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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전력'을 증명한 KB와 '낯가림'을 극복 못한 B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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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의 반란'은 없었다. 정규리그에서 '1강'의 면모를 보였던 KB가 시리즈의 분수령으로 보였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았다. 청주 KB스타즈는 지난 3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2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산 BNK 썸을 83-72로 제압했다. 초반 접전이었던 흐름은 2-3쿼터를 지나며 KB 쪽으로 기울어졌고, 한때 19점 차까지 벌어졌다. BNK가 4쿼터에 반격을 펼치기는 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협은 되지 않았다.

 

청주 KB스타즈 PO1 3/31 청주체육관 부산 BNK 썸
83 최종결과 72
18 1Q 20
23 2Q 15
23 3Q 13
19 4Q 24
35 리바운드 29
18 어시스트 17
6 스틸 9
1 블록 2
24 파울 15
13 턴오버 8
55.81% 2P% 44.00%
36.36% 3P% 28.57%
91.67% FT% 94.12%
박지수 25:57 29P 8R
허예은 29:16 12P 7A
최희진 30:48 11P 7R 3A 
주요기록 진안 35:46 26P 8R 3S
김한별 35:07 21P 5R
안혜지 35:08 4P 11A 5S

 

 

1. 'Undisputed' 박지수

2년 연속 WKBL 정규리그 7관왕을 차지한 슈퍼스타의 위력은 KB에게는 축복이었고, BNK에게는 재앙이었다. 코로나19를 심하게 알아 1주일간 자가 격리를 실시했고, 격리가 끝난 후 이틀밖에 훈련을 하지 못했다. 6라운드 내내 정상적으로 경기를 뛰지 않아 경기 체력에 문제가 있었고, 허리 통증도 있어 컨디션이 심각하게 우려됐다. 박지수가 정상이 아니라면 KB의 막강한 전력도 그 위력이 반감된다.

 

"경기 감각이나 컨디션이나 정상은 아니겠죠. 그런데 나올거잖아요? 나오면 되는 거예요. (박)지수가 알아서 할 거예요." -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박지수의 컨디션이 어떨지는 문제가 아니지. 나올 수 있냐 없냐가 문제지. 나올 수 있다면 컨디션은 중요하지 않아." - 정선민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 감독

 

내 생각이나 해설 위원들이나 지도자들의 의견에 큰 차이는 없었다. 컨디션이 아무리 엉망이라도 박지수가 코트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자체로 무게감이 다르다. 

 

확실히 박지수의 이날 컨디션은 좋지 않아 보였다. 여자농구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 시작 1시간 30분을 전후에서 코트에 나와 컨디션을 조절한다. 경기 시작 50분 전쯤에 최종 미팅, 경기 시작 30~40분 전쯤에 단체 워밍업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그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개인적으로 몸을 푼다. 

 

박지수는 코트에 일찍 나오는 편은 아니다. KB에서는 보통 김민정이 가장 먼저 나오고, 박지수는 대략 경기 시작 65분 정도를 남기고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보다도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늦었다. 연습 중의 야투도 그다지 좋지 않았으며, 움직임도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컨디션 문제따위는 박지수한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25분 27초를 뛰며 29점. 3점슛 1개 포함 13개의 슛을 던져 무려 12개를 성공했다. 92.31%의 야투율이다. 자유투도 4개를 모두 성공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박지수는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로우 포스트에서 몸싸움을 펼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자기 득점이 필요한 순간에는 높이의 우위를 확실히 이용했고, 진안이나 김한별을 상대로 주저함이 없었다. BNK가 흐름을 가져갈 수 있던 순간에 3점슛과 앤드원 플레이를 만들어내며 맥을 끊었고, 한국 여자농구 역대 최소 센터의 존재감을 아낌없이 과시했다. 

 

WKBL의 압도적인 비대칭 전력. 박지수가 곧 전술이다.

