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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1차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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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뜻밖의 일방적인 결과로 마무리 됐다. KB가 시리즈를 3-0으로 끝낼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1차전에서 20점차의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우리은행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경기하는 모습은 최근 10년 안에 처음 본 것 같다.

 

대패를 당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김정은의 출전시간을 조절했다. 신한은행이 플레이오프에서 그랬던 것처럼 1차전을 버리고 2차전 반등의 승부수가 될 수 있을까?

 

확신이 안 선다.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몸 자체가 안 좋아 보인다. 김정은은 확실히 나이를 생각 안할 수 없다. 박혜진은 플레이오프 때도 돌파나 움직임에서 과거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김소니아의 발목과 최이샘의 어깨도 그다지 괜찮은 것 같지 않다. 박지현과 김진희의 낯가림은 없었지만 시리즈 내내 꾸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수비에서의 약점도 여전했다. 백업 멤버도 부족하다.

 

우리은행 못지않게 KB도 선수들을 충분히 안배했다. KB는 강이슬의 2524초 최장 시간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출전 시간 관리가 우리은행보다 더 잘 됐다. 우리은행은 박지현이 3522, 김소니아가 3049초를 뛰었다.

 

2.

KB의 불안요소는 이제 박지수의 몸 상태 하나다. 박지수만 버틸 수 있다면, 우리은행에게 여지를 주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 됐다.

 

박지수의 몸 상태는 정말 좋지 않은 것 같다. 경기 후에도 걸을 때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지속적으로 통증이 있는 것 같다. 공식 인터뷰가 끝난 후에 물어봤더니 정말 안 좋기는 하다고 말했다. KB 코칭스태프도 1차전 경기 중, 투입에 신중했는데 본인이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원래 그런 선수이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은 특히 우승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부상이 악화되지 않고, 시리즈를 마쳤으면 좋겠다.

 

 

3.

중계가 사라진 7분여의 시간. 박빙의 승부가 KB쪽으로 기울던 모습들이 영상에서 사라졌다. 부상으로 나갔던 박지수의 코트 복귀, 그리고 심성영의 활약 등이 사라졌다. 그동안 심성영의 역할이 줄어든 것에 아쉬음이 컸던 심성영의 팬들에게는 없어진 시간이 참 야속할 것 같다. 심성영은 중요한 3점슛과 연이은 스틸 2개를 통해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한 우리은행의 발목에 천근추를 달았다. 짧은 흐름이었지만 임펙트가 있는 활약이었다.

 

4.

허예은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단신 선수들이 수비 과정에서 상대 슛을 저지하기 위해 손을 얼굴 앞으로 내미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 얼굴을 치더라도 테크니컬 파울이 불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허예은의 경우 순간적으로 손을 내민 것이 아니라. 이동 과정부터 집요하게 손을 얼굴 쪽에 갖다 대다가 위험한 장면이 나와서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고 한다. 규정에 의하면 심판이 줄 수 있는 상황이기에 정심이다. 경기 후 허예은에게 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냐고 물었더니 모르고 혜진 언니 눈 찔렀어요...” 라고 했다.

 

이날, 경기 전 중계 오프닝을 위해 코트로 내려왔던 하승진 해설위원은 우리은행 벤치를 지나다가 앉아있던 박혜진과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격려를 했다. 그러다가 몸을 풀던 허예은을 보고는 갑자기 손하트를 날리며 방긋방긋 함박웃음을 날렸다. 그 모습을 박혜진한테 걸렸다. 박혜진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지금 우리 벤치 뒤에서 뭐하는거에요라고 했고, 하승진 위원은 이불킥 하듯 당혹스러워 했다.(심각한 게 아니라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오는 그런 분위기)

 

-> 추가 : 박혜진에게 확인한 결과... 하승진 위원이 본인에게는 "열심히 해. 파이팅"이라고 하고 지나가더니 허예은한테는 "부셔버려!"라고 외쳤다고 함... -_-;;

 

농구가 잘 풀리지 않았던 박혜진으로서는 이날, 허예은이 이래저래 참 성가셨을 것 같다.

