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ize/iNside sports

‘소박했던 영웅’ 최은성, 화려하게 물러나던 날

728x90
반응형


K리그에서 500경기 이상을 활약한 베테랑 수문장 최은성이 18년 동안 정들었던 프로의 유니폼을 벗고 선수생활을 마쳤다. 최은성은 지난 20,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 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6라운드 상주상무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장하여 전반 45분을 무실점으로 마친 후 하프타임을 통해 공식 은퇴식을 갖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성실하고 꾸준했던 수호천황최은성 

197145일 생. 우리나이로 43세인 최은성은 포철중과 강동고, 인천대를 거쳐 1997년 대전시티즌의 창단 맴버로 프로에 데뷔했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늘 꾸준했고 성실했다. 그러한 노력을 인정받은 최은성은 2002년 월드컵 대표팀에도 선발되어 그해 4강 기적의 맴버로 함께했다. 비록 세 번째 골키퍼 옵션으로 단 한경기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는 못했지만, 선수단의 일원으로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유의 성품과 안정감 있는 경기력은 이후 더욱 두각을 나타내며 골키퍼를 원하는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소속팀 대전에 남는 의리를 보여주며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이관우, 김은중 등 대전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적을 선택하던 순간에도 최은성은 끝까지 팀에 남았다

선수로서 평생의 소원이었던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전보다 나은 강팀으로 이적을 하는 쉬운 방법이 있었지만, 최은성은 자신을 선택했던 팀과 팬들을 끝까지 지키며 팀과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이러한 최은성의 신뢰는 마지막까지 보답을 받지 못했다.

2011, 시즌을 마친 대전은 최은성과 더 이상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40살을 넘어선 노장인 최은성에게 구단의 결정은 사실상 은퇴종용과도 같았다. 최은성의 프로 커리어는 15시즌 464경기에서 끝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은성의 능력과 경험을 높게 산 최강희 감독이 나서며 최은성의 선수생명은 기적처럼 다시 이어졌다.

전북으로 이적하여 68경기를 더 뛴 최은성은 결국 총 532경기에 출장하며 18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1997322일 울산과의 경기에 나서며 프로에 데뷔한 후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직접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한 구단에서 무려 15시즌을 뛰며 464경기를 뛴 것은 K리그 역사 최고의 기록으로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현대, ‘명문 구단의 품격을 보여주다 

전북현대는 최은성의 공식 은퇴가 진행된 20일 경기에 주전 골키퍼인 권순태를 대신하여 최은성을 선발로 투입해 전반 45분을 뛰도록 했다.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보다 특별한 특수 포지션이다. 부상이나 퇴장 등의 돌발 변수에 따라 경기의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다. 교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골키퍼 한 명의 움직임에 따라 수비 전체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그런데도 전북은 이날 경기에 최은성을 선발로 투입했다. 자칫 최은성의 은퇴 이벤트를 위해 경기를 놓칠 수도 있는 모험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북은 승리했다. 주장 이동국이 전반 17분 선제골을 성공 시키자 선수들은 하프라인 부근에 모여 최은성을 헹가래 쳐주며 떠나는 선배에 대한 예우를 아낌없이 펼쳤다. 최은성 역시 상주상무 권순형의 중거리슛을 선방해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전반 45분을 완벽하게 마쳤다. 최은성의 선수생활 마지막 경기는 무실점 경기로 기록됐다. 최은성이 교체되어 나간 후에도 전북 선수들은 상대에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고, 후반에 5골을 더 몰아치며 6-0의 대승을 거뒀다.

최은성은 18년의 프로 생활 중 전북의 유니폼을 단 2년 반 밖에 입지 않았다. 15년 동안 대전의 유니폼을 입었으며, 많은 팬들이 대전의 수호천황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은 최은성의 마지막 경기를 화려하게 치장했다.

전북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비록 우리 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한국 축구와 K리그에 기여한 공로를 감안할 때 최은성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러한 내 생각을 흔쾌히 받아준 구단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지난해 많은 환송을 받으며 은퇴한 김상식 코치 역시 프로 시절의 가장 화려한 시기를 성남에서 보냈다. 그러나 전북 구단은 어디에서 빛났느냐보다 선수 본연의 가치에 더욱 무게를 두었다.

많은 구단들이 긴축재정으로 투자를 아끼는 시기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해서 전북 현대가 단순히 미래지향적인 구단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클럽하우스를 짓고, 유소년에 투자를 하고, 지역 연고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전북 현대는 선수들에 대한 예우까지 정성을 다하면서 이별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 팬들의 감성까지 배려하는 명문 구단의 완성을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고 있다.

뜨거웠던 동료애, 결과로 이어져 

이날 6-0의 대승은 이러한 전북 현대의 열의와 정성이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의지 또한 남달랐다.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가 자랑하는 선수가 아름답게 은퇴할 수 있도록 경기에 집중하라며 특히 수비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공격수인 이동국 역시도 수비를 말했다.

골키퍼에게 골을 먹고 볼을 빼는 것 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면서 이날 경기에서는 그런 장면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선수들끼리 다짐을 했다는 이동국은 경기 내내 무실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첫 골 후, 최은성을 헹가래 친 세레머니도 미리 준비했다. 최은성은 이동국이 경기 전에 이를 준비했다며, “골키퍼 있는 데까지 가려면 너무 머니까 하프라인까지 오라고 미리 말을 해줬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여러 차례 찬스를 놓쳤던 용병 레오나르도 역시 경기 막판 팀의 5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벤치 쪽을 보며 몸을 던져 슛을 막는 골키퍼의 동작을 따라하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전북의 선수들은 정규리그의 공식적인 경기를 최은성을 위한 헌정경기로 당당하게 풀어내며 뜨거운 동료애와 팀웍을 발휘하고, 경기력까지 끌어올렸다. 

또 하나의 신화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와 달리 뛰는 양이 많지 않아서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플레이 하나 때문에 경기 결과의 책임을 다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고,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많이 이겨내야 한다. 순발력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근력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체력관리를 해야 한다. 최은성은 정말 엄청나게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체력코치가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웨이트를 했고, 정신력과 개인노력, 성실성과 인성도 후배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 그만큼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오느라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최은성에 대한 최강희 감독의 평가다. 

은퇴식에서 최은성은 마지막 경기를 즐기면서 했다며 섭섭하기보다는 후련하고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눈물을 참지는 못했다. 구단 초청으로 함께 자리한 전 소속팀 대전시티즌의 팬이 큰절을 올리고 눈물을 흘리자 한 번 흔들렸고, 가족을 말하면서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좋은 자리니까 울지 말라면서 집사람이 울면 쫓아낸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고 말한 최은성은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친구가 울면서 큰절을 하니까 마음이 흔들렸고, 가족 생각을 하니까 더욱 만감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가정이 있는 선수들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운동을 하면서 가정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최은성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휴일을 함께 보내주지 못했던 기억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빠 역할’, ‘남편 역할을 잘 해주지 못했음에도 항상 응원해주고 아파해준 가족에게 늘 감사하다고 전한 최은성은 특히 부모님이 건강한 신체를 주셔서 마흔이 넘은 나이까지도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부모님께도 특별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선수 은퇴와 동시에 코치로 활약하게 되는 최은성은 후배 골키퍼들과 단지 호칭만 바뀔 뿐, 이전과 마찬가지로 즐겁게 운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선수시절 만큼은 아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 운동하는 자신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진 : 전북현대 모터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