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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특별시' 청주가 증명한 '팬프랜들리'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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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시작한 새 시즌에 2연승 이상을 해본 적 없던 청주 KB스타즈가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4연승을 구가하며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분 좋게 맞았다.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신음하던 서동철 감독이 지난 달 31KDB생명과의 경기를 앞두고 부상과 모든 액운은 2014년에 두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현실이 됐다.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뿐이었던 신한은행과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던 KDB생명에게 연패를 당했던 KB3위 경쟁 라이벌인 삼성에게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고, 이후 세 경기에서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12일 청주에서 벌어진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거둔 역전승은 의미가 크다.
 
선수들의 의지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나 3경기 연속으로 10점차 이상 뒤지던 경기를 뒤집은 것도 주목할 점이지만, ‘여자농구 특별시로 거듭나는 청주시의 힘을 보여줬다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2쿼터 한때 12점까지 벌어졌던 12일 경기에서 KB는 꾸준히 따라붙으며 추격전을 펼쳤고, 그동안 기대에 못미쳤던 쉐키나 스트릭렌이 3쿼터 막판 원맨쇼를 펼치며 승부를 박빙으로 몰고갔다. 스트릭렌의 3점 버저비터로 3쿼터를 40-41로 따라붙은 KB는 우리은행의 저력에 밀려 마지막 4쿼터에서도 쉽게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그러나 230초 만에 터진 홍아란의 3점으로 동점이 만들어지자 경기 내내 이어진 KB의 추격전을 응원하던 홈 팬들의 열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WKBL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에서 뜻밖의 턴오버가 속출했다. 변연하의 날카로운 패스를 비키바흐가 마무리 하며 역전에 성공하고, 다시 홍아란의 과감한 돌파가 연결되자 청주실내체육관의 분위기는 챔피언전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280명의 신입행원들도 힘을 보탰다. 관행처럼 경기장을 찾는 회사 측 응원단이 기존의 농구팬과 섞이지 못하고 그들만의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과 달리, 이날 신입행원들의 함성과 응원은 WKBL 최고를 자랑하는 청주 농구팬들의 열기와 함께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경기 종료 5분 무렵. 근소한 리드를 지키던 KB에서 에이스 변연하가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현란한 스텝백 3점을 성공시키자 열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청주 아이돌로 통하는 홍아란이 몸을 던지는 돌파로 드라이브인을 올려놓자, 다시 맏언니변연하가 3점으로 우리은행의 예봉을 꺾었다.
 
KB는 이후 정미란-강아정이 연달아 3점을 꽂으며 KB 특유의 무자비한 외곽 능력을 과시했고, 팀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리바운드에서도 비키바흐와 어린 김민정이 활약하며 우세한 지배력을 과시했다.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있는 청주 실내체육관의 함성 속에서 KB는 마지막 4쿼터에만 31점을 쏟아 부으며 선두 우리은행을 격침시켰다.
 

그리고 선수들의 활약을 이끈 중심에는 경기장 분위기를 통해 완벽하게 원정팀을 압도한 홈 팬들의 어마어마한 성원이 있었다. 승부처에 연달아 터진 KB의 3점슛과 평소답지 않은 실책이 나온 우리은행의 4쿼터는 실력 이상의 기세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 10분이었다.

경기 전, “청주의 팬 열기가 대단하지만 챔피언 전을 2년 연속으로 거치며 이제는 선수들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던 위성우 감독도 이날 청주 실내체육관의 열기에는 혀를 내둘렀다.
 
선수들은 잘했고, 또 열심히 했다. 외국인 선수 매치업을 역으로 가져가며 승부를 내보려고 했던 내 잘못이다라고 패인을 분석한 위 감독은 한편으로 “3점슛이 40% 넘게 성공시키는 팀을 상대로는 사실 이기기가 힘들다고 말하며 체육관 분위기 또한 하루 종일 게임해도 이길 수 없는 날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오늘만큼은 선수들 모두를 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한 KB의 서동철 감독은 이날의 경기장 분위기에 대해 감독인 나 스스로도 흥분이 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팬들의 성원을 받아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 또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 다른 구단 모두가 부러워하는 홈 열기의 진수 속에 경기를 마친 후 변연하는 이러한 팬들의 열기 속에 경기를 하게 되면 분명히 힘을 받게 된다. 특히 오늘처럼 분위기를 탔을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고, 홍아란 또한 당연히 팬이 많은 경기가 더 힘이 나고 결과도 좋은 것 같다고 화답했다
 
지난 2011년부터 청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KB스타즈는 연고 정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플로어석으로 팬들이 선수들의 경기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고, 다양한 팬프랜들리 정책으로 지역팬들의 관심을 높였다. 올 시즌에도 스타즈 라운지를 선보이며 플로어석 팬들에 대한 서비스를 더욱 높였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연간 10경기 정도의 경기만 치를 뿐, 프로스포츠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청주시민들은 이러한 KB스타즈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연간 유료관중을 명확하게 집계하지 않는 여자농구지만, 지난 시즌 KB스타즈의 유료관중 수는 나머지 5개 구단의 종합보다도 많았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KB스타즈는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WKBL 프런트 상을 수상하고 있다.
 
WKBL 대부분 구단의 사무국 운영은 순환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이 2년 정도를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는 것과 달리 KB스타즈는 황성현 농구부장과 정상호 팀장 등 주요 프런트 실무자들이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 스포츠 마케팅과 여자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이러한 기틀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 시즌 연고지를 인천으로 옮긴 신한은행 역시 KB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성공적인 연고지 정착을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신한은행 측은 도원체육관에서 청주의 열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프로스포츠는 팬과의 공생을 통해 발전하며,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기반은 지역 연고의 활성화다. 우승이라는 성과적 목표에만 집착하지 않고 저변 확대와 궁극적인 스포츠 발전을 위한 지향점을 포기하지 않은 KB의 노력은 WKBL에서 가장 튼튼한 지역 연고를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성적 이상의 감동을 추구하는 프로 스포츠의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며 청주 실내체육관의 함성으로 보답 받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를 경계하며 프로 스포츠와 사회 체육의 끈끈한 연대 및 궁극적인 스포츠의 발전을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12일 경기에서 울려퍼진 청주실내체육관의 함성은 좋은 교보재가 되었을 것이다.

2015년 1월 13일 <토요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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