 

5.

김소니아가 4쿼터에 허예은을 고의적으로 가격해 U파울을 받았다. 상당히 위험한 파울이다. 김소니아는 열정과 투지가 대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협적으로 팔을 사용하는 선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허예은을 가격한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지난 여자농구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는 팔꿈치 사용에 대해 FIBA의 처벌 기준이 상당히 엄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본과 캐나다의 경기에서 캐나다 선수가 골밑 공략 과정에서 팔꿈치를 썼다고 U파울을 받았고, 이 흐름은 결국 일본의 대역전승에 한 요소가 됐다. WKBL이었으면 자연스러운 동작, 엄하게 봤어도 공격자 파울 이상은 절대 나오지 않을 상황이었다.

 

세르비아와 호주의 경기에서는 호주 선수가 디스퀄리파잉 파울 판정을 받았다. 비디오 판독을 한 심판진은 바로 퇴장을 시켰다. 김소니아의 파울 장면은 호주 선수의 파울과 유사점이 많았다.

 

WKBL은 정규리그 중 엄서이에게 팔꿈치를 휘둘렀던 김단비에게 U파울 외에 사후징계를 내렸다. 김소니아 건도 재정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연맹 관계자는 김소니아의 이날 U파울에 대해 파울을 한 장면은 물론 파울 후의 행동까지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재정위가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6.

. 지상파 중계 관련 기사를 두고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아서 쓴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 뭐랄까... 정말 생각도 못한 이야기다... -_-; 이재명 전 후보가 당선됐으면 같은 상황일 때 썼을거냐는 이메일도 받았다.

 

... 그럼요. 당연하죠. 저희 아버지가 대통령이었어도 썼을 거예요. -_-

 

오늘 다른 농구인과도 통화했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하니 3분 동안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총재가 좌파니까 나 칭찬받으려나라고 자조적으로 물었더니, “총재의 지상파 사랑을 저격했는데 칭찬을 해주겠냐며 깔깔거렸다.

 

기사에도 썼지만, 방송에서 새 정부의 조각을 발표한 것을 속보로 전한 것은 우선순위가 맞다고 생각한다. 지상파이자 공영방송이니 그럴 수 있다.

 

다만, WKBL이 이 중계를 위해 플레이오프 대진의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일정과 시간 변경을 감수했는데, 중계가 토막나버리는 상황이 아쉽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지상파 중계를 위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규리그 몇 경기를 그렇게 진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시즌의 결과를 결정짓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일정이 특정팀에게 확연히 불리해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그럴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WKBL에는 지상파 중계와 관련된 흑역사(?) 혹은 괴담(?)이 하나 있는데, 이건 나중에 상황이 되면 쓰도록 하겠다...

 

7.

경기 후, 박지수는 방송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보였다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허예은과 이윤미가 물을 뿌리며 난입했다. 올 시즌 KBLWKBL에서 인터뷰중 물뿌리는 세리머니가 자주 등장하는데, 아마 그 시작은 박신자컵때의 KB였던 것 같다. KB의 물뿌리기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상황이 정리되면 선수들이 직접 바닥을 닦는다는 것이다. 신나게 물을 뿌려대고 나서는 조신하게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닦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 물을 맞은 박지수는 이윤미를 포기하고 허예은의 물병을 스틸하며 슬쩍 밀쳤다. 슬쩍...? ... 그래 슬쩍. 하지만 허예은은 벌러덩 나자빠졌다. 박지수는 허예은에게 물까지 뿌리며 보복 확인 사살을 했다.

 

박지수는 경기 후, “예은이가 뒤로 넘어져서 놀랐다고 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화사하게 웃고 있다. -_-;;; 허예은은 사진에 발만 나왔는데... 무슨 사건 현장 사진인 줄 알았다.

 

허예은은 사진을 보고 언니, 인터뷰때 울더니 여기서 웃고 있네요. 언니 웃었으면 됐어요라고 했다...

 

... 허예은 승.

 

허예은은 이후 이윤미와 포카리스웨트 대형 수건으로 코드 바닥의 물을 열심히 닦았다...

