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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민 대통합’ 위해 '발언의 도'를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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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일 이상을 끌어오던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결정됐다. 헌법재판소가 법무부의 청구를 인정하고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정치적으로 곤란한 입장에 놓여있던 박근혜 대통령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만약 헌재가 통진당의 해산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집권 이후 꾸준히 이어진 악재에 청와대와 정부는 더욱 난감한 처지에 놓일 뻔 했다. 그러나 통진당의 해산이 박 대통령과 정부에게 마냥 국면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진당의 해산이 결정되며 이번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박 대통령이 어느 정도는 자초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으로 비화된 정윤회 사건과 관련하여 진상규명보다 국기문란이라는 말을 앞세우며 유출에 대한 책임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여론은 들끓었고, 보수진영과 새누리당에서 조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본말전도라며 잘못을 지적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말하며, “국민 여론을 모르고 있으며, 권력으로 누르면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은 찌라시에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지난 정권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하여 증권가 찌라시를 참조했다고 말한 전례를 보자면 이를 통해 한동안 정국을 흔들었던 여당은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수사를 받은 뒤 자살을 선택한 최 경위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결론을 내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욱이 검찰과 경찰은 최 경위의 자살과 관련하여 수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유가족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며,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최초 발표내용도 뒤집어지는 등 스스로 신뢰를 잃을만한 행보를 걸었다.
 
통진당 해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헌재의 대법관 구성 자체도 보수적인 법관이 대부분 자리를 잡아 해산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는 결론이 나왔다. 외신들은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영국의 BBC는 로젠 라이프 국제엠네스티 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보도했으며, AP통신은 군부독재를 겪은 한국에서 또다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며 좌우 진영간 정치 대립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모호한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다른 정치적 견해를 탄압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을 헌재의 법리적인 해석보다 정권의 영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권의 위기 돌파용 카드였다는 국내외의 비판 속에 세계 각국 헌법재판기관의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도 헌재에 이번 해산심판 결정문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직접 나서 이번 헌재의 결정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굳이 평가를 내렸다.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선을 넘어 대통령이 원하는 판결을 헌재가 내려줬음을 스스로 밝혀 더욱 논란을 부추긴 것이다.
 
청와대는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언론 때문에 밝힌 것이라고 전했지만, 이번 정부가 언론과 여론에 보여줬던 태도를 감안하면 쉽게 수긍하기 힘든 설명이다.
 
정부로서는 합법적 절차와 사법부의 판단에 청와대 입김을 의심하는 사회가 불만일 수 있다. 그러나 의심은 사회와 제도가 발전하는 데 기본적인 요소이며 부정적인 의심이 촉발된 원인으로부터 현 정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기록적인 공약 미이행으로 인해 공약(公約)’공약(空約)’으로 만들었고,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었던 안전한 대한민국은 건물이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는 참사로 퇴색됐다. 사태 수습과정에서도 국민이 배제되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세월호 참사이후 통진당 해산까지 동서분열과 세대 간 갈등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으며 정치불신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정권이 강조했던 대통합은 이번 정부에서도 요원해 보인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의심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모독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분개했지만, 대통령 본인도 국민 앞에서  발언의 도를 지켜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갈등이 고조될수록 지지층의 실제 투표 인구에서 앞서는 정부와 여당이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가 이러한 계산과 전환 국면을 위한 카드로 국민 분열의 단초를 무릅썼다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정치권이 당리당략과 대통령 개인의 명예보다 하나 된 대한민국을 위한 사명에 더욱 높은 가치를 두고 있음을 믿고 싶은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이며, 아직까지 이 정부가 3년이나 남았기에 일말의 기대를 버리고 싶지 않은 간절한 소망이다.

2014년 12월 23일 <토요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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