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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dReam hunting

경배하라, 이것이 대자연의 위용이다,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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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이 저장되어 있는 폴더를 펼쳐서 세부정보를 눌러보니 20085월이라고 떴다.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래, 내가 여기를 여행하고 온 게 벌써 6년 전이다. 스스로 시간이 멈춰버리기를 바랬던 여행이라고 말했던 이 여행을 마치고 바로 여행기를 쓰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무려 6년이 걸렸으니, 나의 어마어마한 게으름은 정말 역대급이다. 누가 보면 책이라도 쓰는 줄 알겠다.

 

케언스를 거쳐서 다음 여행지로 잡은 곳은 울루’(Uluru)가 있는 카타추타 국립공원’(Uluru-Kata Tjuta National Park)이었다. 호주 북부의 노던주(Northern Territory)에 위치하고 있는 우룰루와 카타추타 국립공원은 호주 대륙 정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멀다. 그냥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커도 너무 크고, 멀어도 너무 멀다

2001년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처음 유학 생활을 했던 곳이 노던주의 주도였던 다윈시(Dawrin)였다. 지금은 찰스다윈대학교(CDU)로 이름이 바뀌어 버린 Northern Territory University(NTU)에서 공부를 하면서 머물렀던 다윈시는 노던주의 주도이기는 했지만 울루루로 가기 위해서는 척박한 아웃백(Outback)을 지나야했고, 기본적으로 직선거리로 1,500km나 떨어져 있었다. 같은 주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리다. 더글라스 필드나 카카두 국립공원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카타추타 가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을 계산할 때 영세한 유학생에게 엄청난 고난의 천로역정이었다.


사실 다윈은 책에서 보던 호주와는 다소 생소함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동남아시아의 기후로 세계지리 시간에 배웠던 아열대 기후가 1년 내내 이어졌고, 여러 곳의 지명도 영미권의 이름보다는 원주민들의 언어를 따온 곳이 많아 토속스러움이 더 많았다. 현대적인 세련미의 호주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추천할 것이 없는 도시였다.심지어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와 코알라를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다지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다윈에서 코알라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단언컨데 다윈시에는 단 한 마리의 코알라도 없을 것이다. 캥거루는 아마 채 자라다 만 크기의 왈라비라는 녀석들이 어느 정도 있는 것 정도일 뿐 일반인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사람 크기의 펄쩍 펄쩍 뛰노는 캥거루는 남쪽 동네에나 내려가야 볼 수 있다. 다윈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뭐 그것은 코모도 도마뱀이나 호주 악어 정도 되겠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사이즈다.

 

기본적으로 울루루가 위치한 카타추타 국립공원가 가장 가까운 도시는 아웃백을 대표하는 도시인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 그러나 앨리스 스프링스도 카타추타 국립공원 북동쪽 약 450km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호주 대륙의 광활함을 느끼게 하는 상당한 거리다. 가장 가까운 도시와의 거리가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멀다. 좋겠다. 땅덩어리 커서...



 

분명, 여행의 가치가 있는 레드센터웨이

호주대륙에서도 가장 척박하고 태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노던주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이 지역을 통틀어 오스트레일리아는 레드센터(Red Centre)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울루루-카타 추타 국립공원까지 이르는 긴 거리의 자가운전 여행 코스를 마련해두고 있다. ‘레드센터 웨이’(Red Centre Way)는 앨리스 스프링스를 출발해 와타르카 국립공원(Watarrka National Park), 킹스 캐니언(Kings Canyon), 웨스트 맥도넬 산맥(West MacDonnell Ranges) 등을 모두 거쳐 울루루-카타 추타 국립공원까지 이어진다. 직접 운전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호주의 자연 환경을 놓치고 싶지 않은 관광객은 더 간’(Ghan)이라는 이름의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다윈에서 애들레이드(Adelaide)까지 연결된 이 열차는 앨리스 스프링스에도 정차한다. 나중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반드시 이용해보고 싶은 코스다.

 

가장 빠르게 울루루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항공편이다. 이것과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는 에어즈락(Ayes Rock) 공항이 있다. 에어즈락 공항까지는 앨리스 스프링스를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의 각 주를 대표하는 주요 도시인 시드니(Sydney)와 멜버른(Melbourne), 애들레이드, 퍼스(Perth), 다윈, 케언스(Cairns)에서부터 항공편이 연결되어 있다. 직항은 앨리스 스프링스와 시드니, 케언즈, 퍼스에서만 있고,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직항은 주 2회만 편성되어 있다. 에어즈락 리조트에는 최고급 호텔을 비롯해 다양한 등급의 숙박시설과 캠핑장, 24시간 리셉션, 투어데스크, 여행정보센터와 정보센터, 식당, 마켓, 매장, 우체국, 여행사 등이 위치하고 있어 특별한 사전준비 없이 이곳을 찾은 여행객이라 해도 관광에 나서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사막은 황량한 모래벌판을 떠올리게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사막 안에도 수많은 생태와 나름의 조화가 펼쳐지고 있다. 호주 내륙의 뜨거운 태양빛에 타들어갈 듯 메말라 버린 대지에 바르라진 모래가 뜨거운 바람에 흩날릴 것 같은 사막 사이에 자리 잡은 거대한 암석의 장관은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Aborigine)이 지역적 숭배와 신앙의 의미를 가지는 이유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를 할 수 밖에 없게 여행객의 의지를 이끌고 있다. 세상의 중심이자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붉은 심장인 울루루(Uluru)를 포함하고 있는 카타추타 국립공원의 매력이다.