 

 

8. 

챔프전 이야기는 아닌데, 그러고보니 허예은 건이 하나 더 있다.

 

KB와 BNK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지난 4월 2일 부산. 경기 전, 스트레칭을 준비하던 강이슬이 대뜸 눈을 흘겼다. "기사 봤어요. 와... 진짜... 앞으로 저에 대해서 (허)예은이한테는 물어보지 마세요!"라고 표독스럽게 말했다.

 

1차전 부진에 대해 스스로 쿨하게 "촌스러웠다"고 넘겼는데, 허예은이 "촌스러운게 맞다"고 하면서, 정말 촌스러운 애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긴장했던 강이슬, 대담했던 허예은, 모두가 웃은 KB의 1차전 https://sports.naver.com/news?oid=398&aid=0000057089)

 

강이슬은 "나도 너 나이땐 즐기면서 잘 했거든! 3점슛 막 넣고 그랬거든!"이라고 반박했다며 짐짓 분한 표정을 지었다.

 

강이슬은 '첼시리로 인해 지워진 역사'에 존재하는 하나원큐의 플레이오프와 챔프전때 3점슛 40%의 적중률을 보인 바 있다. (나름 이 시즌의 하나원큐도 기록을 정리해서 '포네그리프'라고 후대에 전해야 할까? -_- WKBL 기록 프로그램에서도 꼭꼭 숨겨졌다....)

 

아무튼 이날 열린 2차전.

 

1차전에서 겁없는 플레이를 펼쳤던 허예은이 주춤했다. 특히 허예은은 68-68 동점이던 경기 종료 27초전, 자유투 2개를 얻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허예은이 자유투를 성공했다면 연장까지 안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1차전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강이슬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23점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승리의 주역이 된 강이슬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참가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후, 복도에서 박지수와 별도 인터뷰를 진행 중이던 나를 보더니 "기자님! 예은이 기사 안 쓰세요? 이거 꼭 넣어주세요! 난 너... 하나는 넣을 줄 알았다! 바짝 쫄아가지고..." 라고 말했다.

 

경기 후, KB 선수들 모두 좋아하는 데 허예은만 울었다는 말이 있었다. 강이슬에게 "속상해서 운 후배에게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누가 그래요? 안 울었어요. 허예은 어린이는 울지 않아요. 우리 예은이는 강합니다"라고 말했다. "허예은 어린이, 살짝 멘붕이긴한데 제가 놀리면서 달래줬는데요? 전혀 안 울었어요"라며, "저는 그 상황에서 그저 예은이를 믿었다는 거죠. 그런데... 하아... 여기까지만 할게요"라고 덧붙였다.

 

그후 나는 기사 정리를 위해 기자석으로 돌아왔고, 서울로 가는 KTX를 예매하려고 했다. 그때 카톡이 왔다. 강이슬이었다.

 

"장난인 거 아시죠? ㅋㅋㅋ 기사쓰심안돼요. 예은이 진짜 울어욬ㅋㅋㅋ" 

 

... 뭔가 허예은은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있는 느낌이다. 선수들에게도, 지도자들에게도 그렇고, 농구 관계자들에게도 그렇다. 정선민 감독도 허예은에 대해 말할때, 상당히 애정이 넘친다. 정선민 감독은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국가대표로 처음 참가했던 허예은, 이소희, 이해란에 대해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허예은에 대해서는 "농구 하는 것도 그렇지만, 훈련할 때 태도를 보면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했다. 선수들에 대해 물으면 항상 진지하게 대답하던 최윤아 코치도 허예은에 대해 묻자, 웃음부터 터뜨렸다. 대표팀에서 짧은 시간을 같이 있었을 뿐인데, 감독과 코치 모두 허예은에 대해 애정이 묻어났다.

 

다른 농구인들도 거의 비슷한 생각이었다. "지도자들이 허예은을 예뻐하는 것 같다"고 말을 꺼냈을때 "왜?" 라는 반문은 없었다. "안 예뻐할 수 있겠어요?"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좋겠다. 예쁨 많이 받아서...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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