 

 

2. 심장의 크기가 다른 허예은

“확실히 큰 경기에 나서는 대담함이 달라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과감하게 하고, 주눅 들지 않더라고요. 일단 플레이의 주도권을 갖고 할 줄 아는 선수고, 자신감도 남달라요. 당돌한데, 또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빨리 수긍하기도 하고... 가드는 그래야죠. 가드로서 타고난 장점이 정말 분명해요. 웨이트만 더 갖추면 더 무서워질 거예요." - 최윤아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 코치

 

잘하는 선수, 훌륭한 선수보다 더 찾기 힘든 게, 볼때마다 기대를 갖게 만드는 선수다. 허예은이 그렇다. 신장과 웨이트의 열세가 분명하지만 1번으로서 타고난 패스 센스와 대담함은 안덕수 KBSN 여자농구 해설위원이 KB 감독 시절, 허예은을 박지수와 조합을 맞출 야전 사령관으로 낙점하고 선발을 위해 트레이드까지 나섰던 이유다. 

 

학창 시절, 고교 지도자들로부터 "향후 10년간 허예은 급의 가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칭찬을 받았던 허예은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상당한 부침도 겪었다. 하지만 프로 3년 차인 이번 시즌, 확실하게 앞선을 혼자 맡겨도 문제없는 든든한 가드로 성장했다. KB는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허예은을 선발로 내며 박지수 외에 나머지 3명을 모두 포워드로 채웠다. 젊고, 운동량이 많으며, 웨이트에서 한 수 위인 안혜지와 이소희가 붙어도 허예은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허예은은 경기 내내 박지수와 유기적인 투맨게임을 펼쳤다. 현시점 기준, 전 세계에서 박지수를 가장 잘 활용하는 가드임은 틀림없다. 단순히 박지수를 살리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게 아니라, 박지수를 활용하며 자기 플레이도 가져간다. 드리블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패스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자기 찬스에서도 과감했다. 상대 앞선이 정신없이 경기 흐름에 끌려다닌 반면, 허예은은 완급 조절도 하면서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다들 격리 해제 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박)지수언니 몸 상태도 걱정이 되고 했는데, 게임을 하면서 점점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아서,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챔피언으로 향하는 거대한 관문의 출발점에 선발로 나서, 코트에 선 10명의 양 팀 선발 선수 중 막내였던 허예은은 첫 경기 소감에 대해 "신나게 뛰어놀았다"고 했다.

 

"중요한 경기면 더 즐기려고 하고, 우리 팀은 너무 든든한 언니들이 있기 때문에 긴장이 되거나 부담스럽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없어요. 그냥 경기전에는 너무 설렐 뿐이에요."

 

경기를 마치고 기록지를 볼 때, 생각보다 스탯이 너무 좋아 놀라게 하는 선수들이 있다. 반면, "그렇게 잘했는데 기록이 이거밖에 안되나"라고 의아하게 만드는 선수도 있다. 기록 이상을 해내는 선수들이다. 허예은은 대부분 후자의 경우다.

 

갖고 있는 심장의 크기가 다른 가드. KB의 주장 염윤아는 허예은이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해 '타고난 스타성'이라고 했다. KB를 싫어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허예은은 분명 여자농구를 보는 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 수 있는 선수다.

 

 

3. 촌스러웠던 대한민국 최고 슈터

경기 시작 후 8개의 슛이 모두 림을 외면했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슈터였던 강이슬은 뜻밖의 슛 난조에 부딪혔다. 결국 강이슬은 이날 3점슛 5개를 시도해 모두 실패했다. 강이슬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3.2개의 3점슛을 42.9%의 확률로 적중시켰다. 최다 3점슛과 최고 3점슛 성공률 모두 1위. 3점슛을 1개도 성공하지 못했던 경기는 올 시즌 28경기 중 단 두 경기뿐이었다. 

