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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의 어설픈 발언, ‘선무당이 동북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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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동북아시아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중일 3국이 모두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내뱉었다.

셔먼 차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7,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가 개최한 미국 정부 동북아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한중일 과거사 논쟁과 관련하여 민족감정은 악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이해는 가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동북아 지역에 과거사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인식과 대응에 더 불만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로서는 당연히 불편하다. 아니 불쾌하다. 취임 이후 수없이 해외 순방을 다녔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외교 능력이 이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지에 대한 자괴감은 물론 다른 민족과 국가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이 지경에 이른 인물이 미국의 요직에 올라있다는 부분도 개탄스럽다.
 
사실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역량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다. 또한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부쩍 중국과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 정부의 행보도 눈에 차지 않는다.
 
대선 후보 시절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시절 이름이 공개되는 등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행적 논란이 불거졌던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한 반응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강경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했으며 일본 총리와의 단독 회담을 여전히 미루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며 역사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에서 중국과 공조하여 일본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오히려 실리적으로 이에 맞섰다.
 
일본은 불편한 관계였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실질적인 후원을 배경삼아 외교적 위기를 넘어섰다. ‘아베노믹스로 불린 독단적인 엔저정책또한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치적 고려가 있었기에 통용이 가능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인면수심의 태도를 보이는 일본 정부가 국제 여성 인권과 관련해서는 최첨단에서 노력하겠다는 표리부동의 모습을 견지하고 있으며, 군국화 문제로 동북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반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에게는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런 일본이 어찌 예쁘지 않겠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자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민족 간의 문제에 대해 함부로 입을 놀린 셔먼 차관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음에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3500여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았던 2001년의 911테러에 대해 중동 정책에 대한 문제를 야기했던 미국 정부의 문제도 있다며 양비론을 제기한다면 미국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911테러는 전세계를 상대로 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엄청난 테러이며 도발이었지만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인류사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의 한 축이며 유럽과 달리 공식적인 사과와 정리가 끝나지 않은 논란의 연장선이다.
 
나치와 파시스트와는 달리 욱일기에 대해서는 한마디 정상적인 발언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어줍지 않게 동북아 문제에 대해 중재자인양 나서 양비론으로 교통정리를 하고자 하는 모습은 역사 인식이 부족한 자들의 몰이해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 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3월 2일 토요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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