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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하려면 정확히 알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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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

 

네이버 국어 사전에 '비판'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저것이 비판의 정의다. 그리고 비판을 위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정확해야 한다. 특히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436/0000091660

 

모 매체의 오늘자 기사다. 홍명보 감독의 2006 독일월드컵 코칭스태프 승선 당시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지도자 자격증과 관련해 협회가 홍명보 감독에게 특혜를 줬다는 부분을 지적하며, 축구협회가 고의적으로 홍명보 감독을 도왔다고 하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축구팬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문 기자라면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은 물론 은퇴 후에도 "지도자를 할 생각이 없으며, 미래의 꿈은 축구 행정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당시 홍 감독은 지도자를 할 의사가 없었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진 라인업은 감독 딕 아드보카트에, 수석코치는 2002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핌 베어벡 코치, 그리고 2002 월드컵 비디오 분석관이었던 압신 고트비가 코치였다. 골키퍼  코치는 정기동 코치가 맡았다. 월드컵 대표팀의 코치진이 골키퍼 코치를 제외한 주요 자리에서 모두 외국인으로 구성된 것은 이 때가 최초다. 때문에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이런 환경이 처음인 만큼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인 코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물망에 오른 지도자는 홍명보 감독이 아니다. 은퇴 후 바로 지도자 활동을 시작해 K리그 A구단에서 코치를 맡고 있었던 2002 월드컵 멤버가 있었다. 심지어 '선수들과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인 코치가 필요하다'는 협회의 입장이 공개되자 A구단 감독은 언론에 해당 코치를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사실, 좋아서 추천했다기 보다 코치가 너무 주목받자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내비쳤던 이 감독의 노련한 갈굼같은 모습이었다.) 초반의 여론은 당연히 해당 코치가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걸 반대한 건 핌 베어벡과 압신 고트비였다. 두 코치는 협회의 입장을 수긍하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그 자리에 홍명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협회는 난색을 표했다. 당시 협회는 홍명보 감독에게 이 부분을 전달했지만 그가 계속해서 고사했고, 대표팀의 두 외국인 코치는 홍명보가 아닌 다른 선수는 해당 역할로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인 코치가 필요한 상황에 기존 코치진이 꾸준히 홍명보를 원하자 협회는 홍명보 마음 돌리기에 나섰다.

 

홍명보 감독은 당시 자신의 장학재단과 어린이 축구교실에 집중하고 있었다. 협회에 거듭 고사 의견을 밝혔고, 후에는 주요 인사들의 연락도 피했다. 정말 적극적으로 고사했고, 처절하게 도망다녔다.

 

그런데 그 어린이 축구교실(수원)의 선수반 개원식 날, 사전 연락도 없이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당시 동북고등학교 축구 OB회 회장으로 홍 감독의 대선배이기도 했다. 협회에 고사입장을 밝히고 피해다니던 홍 감독은 결국 그날, 행사 이후 이회택 부회장에게 연행되다시피하여 오랫동안 독대를 했고, 대표팀 코치직을 수락했다. 당시 함께 일을 하고 있던 회사 직원들에게는 새벽에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협회는 애초 홍 감독의 축구 행정가 도전을 응원하는 입장이었고, 홍 감독은 선수 은퇴 후, 꾸준히 일본과 미국을 오갔다. 특히 협회 업무와 관련해서는 J리그에 진출해있는 젊은 선수들의 경기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고, 이러한 자신의 업무에 상당히 만족했다. 그런 그가 하지 않겠다던 지도자의 길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은 협회보다, '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코치 홍명보'를 요구했던 핌 베어벡과 압신 고트비 코치 때문이었다. 협회의 압박이 아니라 기존 코칭스태프였던 두 외국인 코치의 요청에 의해(지도자를 할 생각이 없어서) 지도자 자격증이 없었던 홍명보 감독을 코치로 앉혔던 것이다.

 

때문에 당시 협회가 홍명보를 밀기 위해 일부러 전략적으로 지원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다. 협회도 핌 베어벡, 압신 코트비 두 코치에게 "본인이 고사하고 있으니 다른 인물을 합류시키겠다"고 설득했지만, 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그 이유는 2002 월드컵 직후의 어떤 헤프닝과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그것까지 언급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지도자 2급 자격증과 관련해서는 정확히 제도가 언제 바뀌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3급 지도자 연수 커리큘럼 자체가 프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굳이 거쳐야 하는 부분이냐는 지적은 이미 그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또한 제도 변화로 인해 프로에서 활약하는 노장들이 선수 말년 비시즌에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은퇴 직후 바로 지도자로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제도의 합리성과 융통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은 부분이다. 바뀐 시점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홍명보 특혜'라는 부분을 더 정면으로 반박하기는 힘들지만, 이로 인해 국내 프로 선수 출신의 많은 지도자들이 수혜를 받았고,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 이번 대표팀 선임 과정은 석연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최근의 대한축구협회 운영도 공분을 살 부분이 많다.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 수락 과정도 매끄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고, 지금 우리 사회의 키워드처럼 등장한 불공정과 무원칙이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확인하고, 질타하고, 바로 잡아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비판을 위해 일부러 문제를 끄집어내고 만들어 싸잡아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어 방어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된 이에게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얄팍한 자료를 갖고 선봉에서 마녀사냥의 기수처럼 호도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유튜브에서 소위 '국뽕 채널'은 물론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어그로를 끌던 가십성-이슈성 기사들이 온건해보이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고 그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발악을 한다면, 기자라는 명함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렉카'와 다를 바 없는 게 되지 않을까? 나와 생각이 같다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대중들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순간 바로 '기레기 처벌'을 외치는 쪽으로 노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잊지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부끄럽지 않도록, 비판의 논리에 대해서는 더욱 진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제목이 '반증'이 아닌 '방증'이었다면 이렇게 지적하진 않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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