 

"플레이오프 소감은... 아... 진짜... (웃음) 창피하네요. 저희 팀 다 신났는데, 저 혼자 긴장했거든요. 촌스럽게... 다 놀렸어요."

 

강이슬의 강점 중 하나는 큰 경기에 강하다는 것이다. KB는 박지수(센터), 허예은(가드)과 더불어 강이슬(포워드)까지, 포지션마다 큰 경기에 강한 강심장을 보유하고 있다. 

 

"긴장을 아예 안 하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국제대회보다 더 긴장됐어요. 잘하고 싶었나 봐요."

 

강이슬의 슛 난조는 이날 경기 초반, 상당한 변수였다. 시작과 동시에 주도권을 잡았던 KB는 강이슬에게 완벽한 3점슛 찬스가 이어졌다. 강이슬이 정규리그때처럼 이를 놓치지 않았다면, 초반에 승부가 기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팀 내 득점 2위, 리그 득점 3위인 강이슬의 침묵은 경기 흐름이 요동치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강이슬은 3점슛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존재감이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다. 3점슛 외에 다양한 득점 기술을 발전시켰고,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지난 시즌부터는 리바운드 적극성도 달라졌다. 이날도 강이슬은 3점슛이 듣지 않았지만, 중요한 득점을 올리며 BNK의 추격에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KB가 시리즈를 수월하게 펼치기 위해서는 강이슬의 3점슛이 터져야 한다.

 

"(강)이슬 언니가 게임 전에 항상 저한테 와서 장난도 치고 하는데 오늘은 아무 말이 없더라고요. (웃음) 긴장한 거죠!!!! 아... 진짜 촌스러워요. 그런데 언니는 슛이 안 들어가도 코트에 있는 것 만으로 플러스거든요. 오늘도 게임 중간에 자기를 많이 이용하라고 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언니가 2차전 때는 저 어시스트 10개 만들어준댔어요. 언니! 저 꼭 10개 만들어주세요!" - KB스타즈 허예은

 

비록 이 경기에서 3점슛이 터지지 않았지만 강이슬의 슛 감각과 자신감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슛 감각은 문제없어요. 오전에도 잘 들어갔고, 경기 전에도 괜찮았어요. 나중에는 볼 줄이나 느낌도 괜찮아져서 들어가겠다 싶었는데 다 토해내더라고요. 오늘은 날이 아니다 싶었어요. 슛 감각은 걱정 없습니다."

 

4. 정규리그 우승팀의 위력

"박지수로 시작해서, 그냥 KB가 KB했지. 지수 오늘 점프슛 1개 빼고 12개 다 넣었잖아. 그게 말이 돼요? 그리고 나중에는 KB가 KB 했죠 뭐. 그렇게 우승하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자기들이 어떤 팀인지 보여줬잖아요." - 김은혜 KBSN 해설위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는 박지수뿐이 아니었다. 염윤아와 심성영도 몸이 무거워 보였다. 박지수보다는 빨랐지만 막판에 코로나19 확진으로 정규리그를 강제 시즌 아웃으로 마쳤던 선수들이다. 팀 분위기와 컨디션은 확실히 KB가 열세였다.

 

하지만 우승팀의 저력은 확실히 달랐다. 강이슬의 외곽이 터지지 않자, 최희진이 그 역할을 맡았다. 초반 2개와 3쿼터, 상대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3점슛을 꽂아넣었다. 7개의 리바운드를 잡았고, 수비 적극성도 좋았다.

 

올 시즌 KB의 3점슛 성공률은 역대 최고나 마찬가지다. 무려 37.67%. 단일리그 이후 팀 3점슛 성공률이 35%를 넘은 것은 이번 시즌 KB가 최초다.

 

KB에는 외곽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많고 적고를 떠나 올 시즌, 엔트리에 등록된 17명의 선수 중 11명의 선수가 3점슛 성공률 30% 이상을 기록했다.

