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ize/aCcording

WJBL 샹송화장품 안덕수 코치, “한국여자농구, 일본 겁낼 것 없어”

728x90
반응형

과거 아시아에서 한국 여자 농구의 앞을 가로막는 상대는 오직 중국 뿐이었다. 신장의 우위를 앞세운 중국만 넘어선다면 한국은 당당히 아시아 정상이었다. 모든 종목에서 우리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은 적어도 농구에서 만큼은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2천개가 넘는 고교팀에서 배출된 안정적인 자원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발전한 일본 여자농구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확실히 우리 대표팀보다 앞서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지도자들은 전체적인 전력은 물론 포지션별로 놓고 봐도 어느 자리 하나 우리가 일본보다 나은 부분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분간 이러한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꾸준한 저변에서 성장한 일본의 어린 세대들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강점이었던 스피드에 약점이었던 높이가 보강되었다.  하은주 이후 190cm가 넘는 장신 센터 계보가 국가대표에서 끊긴 가운데 대표팀 센터진도 30대 노장들로 버티고 있는 우리 대표팀은 일본의 도카시키 라무(22,C,192cm,JX)의 위력에 최근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있다.

국내 지도자들은 당분간 도카시키를 개인 능력으로 상대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WKBL 감독들은 “우리나라 여자농구가 과거보다 수준이 전체적으로 내려온 반면, 일본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이제는 그 위치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냉정히 지적하고 있다.

한일간 여자농구 수준 … 이제는 차이 없어

농구 뿐 아니라 스포츠 전반에서 단기간 보다 장기간의 발전방향을 잡고 꾸준하게 인프라부터 키워나가는 꾸준한 정책과 학원스포츠의 흔들림 없는 지원, 그리고 조기에 외국의 우수 자원을 전격적으로 귀화시키는 노력까지 더해진 일본의 스포츠는 지금도 차분한 발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일본 여자농구는 여기에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이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기술적인 문제와 정신적인 부분도 강력하게 보완을 해주며 성장세가 더욱 가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WJBL 샹송화장품의 코치를 맡고 있는 안덕수 코치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일본 여자농구 팀을 오랫동안 지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 지도자다. 아이신의 정주현 고문, 이옥자 감독 등이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노련한 지도자인 반면 안 코치는 젊은 세대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코치는 이번에도 오랫동안 WKBL 팀들과 연습경기를 갖고 전지훈련을 펼쳤던 샹송화장품과 함께 국내에 머물다가 지난 21일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거의 20일 가량 국내에 머문 샹송화장품은 지난 2일 하나외환을 시작으로 KB스타즈, 우리은행, 신한은행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시즌 준비를 진행했다. 지난 시즌 입단하여 주목받는 신인으로 팀 주축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카와무라 미유키(19,C,184cm)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뛰지 못했고, 훈련 초반에는 모토야마 카나(23,F,182cm)가 국가대표 예비엔트리에 포함되어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막판에는 미요시 나호(20,G,167cm)를 비롯한 4명의 어린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포함되며 대거 빠져나갔다. 오히려 정상적인 훈련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샹송화장품은 이번 전지훈련을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중견 선수들, 그리고 백업 선수들의 기량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다. 안덕수 코치는 후지요시 사오리(26,F,179cm), 스기야마 미유키(19,C,196cm), 하야시 나오미(25,G,168cm) 등의 역할이 올 시즌 팀의 성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훈련이었다고 평가했다.

샹송화장품은 그런 가운데서도 WKBL 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일본 팀들은 최근 WKBL 팀들과 비시즌 기간 중 갖는 연습경기에서 지는 경기가 별로 없다. 그만큼 일본 프로농구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뜻일까?

