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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원칙’ 이상의 명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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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영의 간판 박태환에게 끝내 16개월의 자격정지가 내려졌다.


박태환은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까지 날아가 국제수영연맹(FINA)의 도핑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여 선처를 호소했지만 금지 약물을 복용한 부분에 대한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자격정지와 함께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6개의 메달도 모두 박탈당했다.


그런데 징계 처분 이후 국내의 반응이 이상하다. 박태환이 징계를 받았다는 것보다 박태환이 2년 징계를 피하게 되면서 다음 올림픽에 나서서 명예회복을 할 기회가 생겼다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사실 현행 규정대로라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하다. 대한체육회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에 대해 징계 만료일로부터 3년간 대표선수로 활약할 수 없다고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명시해 두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20193월까지 국가대표로 뛸 수 없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FINA의 징계가 확정된 순간부터 이러한 대한체육회의 선발 규정이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중징계라며 대한체육회의 규정이 잘못되었고,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수영계 내부에서도 규정을 바꿔서라도 박태환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중이다.
 
분명이 무엇인가가 어긋나있다.
 
공정하고 공평한 스포츠맨십이 기저에 존재해야 할 스포츠에 만연한 차별의 모순이다. 최근 박태환의 징계가 도마 위에 오르며 또 다른 수영 선수인 김지현의 사례가 논란으로 등장했다.
 
국내 배영의 1인자였던 김지현은 지난해 5월 감기약 처방을 받았다가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되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2년의 자격정지를 받았고, 끝내 입대를 선택했다. 김지현은 감기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의사의 실수로 클렌부테롤성분을 투약 받았다.
 
이 부분은 해당 의사가 청문회에 직접 출석해 증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김지현은 당시 대회 출전도 예정되어 있지 않아 무리해서 약물을 복용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KADA는 무관용 원칙으로 가장 강력한 징계를 결정했다. 박태환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국민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박태환은 김지현과 달리 아시안게임 출전이 목전이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왜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치료가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의 분위기는 박태환 구하기에 매몰되어 있다. 박태환 측의 모든 주장이 옳다 하더라도, 큰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경솔했던 자기관리와 수영연맹 및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수관리에 큰 오점을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차별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 , 권력, 명예 중 그 어떤 것이든 이미 갖고 있는 이에게는 심판과 결정의 잣대가 관대하고,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지나치게 엄정하다는 불만이 계층 간 갈등의 주범 중 하나다.
 
정치권과 각종 사회 문제에서 신물 나게 보아온 후진적인 행태가 스포츠의 순수함과 공정성마저 집어삼키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당연한 명제라는 것이 그 어떤 판단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2015년 3월 25일 토요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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