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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無知)를 드러낸 높으신 분들의 참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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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를 보면 입을 열어 천 냥 빚을 갚은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를 경악케 만들었던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요를 줄이겠다는 발언을 대안이라고 발표하며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다른 직장이 있는 주부와 전업 주부의 갈등을 촉발시키면서 사회 대통합을 외쳤던 정부가 사회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소위 싱글세와 관련해 기혼과 미혼의 갈등을 부추기는 등, 정치인들과 고위급 관료들은 나라의 녹을 먹는 이유가 입만 열면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는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이는 문 장관만의 문제는 아니며 역대 정권에서 늘 발생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불편한 것이다. 취임 이래 지금까지 꾸준하게 인사 참사논란에 허우적대는 정부인만큼 당연한 결과라 할 수도 있다. 인물의 자격이 부족하니 그 발언에 국민을 헤아리는 깊이가 있을 리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 문제다. 웃어넘길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공인이며 국가수반이라면 최소한 지켜줘야 할 선이 있다. 그것이 국격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다. 누구도 대통령이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를만한 것은 모르면 된다.
 
박 대통령은 이미 영화 국제시장에서의 국기에 대한 경례장면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발언으로 빈축을 산 바 있다. ‘공감능력 결여라는 여론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서둘러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뉴스로 접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공감능력 결여 대신 무지(無知) 혹은 몰이해(沒理解)를 택한 것이다.
 
지난 26, 올해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임종인 안보특보가 제주도에서 고급커피를 재배할 수 있다고 말하자 망고도 우리나라에서 기를 수 없다고 했는데 맛있는 망고를 제주도에서 기를 수 있게 됐다고 한다사람의 능력이라는 게 불가능이 없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당황스럽다. 망고는 열대과일이다. 열대 혹은 아열대지방에 분포한다. 제주도에서 기를 수 없던 망고의 제배가 가능해진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제주도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은 불가능이 없는 사람의 능력이라고 칭했다. 지구 온난화를 이끈 환경파괴도 사람의 능력으로 본 것이라면 이는 상당한  ‘창조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재배 작물을 개발한 제주도민의 능력을 치하한 것이라고 포장할 것인가?
 
문 장관의 발언 역시 전업주부와 사태의 본질에 대한 무지가 문제였다. 국민과 전문가들은 서민증세라고 지적하는 부분을 집행하는 이들만 아니라고 하는 것도 서민경제에 대한 무지가 원인이다.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말해야 하는 이들도 괴롭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고통은 더욱 크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항상 불통이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대통령의 모습은 정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 이명박 정부가 소위 사자방으로 압축되는 부실비리정부로 각인되는 것처럼 이번 정부는 벌써부터 불통정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를 아무리 개선하고 싶을지라도 무지를 소통하고자 하는 배려는 사양하고 싶다.
 

국민은 이미 연말정산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하다

2015년 1월28일 <토요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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