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 미술관, 혹은 박물관. 영문으로는 J. Paul Getty Museum이다. 미술에 대한 조예라고는 평생을 통틀어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엄청난 식견의 나에게 그런 이름은 금시초문이었지만, 이 곳은 미국의 5대 미술관 중 하나라고 한다. 석유재벌이었던 장 폴 게티가 산타모니카 산 하나를 사서 그 곳에 자신의 이름으로 미술관을 짓고 일반에게 이를 공개했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던 시절만 해도 입장료는 없으나 주차비는 있다. 매년 주차비가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당시는 15$. 지난 LA 산불 때 소실 위기였다고 하는데 다행히 화마는 피한 것 같다. 산 정상에 위치한 미술관까지는 전기 모노레일로 이동한다. 친환경 그린에너지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의 특징은 전기 불빛보다 자연 채광을 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각 전시관마다 많은 창분은 물론 지붕도 유리로 되어 있어 일조량이 있는 시간에는 특별한 내부 조명이 필요 없었다.
뭔가 유명한 작품일 거 같은 아우라가 느껴지지만 뭔지는 잘 모른다. 미술 교과서가 아니라 세계사 교과서에 나왔어야 그나마도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기에, 그냥 '그림은 그림이구나' 이상의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한편, 미술관 밖은 산책하기에도 좋은 아름다운 코스로 꾸며져 있으며 아기자기함과 웅장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LA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도 무척 상쾌하고 멋진 곳이다. 다만, 최근의 랜드마크와 같은 건축물들은 모두 건축학적인 가치와 평가가 존재하던데, 무지렁이인 나에게 이곳이 갖는 건축학적 의미는 당연히 '모른다'이다.
이런 거대한 정원을 소유했던 폴 게티는 어떤 사람일까? 자료를 검색해보니 그리 좋은 말은 나오지 않았다. 5번이나 결혼을 할 만큼 바람둥이였고, 남의 불행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는데 타고 났던 석유 재벌이라고 한다. 엄청난 구두쇠여서 직원들이 전화를 쓰지 못하도록 자물쇠를 잠궈놓고, 손님에게는 공중 전화를 권했다고 한다. 호텔에서 세탁 서비스로 내는 돈이 아까워 화장실에서 손빨래를 했고, 런던 도그쇼에 갔을 때에는 1인당 5실링의 비용을 아끼려고 오후 5시가 넘어 입장료가 반값이 된 후에 들어갔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손자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마피아에게 납치되었을 때에도 1700만 달러를 내놓으라는 협박범들에게 응하지 않고 버텼으며, 다섯번째 아내의 아들이 질병으로 시한부 상태가 되자 '가망도 없는데 병원비를 너무 많이 쓴다'고 타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말년에 이 미술관을 짓기 위해서 자기 재산의 절반을 투자했다고 한다. 아마 죽어서는 천국에 가고 싶었나보다...
인터넷 사진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게티 이미지의 회장이 이 가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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