 3쿼터 초중반까지도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앞서고 있으면서도 만족스럽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결국 3쿼터 중반 이후에 승부가 결정됐다. 우리은행이 20점차 가까이 달아났다. 여유 있게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신한은행은 약 25분 정도,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가져갔다.

 


위성우 감독은 경기 후, “어차피 뛰어야 할 시간만큼 뛰었고,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나 코트 밸런스를 잡는데 도움이 됐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전반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은 분명 불만스럽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그런 가운데 김정은의 출전 시간을 19분으로 조절했다. 위 감독은 “몸 상태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지만, 김정은의 출전 시간을 제한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김단비에 대한 맞춤형 대응을 위해서일 것이다.

몸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우리은행이 김단비를 제어할 카드로 꺼낼 수 있는 최강수는 결국 김정은이다. 우리은행의 수비는 팀 디펜스가 강하다는 것이 최고의 무기이지만, 결국 누가 김단비를 매치할 것인가에서는 고민이 생긴다. 만약 김단비가 박혜진, 박지현, 김소니아, 최이샘 중 누군가에게 묶인다면 신한은행의 승리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은 우리은행이 김정은 카드를 꺼내야 하고, 김단비의 궁극적인 일대일은 김정은과의 승부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신한은행은 1차전을 버리는 배수의 진을 쳤다. 그것이 자신들이 이번 시리즈에 던질 수 있는 최고의 한 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상 챔프전은 생각하지 않는 초강수다. 

우리은행은 일단 1차전을 받았다. 무조건 2차전에서 끝내야 하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지금의 흐름상, 플레이오프 통과 자체에 목적이 강하지만, 우리은행은 분명 챔프전에서의 결과까지 노리고 있다. 3차전으로 가면 챔프전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위성우 감독은 챔프전을 6번이나 우승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스스로도 “징크스가 되지 않도록, 꼭 이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두 번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은 모두 이겼다. 2차전과 3차전을 내주며 탈락했었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일단 패를 던졌다. 2차전에 승부를 걸 그의 카드가 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김애나와 한엄지는 2차전에도 출전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는데, 사실인지 연막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김단비의 몸 상태도 변수다. 컨디션 좋은 김단비는 우리은행에게 분명 버겁다. 어쩌면 7일 인천에서 열리는 두 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플레이오프 뿐 아니라 챔프전까지 이번 포스트시즌의 흐름을 결정지을 가장 큰 분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은 오늘도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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