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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포퓰리즘 … '모르면 말이나 말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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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기 시작하면 후보로 나선 이들은 일제히 상대방의 공약을 두고 실현 가능성문제를 제기한다. ‘포퓰리즘논란도 증폭된다.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펼치는 이러한 공약 남발에는 기록적인 공약 미이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이번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선후보 당시 발표했던 공약으로 인해 상당한 논란이 된 바 있다. 가장 먼저 공약을 발표하며 집권당의 대선 후보로서의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박 대통령의 당시 공약은 진보적인 정책 위주로 구성되어 오히려 기존의 보수계 인사들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과 약속했지만 문제가 있다면 진행하지 않는 게 맞다는 정당성을 내세워 정치인의 공약(公約)’은 그저 공약(空約)’에 불과하다는 정치 불신만 더욱 팽배하게 만들었다.
 
집권 이후에도 대통령이나 정부의 모습은 과히 다르지 않다. 공약으로 남발하던 어폐를 이제는 정책으로 대신하고 있다. 야권의 진보적 정책에 대해 현실성을 무시한 포퓰리즘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던 여권에서는 특히 내용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해 소위 지르면 그만인 정책과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29,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고용기간을 채운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이 안 될 경우 기업이 별도로 이직수당을 주도록 했다. 여기에 정규직 해고요건을 완화하고 임금부담도 줄이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최근 종영 전까지 인기리에 방송되며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드라마 미생에서의 주인공의 극중 이름을 따 장그래법혹은 장그래 방지법이라고 까지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법안에 대해 재계는 고용규제를 강화해 기업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반발중이며, 노동계는 사실상 비정규직을 늘리는 장그래 양산법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정부의 묘책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미생의 원작인 동명의 웹툰을 만든 윤태호 작가는 이 법안을 두고 장그래법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윤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미생을 보기는 했는지를 반문하고, 작품과 전혀 다른 의미의 법안을 만들면서 장그래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인기에 영합해 무임승차하고자 하는 대책없는 포퓰리즘이 사회적인 상식에 어긋나며 돌팔매를 맞은 경우다.
 
박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극장가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을 거론했다. 청와대 회의를 주제한 자리에서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더라고 운을 뗀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해야 이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애국가 가사처럼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영화에 대한 해석은 관객 제 각각의 영역이지만 일반적으로 이 부분은 과거 암울했던 시절, 개인의 권리와 감정이 과도한 국가주의에 매몰되었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렇지 않아도 공감능력 부재라는 지적에 시달렸던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급히 영화를 직접 본 것은 아니며, 신문지상 등 언론에 많이 나와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 문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용 파악은 하지 않고 인기 있는 작품에 슬며시 자신의 생각을 얹으려 한 것이다. 인기에 영합해서 알맹이 없이 명맥을 유지하는 최근 정치권의 허상을 대통령마저 코스프레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것 이상의 그 어떤 효과도 가져올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과 동상이몽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좌절에서부터 정확한 메시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무능에 관한 자조까지, 그 어느 쪽이라 해도 국민은 웃을 수 없는 것이다. 수없이 강조하고 기원하는 진정성과는 한 없이 겉돌고 있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속에 결국 국민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2015년 1월 5일 <토요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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