“꼭 그렇다기보다 우리나라는 주축 선수들의 연령층이 높고 부상 선수가 많아서 비시즌 중에 경기에 주전선수들이 출전하는 비중이 적다는 게 일본팀과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일본팀들과 정상전력으로 비교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샹송화장품의 전지훈련 기간 중에도 하나외환은 정선화가 뛰지 못하는 가운데 김정은이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KB스타즈는 김수연과 변연하, 우리은행은 임영희, 신한은행은 최윤아와 하은주가 결장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의 여자 프로농구의 수준 차이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최상위 클래스에 있는 팀만 놓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근소하게 일본팀의 전력이 우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큰 차이가 난다고 보지는 않지만, JX나 덴소같은 팀들은 WKBL 최상위 팀들보다 5점내 승부 정도로 앞서는 전력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전체적인 리그 팀들을 다 보자면 WKBL이 더 나을 수도 있고요. 일단 4~5년전만 해도 확실히 한국리그가 앞서있었지만, 지금은 비슷하다고 봐야할 것 같네요.”

우리은행의 조직력, KB의 색깔, 하나외환의 젊은 피, 신한은행의 김단비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샹송화장품의 기무라 이사오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WKBL을 제패했던 우리은행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 코치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다. 조직력이 탄탄한 것은 물론, “선수들이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것을 수행하는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것 같다”는 것이 우리은행에 대한 안 코치의 평가였다. 또한 투지 넘치는 수비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 MVP를 받은 박혜진에 대해 “팀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며 칭찬했다.

하나외환에서는 강이슬과 신지현을 특별히 꼽으며 기대를 나타냈다. “어리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어린 선수들인 줄은 몰랐다”고 말한 안 코치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기는 했지만, 저돌적이고, 기본기가 있고, 무언가 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하려고 하는 자세에서 과거 한국 여자농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그냥 무턱대고 하는 게 아니라 농구 센스를 같고 있는 선수들 같았다”고 평했다.

KB스타즈에 대해서는 선수 개인 보다는 팀 자체에 대한 평가로 대신했다. “남자팀처럼 픽앤롤 플레이를 많이 한다”고 KB스타즈에 대해 말한 안 코치는 “선수들이 서동철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었고, 정확한 스크린과 그런 것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공격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며, 자신들의 장점을 통해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롭게 정인교 감독 체제로 팀을 재편한 신한은행에서는 최윤아와 하은주가 결장한 가운데 김단비가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고 말하면서, 조은주와 곽주영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일본이 주목하는 이름 ‘김단비’

샹송화장품 선수단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된 우리나라 선수의 이름은 단연 김단비였다. 기무라 감독은 물론 샹송화장품의 주장인 후지요시 역시 우리은행이 가장 좋은 전력을 보여줬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는 신한은행의 김단비를 꼽았다. 특히 후지요시는 이번 훈련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ずっと 김단비”(항상 김단비) 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안덕수 코치는 이에 대해 “김단비는 일본에 없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 포지션마다 뛰어난 선수들이 있고 경쟁을 하면서 발전을 하고 있지만, 3번 포지션에서 힘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김단비와 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일본에 없다는 것. 때문에 일본 선수들에게 김단비는 적으로 만났을 때 상당히 위협적이고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설명이다. 또한 “후지요시가 일본대표로 선발됐던 나가사키 ABC대회에서 김단비가 워낙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김단비는 여자로서는 찰스 바클리에요. 힘 좋죠, 돌파하고 들어가서 드라이브인 하죠, 리바운드 하고 골밑에서 궂은일 해주죠, 포스트업 할 줄 알죠, 거기에 외곽에서 3점도 집어넣으니… 정말 좋은 선수에요.”

한국농구, 일본에 질 이유 없다   

그러나 일본이 김단비를 위협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도카시키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한 일본 가드진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슈터의 능력에서도 이제는 일본에 뒤쳐진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를 호령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빠지게 되면 일본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등장한다.

