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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공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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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가장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제와 관련한 청와대 문건 논란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사태 해결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떠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여전히 국민의 시선과는 여전히 다르다는 차이를 확인시켰다.

이번 청와대 문건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은 문건의 내용 자체가 사실인지 여부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이 이러한 문건을 작성한 이유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행위라며 이러한 공직기강의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누구든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과 대통령의 시선이 여전히 다른 곳에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정 운영과 인사에 미숙했던 대통령의 과오를 짚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부분은 생략한 채 그저 이 문건이 왜 밖으로 유출됐는지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취임 후 박 대통령이 각종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때 마다 이러한 괴리감을 보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체이탈화법이라는 불편한 단어가 세간에 너무도 자주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스스로 사인’(私人)이 아닌 공인(公人)’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공인도 아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공인에 준하는 자로서 공인과 같은 책임에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정작 공인들은 공인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

얼마 전 대통령의 7시간이 논란이 됐을 당시 여당의 한 의원은 미국이나 일본이 오바마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의 스케줄을 시간 단위로 공개하던가? 그것은 국가 기밀이다라고 주장했다가 빈축을 산 일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행정수반의 공식 일정을 매 시간 단위로 미리 공지하여 둔다.

미국 백악관과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에서 그들의 일정을 확인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확인하기 힘든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의 일정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일정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역시 공인이고, 공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민과 국민의 대표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면 일의 해결이 원만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벌어진 갈등의 대부분이 이러한 연장선에 있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박 대통령은 분명 국민과 같은 눈높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러한 눈높이도, 그리고 공인으로서의 직분도 현재로서는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치 수반으로서, 또한 민주화의 고비를 넘어서 성숙해가는 시민의식의 성장을 볼 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적어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일 아닐까?

지금의 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이를 너무 쉽게 보고 있다. 신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공인은 공공의 의사에서 어긋나면 자리를 지킬 수 없다. 헌정 사상 최초의 부녀(父女) 대통령이 되었지만, 대를 이어 대통령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비극은 없길 바란다. 박근혜 정부의 폭주기관차는 이미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2014년 12월 2일 <토요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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