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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우리은행 인수 앞에 산적한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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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서도 해결을 하지 못하고 질질 끌어오던 우리은행의 민영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4, 경영권 지분 매각과 나머지 소수 지분 매각으로 분리하여 투트랙(Two track) 방식의 민영화를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우리은행의 정부 보유 지분 56.97% 중 경영권을 포함한 30%의 지분은 일반 경쟁 입찰 방식으로 대주주를 찾아주고 나머지 26.97%는 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으로 재무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매각의 핵심이 되는 경영권을 포함한 30%의 지분을 누가 인수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 경쟁 입찰에 부전승은 없다
현재로서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와 관련하여 가장 유력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지난 정권 당시 몇 차례 거론됐던 KB금융지주를 비롯한 기존의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우리은행을 인수하는데 투입되는 자금에 대한 부담은 물론, 인수로 인해 발휘될 수 있는 시너지 효과 자체가 크지 않고, 효율성 저하가 우려되어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일반 경쟁 입찰은 2곳 이상의 복수 입찰자가 존재할 경우에만 성립이 가능하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서도 입찰에 단독으로 나서게 되면 우리은행 매각은 무산된다. 지난 세 차례의 우리은행 매각 역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당국으로서는 교보생명의 인수 의지와 안정성만 확고하다면 들러리라도 내세우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전체적인 여건 역시 만만치가 않다.


교보생명에게 너무 거대한 우리은행

경영권이 포함된 우리은행의 지분 30%는 약 3조원에 이른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955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조달할 수 있는 자금도 13000억 원 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수자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발 빠르게 인수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교보생명은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나머지 금액을 조달해야 하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이 이처럼 우리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우리은행을 통해 판매채널과 자산운용의 채널과 폭을 넓혀 보험과 은행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의 경영 환경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해외 진출까지 도모할 수 있어 전체적인 사업 확대도 바라볼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수에 성공을 한다고 해도 교보생명이 기대하고 있는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불안요소다. 일부에서는 이미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보험업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총 자산 규모가 75조원인 교보생명이 몸집이 무려 360%가 넘는 276조원 규모의 우리은행을 인수했을 때, 무리한 인수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은행, 내제된 폭탄이 많다
승자의 저주는 인수 이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인수하는 기업에 대한 가치가 과대평가 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우리은행은 총 자산규모에서 국내 은행들 중에서도 가장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교보생명이 인수 이후의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끌어들여야 할 재무적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 우리은행이다.
 
장기화 된 불황으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실대기업들에게 나간 우리은행의 대출금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민이다지난 4월 현재, 우리은행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계열사와 관리 대상 계열사 등 16개사에 대출해 준 자금총액은 약 66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단일 금융기관으로 정책금융기관은 산업은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이며, 부실 여신 비중 또한 산업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의 인수자금이 3조원으로 책정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인수 부담은 최악의 경우 부실대기업 대출금을 포함한 10조원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이순우 행장 또한 우리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것을 지적하며 구조조정 기업을 제외한 부실채권을 최대한 털어내 자산 건전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은행 매각을 위한 당근을 직접 던진 것이다.

지속적인 불법연루, 당신이 투자자라면?

그러나 투자자들을 결단을 망설이게 하는 족쇄는 너무나 많다. 우리은행은 부당대출의혹과 관련하여 전 도쿄지점장이 자살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에도 관계자가 부당대출 및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하여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관심이 집중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의심스러운 금융 거래도 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유병언 일가와 측근이 수천만 원 이상의 거래를 수십 차례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하루 2000만 원 이상의 현금 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는 특정 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FIU)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우리은행 측은 유병언 일가의 거래가 유 전 회장의 실명으로 거래된 적이 없고, 측근의 명의로 거래됐기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라 판단했다나중에 검토하는 과정에서 누락 됐을 것이라 해명했지만, 금융감독원은 고의성 여부를 확인해 문제가 발견되면 제재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우리은행은 여기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수상한 자금 거래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에 보고를 하지 않은 사실도 발각됐다. CJ그룹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차명계좌 수백 개를 개설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2008년에도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기관 경고를 받았고, 2012년에는 실명제법 위반으로 53건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다른 은행들이 30건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독보적으로 많은 수치다.
 

결국 총자산 규모가 1위라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은행이 투자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처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인수자로 나선 주인공이 등장했음에도 민영화 앞길에 우리은행이 맑음이라고 자신있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매각 실패하면 이순우신제윤도 장담 못해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은 연내에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금융그룹의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해까지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우리은행장 연임에 성공한 이순우 행장의 또다시 연임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할 당시부터 민영화에 사활을 걸었던 이 행장이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당연히연임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연임 당시에도 민영화를 감안하여 금융그룹 회장에 선임된 인물이기에 이러한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그러나 매각에 실패한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또한 반드시 민영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거취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성패 여부에 따라 금융권 수장들의 이름표를 대거 교체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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