 

박지수라는 든든한 빅맨이 있기에 외곽에서 던지는 야투에 대한 부담이 적다. 게다가 강이슬이라는 확실한 외곽 1옵션이 있으니 상대 수비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외곽 2옵션들이 존재한다. 심성영(36.67%), 최희진(36.71%)이 대표적이다. 에이스 슈터로 활용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외곽 2옵션이라고 보면 너무 위협적이다. 비교적 외곽이 약하다고 하는 염윤아(41.67%)와 김민정(27.03%)도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수치다. KB는 강이슬의 3점슛은 터지지 않았지만 6명의 선수가 3점슛을 성공했다. 

 

가용 자원들의 위력도 한 수 위였다. 박지수의 휴식 시간을 버텨주는 것이 가장 큰 임무인 김소담은 본연의 역할에 더해 박지수와 함께 뛰면서도 시너지를 냈다. 경기 내내 공격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김민정은 4쿼터에 9점을 몰아넣으며, BNK의 마지막 희망을 끊었다. 

 

KB는 심성영과 허예은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이 공격 상황에서 미스매치를 정말 잘 활용했다. 경험이 많지 않고 수비 노련미가 떨어지는 BNK에게 상황마다 만들어지는 미스매치는 곤욕이었다. 

 

박지수라는 존재 자체의 우위. 앞선 싸움에서 이긴 허예은. 3점슛이 안 들어갔지만 꾸준히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강이슬. 그리고 로테이션마다 제 역할을 해준 선수들과 수비 조직력에서의 우위. 침착하게 상황을 풀어가며 공격 마무리를 하는 능력까지, 전체적인 면에서 KB는 이길 자격이 있었다.

 

 

5. 낯선 플레이오프 첫 경험

“어릴 때는 그냥 머리 박고 너 잘하는 것만 하면 된다고 하잖아요. 자기가 팀에서 맡고 있는 부담이 적으면 그게 돼요. 그래서 (허)예은이는 할 수 있을 거예요. 원래 성향도 그렇고, 팀에 지수나 이슬이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소희는 상황이 좀 다르거든요. 일단 예은이만큼 큰 경기에 대담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예은이는 자기가 하다가 안되면 지수나 이슬이가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근데 BNK에는 (김)한별이가 있긴 하지만, 소희도 자기 역할을 해야만 하는 선수거든요. 그냥 과감하게 하기에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내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없을 수가 없죠." - 최윤아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 코치

 

첫 플레이오프에서 11어시스트 5스틸. 기록만 놓고 보면 안혜지는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기록의 대부분이 언제 작성됐는가를 보면 아쉬움이 있다. 어시스트왕답게 많은 A패스를 기록했지만, 경기 운영의 탄력성에는 아쉬움이 있었고, 플레이의 다양성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자기 공격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었다.

 

공격 자신감 부족은 안혜지보다 이소희가 더 아쉬웠다. 이소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박정은 BNK감독이 평균 20점을 목표로 제시할 만큼 팀의 득점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선수다. 슛 시도도 적었지만 이소희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와 자신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경기 전부터 BNK의 주축 선수 중 플레이오프가 처음인 진안, 안혜지, 이소희가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진안은 나쁘지 않았다. 26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쉬운 슛을 놓치거나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나왔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 범위에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혜지와 이소희의 낯가림은 BNK의 플레이가 답답하게 진행됐던 이유이기도 했다. 백업 선수로 활용한 김시온도 마찬가지였다. 앞선에서 활로를 찾아주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6. 수비의 딜레마

BNK에게 긍정적은 지표도 있었다. 우선 자유투 집중력이다. 이날 BNK는 17개의 자유투 중에서 단 1개 만을 실패했다. 94%가 넘는 성공률이다. BNK의 시즌 자유투 성공률이 65.8%로 리그 꼴찌였음을 고려하면, 이날 BNK의 자유투 집중력은 정말 칭찬받아야 한다. (농담처럼 말하는 평균 불변의 법칙에 의해... 2차전에서는 원래대로 돌아가버린다면 BNK의 2차전 희망은 사라질 것이다...)