세상의 중심, 호주의 붉은 심장 … 울루루

호주 대륙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울루루의 최고 높이는 348m, 해발고도는 867m에 이른다. 수억 년에 이르는 지각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정확히 울루루가 호주 대륙의 사막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애버리진 중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아낭구 족들에게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 곳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초대 수상인 헨리 에어즈(Henry Ayers)의 이름을 인용하여 한 때 에어즈 록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했던 이 곳의 정식 명칭인 울루루'그늘이 지난 장소'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그들은 이곳이 조상들이 모이는 성스러운 장소라고 여겼고,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이곳 원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울루루의 사진을 찍는 것에도 때로는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여행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울루루는 아그난족의 주술사만 올라갈 수 있는 곳으로 매우 신성하고 제한적인 장소였지만 현재는 일반에게 등반이 허용되어있다. 하지만 등반은 엄격히 시간을 엄수하여 진행해야 하며, 바람이 많이 불거나, 습도가 높은 날, 혹은 아낭구 족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이들의 요청이 있는 날에는 등반이 불가능하다.




카메라 장비를 짊어지고 오르는 내게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며 안내요원이 만류했다. 깔끔하게 비웃고, 당당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안내요원은 폼으로 있는 게 아니다. 주의사항이라고 말을 해주면 경청하고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객기는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막 태생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암질로 이루어진 이 거대 암석에서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부분은 실제 크기의 3분의 1뿐이다. 실제 바위의 3분의 2는 땅 속에 묻혀 있는 상태라고 하니 울루루의 크기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거대한 것이다. 울루루는 사암 특유의 잿빛을 형성하게 되어 있지만, 표면의 철분이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 산화하며 붉은 빛을 띠며 현재의 색깔을 내게 됐다. 또한 일출부터 일몰까지 태양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변화를 나타내고, 날씨에 따라서도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는 신비함을 자랑한다.



 

수 억 년의 비밀 위에서 시간은 멈췄다

울루루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카타야마 쿄이치(片山恭一)의 원작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中心をさけぶ)의 동명 TV 드라마에서도 등장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인공 사쿠타로(오사와 타카오/大沢たかお)의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첫 사랑이었던 아키(나가사와 마사미/長澤まさみ)와의 추억에 등장하는 울루루는 작품 속에서도 세상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아스라이 사라진 첫 사랑의 투명한 흔적처럼 간절한 염원과 여운으로 남아있다.

 

애써 울루루를 오르는 여행객의 꼬리를 물고 그 언저리 어딘가에서 세상 끝닿은 원형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수억 년의 풍경을 이렇게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을 울루루의 변함없는 우직한 위대함에, 그리고 보잘것없는 스스로의 초라함에 한없이 고개를 떨구게 된다.

 

하지만 개인의 하찮은 존재감 속에서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결국은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카타야마 쿄이치가 아키를 통해 사쿠타로에게 전했던 가장 큰 울림은 너는 너의 시간을 살아줘라는 당부였다. 설익은 첫사랑의 감정을 채 떨쳐내기도 전에 죽음으로 갈라지는 이별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어린 상처를 두고, “남겨진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묵묵히 무겁게 메시지를 남긴 카타야마는 결국 남은 사람들이 살아야할 시간에 대한 가치를 말했다. 물론 내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간절하고 소중한 오늘이 갖는 무게에 대한 절실함도 함께 남겼다.

 

대자연이 주는 메시지는 때로는 변덕스럽지만 그 중심이 흔들리는 법은 없다. 호주 사막 한가운데에 수 억 년을 그대로 버텨온 울루루는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이 멈추는 마법과 함께 자신의 머리 위에서 새로운 경험이 열리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주고 있다.

 



같지만 다른 웅장함, 카타추타

울루루에서 서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올가산(Mt. Olgas)이 위치하고 있다. 최고 높이 546m, 해발고도 1069m의 올가산을 비롯한 이 무리의 암석군들을 애버리진들은 카타 추타’(Kata Tjuta)라고 부른다. 카타추타는 이들의 언어로 많은 머리라는 뜻이다.


울루루가 초거대 단일암석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카타추타는 약 20km가 넘는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36개의 암석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워낙 압도적인 울루루로 인해 상대적으로 웅장하다는 느낌은 다소 적을 수 있지만, 거대한 암석 사이로 이어진 계곡을 따라 워킹 트레일을 진행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가산 역시 울루루와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돔 형태의 특이한 모양으로도 인기가 높다. 울루루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바위산의 빛깔로 신비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카타 추타 또한 울루루와 마찬가지로 아낭구 족의 성지다. 유네스코(UNESCO)는 지난 1987년 이 곳의 자연적인 가치는 물론, 원주민들의 문화와 역사적인 가치를 모두 인정하여 복합유산(Mixed Heritage)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보유한 유산으로 이곳을 비롯하여, 과테말라의 티칼 유적지, 페루의 마추픽추 역사 보호 지구, 그리스의 아토스 산, 중국의 황산,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울루루-카타 추타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할 수 있는 일은 특별히 많지 않다. 그저 바라보는 것과 걷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대자연 앞의 숙연함과 수 억 년의 역사가 주는 거대한 감동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깊은 감동으로 찾아온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끝없이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하염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겸손을 선물함과 동시에 원주민들이 왜 이 곳을 숭배하고 자신들의 신앙으로 삼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지구 반대편에 존재한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이곳에서 세상의 중심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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