 

하지만 샹송화장품의 기무라 감독은 요시다 아사미(26,G,165cm,JX)를 제외하고는 일본에 한국의 가드들 보다 나은 가드가 없다고 단언한다. 스피드에서는 앞서지만 한국 가드들이 신장을 앞세워 파워게임으로 나오면 결국 밀린다는 것이다. 경기 운영 면에서도 한국 가드들이 한수 위라고 말한다. 안덕수 코치도 일본이 최근 국가대표 경기에서 우리나라에게 앞선 가장 큰 부분은 도카시키의 등장으로 센터싸움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현재 도카시키 외에도 샹송화장품의 스기야마가 중국에서 귀화한 연차 시효가 다 되어가고 있어 곧 국가대표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고, 올 시즌 아이신에 입단한 귀화선수 마우린 에브린의 동생 역시 나고야의 농구 명문, 오카학원고에서 정통 센터로 성장하고 있어 더욱 높이의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스기야마는 몸싸움과 전체적인 능력에서 도카시키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1994년생으로 발전가능성이 아직도 다분하고 양손을 다 쓰는데다가 196cm의 신장이 위협적이다. 아프리카의 가나에서 일찌감치 귀화한 후, 올 시즌 프로에 입단한 마우린 에브린과 연습게임을 치러 본 KB스타즈의 김수연은 “플레이에서 아직 어린티가 난다”고 말했지만, “2-3년 지나면 상당히 까다로운 선수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마우린 보다 그녀의 동생에게 더 주목하고 있다. 마우린이 180cm의 신장이어서 프로행과 동시에 포지션을 3-4번으로 변경한 것과 달리 185cm의 신장에 정통 센터로 계속 성장할 수 있고, 플레이의 위력도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이러한 일본 여자 농구의 성장은 확실한 저변에서 꾸준한 자원들이 배출되면서 가능했다. 외국으로부터 귀화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학원 스포츠의 인프라 구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고등학교 연령대에서 우리 대표팀은 일본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됐던 제 21회 FIBA 아시아 18세 이하 선수권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은 물론 대만에게도 패해 2승 3패로 조별 예선에서 6개 팀중 3위로 탈락했다. 우리 대표팀은 당시 중국과는 오히려 66-72로 선전을 펼친 반면 일본에게눈 81-94로 완패했다. 당시 맴버가 지난 시즌 WKBL 신인왕을 차지한 김이슬(하나외환)을 비롯해 강이슬, 신지현(하나외환), 유승희(삼성생명), 김한비, 김민정, 박지은(KB스타즈), 양인영(신한은행), 구슬(KDB생명) 등이었다.

바로 전 대회였던 2010년 20회 대회에서도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대만에게 패했다. 대만에게는 82-84로 아쉽게 패한 반면 중국에게는 56-100으로 패했고, 일본에게도 53-84로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 때 맴버는 이승아(우리은행), 이정현, 김소담, 노현지(KDB생명), 김규희(신한은행), 심성영(KB스타즈) 등이었다.

이번에 우리나라로 전지훈련을 온 일본 WJBL팀들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들을 각 팀마다 2명 이상씩 연습 경기에 투입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생 선수들 중 현재 일본과의 연습 경기에 정상적으로 투입이 되는 선수는 하나외환의 신지현 정도가 유일하다. 한일 양국에서 지도자를 역임했고 현재 일본 아이신을 이끌고 있는 이옥자 감독은 “기본기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본 고교 졸업생이 또래의 한국 선수보다 프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능력에서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안덕수 코치는 너무 ‘위기’만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김단비도 고등학교때 일본 대표팀한테 엄청나게 졌던 선수에요. 2000개가 넘는 고교팀에서 배출되는 일본 선수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죠. 그런데 지금 같은 나이에서 김단비보다 나은 일본 선수는 아무도 없어요. 저는 김단비가 프로에 와서 더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던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힘도 붙고 기술도 더 늘면서 금방 일본 선수들을 따라잡는 경우가 나오거든요.”

안 코치는 현재 학원스포츠의 저변과 구조상 좋은 자원들이 꾸준히 배출되는 일본의 시스템을 우리나라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나라 농구의 수준이 일본과 계속해서 큰 차이를 내며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술적인 면이나 신체적인 조건이나 마인드가 프로에 오면서 환경이 바뀌면 그만큼 더 발전하는 요소가 크게 생긴다는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제가 볼 때는요, 우리나라 여자농구에서 조금의 여건만 개선된다면 우리가 일본에 질 것까진 없어요.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차분하게 보완하고 준비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