 

또 하나는 파울 관리다. 리그에서 가장 파울 관리를 못하는 팀 중 하나인 BNK가 이날 범한 파울은 15개. 자신들의 시즌 평균보다 5개가 적었다. 퇴장은 없었고, KB보다 무려 9개나 파울이 적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오히려 고민이 생긴다. 파울 관리는 잘했지만, 상대에 대한 적극적인 압박과 견제를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BNK는 기본적으로 박지수에게 더블팀을 가지 않고 진안이나 김한별에게 혼자 담당하도록 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박지수지만 혼자서 막을 수 없다는 것만 증명됐다. BNK로서는 어설프게 도움수비를 가다가 KB의 확률 높은 외곽에 오픈 찬스를 주지 않기 위해, 차라리 컨디션이 좋지 않은 박지수를 한 명의 수비수가 맡도록 했다.

 

하지만 박지수에 대한 견제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KB가 만든 미스매치 상황에 대한 대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양한 수비 로테이션을 준비한 것 같은데, 선수들의 전술 이행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 인사이드에 도움 수비를 가지 않았지만 외곽에 오픈 찬스는 자주 열렸다.

 

공격에서 맹활약한 김한별의 활용도 고민이다. 김한별은 35분 7초를 뛰며 21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한별에게 가장 기대했던, 공수에서 박지수의 힘을 소진시키는 플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박지수가 이른 시간 파울 3개를 범하며 수비에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BNK의 공격이 예리하기보다 본인의 컨디션과 경기 감각으로 발생한 상황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쉬었지만 김한별의 체력이 작년만큼은 아닌 것 같다. 박지수가 있든 없든, KB는 수비에서 김한별의 느린 발을 공략하는 모습도 보였다.

 

젊은 선수들이 외곽에서 힘을 실어주지 못하자, BNK는 득점이 필요할 때 '베테랑' 강아정을 투입했다. 하지만 강아정과 김한별이 함께 코트에 있을 때는 수비에서 상당한 약점이 나타난다. 상대 득점을 막고 추격에 나서야 하는데, 줄 점수를 주면서 따라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요지부동의 점수차에 남은 시간만 줄어들 뿐이다.

 

7. 총력전의 성과는?

KB는 박지수의 컨디션이 여전히 제일 큰 변수다. 박지수는 1차전 4쿼터에 고관절 통증으로 교체 아웃됐고, 경기 후에는 목발을 짚고 퇴장했다. 다행히 단순 타박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몸 상태는 당일이 되어 봐야 한다. 컨디션 여부와 관계없이 위력적인 박지수지만, 외과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출전과 움직임 자체에 직접적인 제한이 있을수도 있다.

 

아마도 강이슬의 외곽은 1차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강이슬이 두 경기 연속 3점슛을 모두 실패했던 것은 하나원큐 시절이었던 2020년 12월 13일이 마지막이었다. 강이슬뿐 아니라 KB 대다수의 선수들의 경기 감각과 게임 체력은 1차전보다 더 올라올 것이다. 주전 대부분이 6라운드 막판의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KB는 조금씩 올라오는 그래프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BNK에게는 내일이 없다. 2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2차전이 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 절박함과 간절함을 갖고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BNK의 입장이 동기부여가 될지, 더 큰 부담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홈팬들의 함성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BNK에게 2차전은 1차전보다 분위기나 컨디션 면에서 더 어려운 승부다. 경기가 홈에서 열린다는 것 빼고는 전부 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김한별의 초인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부담을 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승부처에서 김한별의 역할이 필요하겠지만, 그전까지는 진안, 이소희가 적극성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한별을 중심으로만 끌고 가다가는 정규리그에서와 마찬가지로 승부처에서 잡히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또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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