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펩 과르디올라의 노련한 불만 표현

 

 

 

우리 시간으로 23일 새벽, 맨체스터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의 EPL 5라운드 경기는 팽팽한 접전 끝에 재미있는 승부가 진행됐고 2-2 무승부로 끝났다. 엘링 홀란(맨시티)이 팀 이적 후 100번째 출전 경기에서 100번째 골을 선제골로 넣었고, 아스날은 이 원정 승부를 뒤집었다. 레안드로 트로사르(아스날)의 경고누적 퇴장으로 인해 아스날은 긴 시간 동안 그들의 자신들의 DNA처럼 주장하는 'Beautiful Soccer'와는 아주 거리가 먼 '지독한 수비 축구+시간 끌기 축구'(경기 실시간 댓글에는 아스날이 아니라 '알 아스날'이라는 비아냥도...) 를 펼쳤지만, 맨시티를 상대로 원정에서 한 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1골을 앞서고 있다면, 어느 팀이라도 선택의 여지가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종료 직전 존 스톤스(맨시티)의 극장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속 뒤집어지는 맨유 경기보다가 이런 경기 보니, 후반 내내 아스날이 침대 축구를 했다해도, 보는 재미와 박진감은 확실히 달랐다. 다만 맨시티나 아스날 팬들 입장에서는 분명 짜증날 수 있었던 경기였다는 생각도 든다. 심판 판정이 양 팀 팬들 모두 엄청나게 불만이었을 것 같다.

 

우선 아스날은 트로사르의 퇴장이 불만일 것 같다. 그를 퇴장시킨 두 번째 옐로카드 장면이 분명 지나친 면이 있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카드가 쉽게 나왔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맨시티 입장에서는 두 골 실점 장면 모두가 불편할 상황이다. 첫 실점때 데드볼을 빠르게 처리한 부분, 두번째 실점때 골키퍼를 블록한 행위를 모두 인정한 심판 판정이 부당하다고 여겨질 수 있고, 이 두 상황 모두 보기에 따라서는 '어게인'과 ' 공격자 파울'이 불렸어도 무방한 상황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펩 과르디올라의 입장은 어떨까?

 

매우 쿨하다. 첫 골 실점 후 격노해서 소리를 엄청 질러대고, 벤치의 의자를 발로 찍어버리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고요했다.

 

첫 실점 : 아스날이 그런 상황에서 빠르게 측면으로 볼을 보내 처리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카일 워커가 상대 선수를 놓쳤다. 워커가 늦었으면 다른 선수들이 커버를 해줬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됐다.

 

두 번째 실점 : 아스날이 잘 했다. 

 

라는 반응이었다. 결국 판정에 불만이 없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까보면 그게 아니다.

 

첫 실점 : 심판이 카일 워커를 불러서 갔고, 심판의 주의 사항을 듣고 워커가 그 내용을 선수들한테 전파하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와중에 경기를 진행시켰다. 심판이 시간을 더 줬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않지만... 다음부터는 심판이 불러도 안 갈거다. 심판이 할 말 있으면 그 선수가 있는 자리까지 직접 와서 말해라. 아무튼 심판이 잘못한 건 아니다.

 

두 번째 실점 : 아스날의 블록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 생각해본 적 없다. 상대 골키퍼를 블록하는 거에 대해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다. 블록은 블록이다. 그런데 그걸 인정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난 모르겠다. 그냥 우리가 상대 선수를 놓쳤다.

 

......

 

둘 다 "심판 잘못 아니에요"로 결론 내고 있지만...

 

'니가 주장 오라고 해서 갔고, 니가 한 얘기를 선수들한테 전하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데 경기를 진행시켜? 알았어! 다음부터 할 말 있으면 선수 부르지 말고, 니가 와서 말하고 가!!!'

 

'상대 골키퍼 블록을 계속 하는 때 어쩔 때는 파울이고 어쩔 때는 파울이 아니야. 판정 기준이 늘 달라. 그래서 난 모르겠고, 아무런 생각이 없어. 니들이 어떤 판정을 할 지 모르니 그냥 우리가 어떻게든 막았어야 하는데, 그걸 못한거지 뭐...'

 

이런 얘기다.

 

물론 심판이나 판정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면 벌금을 받게 되어있고, 지금 맨시티가 FFP, PSR 규정 115건 위반으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게 승점 30점 삭감에서 리그 강등이나 퇴출까지도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몸을 사린 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아주 우아하게 심판을 돌려까기 했다는 느낌도 든다.

 

같은 문어인데, 맨체스터 다른 쪽에 있는 혓바닥만 더럽게 긴 네덜란드産 과는 정말 대조된다.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