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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치열하고 평화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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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6라운드를 펼치고 있는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는 사실상 순위 경쟁에서 마지막 한 자리의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플레이오프 티켓이 걸려있는 4위를 놓고 펼치는 삼성생명과 BNK의 대결이다.

5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삼성생명은 9승 16패, BNK는 8승 17패로 단 1경기 차였다. 상위팀과의 전력차, 그리고 지금까지의 흐름을 고려할 때 6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리한 팀이 2~3승을 추가하면 4위를 확정할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4위 경쟁은 BNK가 우위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다. 

 

맞대결에서 삼성생명이 3승 2패로 우위에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을 아무리 털어 봐도, BNK가 삼성생명에게 질만한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 김한별이 체력 안배를 위해 밖으로 나와, 우아하게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라 피지컬을 앞세운 우격다짐의 격파 농구를 펼치면 가장 답을 내기 힘든 팀 중 하나가 삼성생명이다. 6라운드의 김한별은 그런 본색을 드러낼 것이고, 맞대결에서 BNK가 이긴다고 봤다. 여전히 김한별은 WKBL 최고의 파괴왕이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맞대결 골득실은 BNK가 앞서고 있다. 6라운드에서 BNK가 이기면 두 팀은 3승 3패 동률이 되고, 동등 조건에서의 우위는 BNK가 갖게 된다. 11승 19패 정도의 동률을 기록하며 BNK가 4위를 하리라고 봤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일단 1위 팀 KB의 변수다. 

 

KB는 BNK보다 삼성생명이 올라오는 걸 선호한다. 정상적인 전력의 맞대결에서 삼성생명은 KB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난 시즌, 삼성생명이 챔프전의 기적을 만들었지만, 그 기적의 8할은 김한별이, 나머지의 절반 이상은 김보미가 해냈다. 올해는 둘 다 없다. 따라서 6라운드에 KB가 삼성생명을 노골적으로 밀어줄 수도 있겠지만, 여자농구 정서상 그게 쉽지는 않다. 

그런데 KB에 뜻밖의 부고가 닥쳤다. 어린 선수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동요가 없을 수 없다. 6라운드 재개 직전, 김완수 KB 감독은 “경기를 미루고 싶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선수들은 어떻겠나”라고 했다. 경기를 치를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수단의 동요는 당연하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까지 분위기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 훈련을 진행했지만, 분위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마 코로나 확진자도 10명 발생했었고, 선수들 회복의 개인차도 있다고 한다. 이후로 추가 확진자가 있었다는 말은 없다.

그리고 11일 경기에는 박지수가 결장했다. 박지수는 WKBL에 유일무이한 '절대적 비대칭 전력'이다. 박지수가 있고 없고는 KB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대표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날 박지수는 허리 통증이 있었고, 경기 중에 벤치를 지키지 못하고, 선수 대기실에 머물기도 했다. 경기 후에도 걸음이 불편해 보였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KB의 6라운드는 단순한 플레이오프 준비가 아니라, 선수들 컨디셔닝을 기본으로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2위 우리은행도 마찬가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12일 경기가 연기됐다. 선수단 대부분이 확진자가 됐다. 자가 격리가 끝난 선수들도 있지만, 컨디션 문제, 훈련 부족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우리은행처럼 선수단 대부분이 확진 판정을 받은 팀이 있었지만, 그 팀의 경우는 여러 명이 집단으로 한번에 발생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자가 격리를 시작해 이미 자가 격리가 모두 끝났다. 반면 우리은행은 퓨처스리그때 부터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면서 격리 시점이 선수마다 엇갈렸고, 16일 경기에도 격리가 끝나지 않는 선수가 있다. KB 선수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것과 관련해 큰 충격을 받은 선수도 있어서 팀에서도 걱정이 많다.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경기를 최대한 미루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정규리그 마지막 주에 경기를 몰아서 한 후, 플레이오프에 나서야 한다. 어떻게든 경기 일정은 최대한 소화해야 하는 우리은행이다. 6라운드 운영이 KB 만큼이나 조심스러울 것이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갖춘 두 팀이 승패 자체에 힘을 빼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건 상당한 변수다. 순위 확정을 한 만큼, 안배야 당연하겠지만, KB와 우리은행은 그런 가운데에도 승수를 계속 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들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4위 싸움을 하는 삼성생명과 BNK는 6라운드에 KB와 우리은행을 꼭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미 삼성생명은 어수선한 KB에게 이겼다. 훨씬 쉽게 갔어야 하는 경기를 가까스로 이겼다. 하지만 지금 삼성생명에게 과정과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이기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신한은행까지 잡았다.

 


삼성생명이 신한은행을 이긴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리은행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신한은행은 KB의 플레이오프 파트너로 BNK가 올라오기를 바란다. KB의 힘을 빼놓을 수 있는 팀은 삼성생명보다는 BNK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펜딩 챔피언인 삼성생명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이런 생각은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냉정히 볼 때, 이번 시즌의 삼성생명은 WKBL 역사상 가장 힘이 떨어지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런 그림을 위해서 신한은행은 삼성생명을 꼭 잡아야 했다. 4연패에 빠진 분위기 쇄신도 이유다.

 

신한은행은 현재까지 선수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유일한 구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훈련 문제는 없었다. 대선 관계로 도원체육관을 쓸 수 없어 인근 학교에서 훈련을 했다는 것 외에는 '경기 감각'이라는 공통의 문제만 존재했을 뿐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몇몇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이 있었고, 배혜윤은 밀접 접촉자로 훈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이 고비를 넘겼다.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13일 신한은행 전에서의 승리가 정말 큰 교두보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쫓기는 입장이 된 BNK는 14일 하나원큐를 이겼다. 

이제 두 팀의 4위 마지노선은 당초의 11-12승 보다 1-2승을 더 거둬야 하는 싸움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BNK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BNK는 6라운드 전승해야 플레이오프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생명이 먼저 고비를 넘긴 만큼, 이제는 BNK의 차례다. BNK는 17일 삼성생명, 19일 KB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BNK로서는 이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우선은 두 팀 간의 맞대결인 17일 경기가 가장 큰 변수다. 여기서 삼성생명이 이기면, 4위 싸움은 끝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BNK가 이기면 마지막까지 접전이 이어진다. BNK는 KB가 자신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19일 경기에 박지수를 가동하며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터프한 팀이 BNK이기에, KB 역시 BNK가 자신들을 고의로 떨어뜨리려 한다는 불만을 갖고 경기에 나서는 것에 부담이 있다.

 

만약 BNK가 이번 주중의 고비를 넘기면, 이후 분위기는 BNK가 더 유리해진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굳이 BNK를 상대로 이기기 위한 농구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삼성생명이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된다. 원정 경기를 연달아 펼치고, 이번 주 일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향후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가장 걱정이 없는 입장의 BNK이므로 분위기만 타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찌감치 순위 싸움이 정리되고 있는 이번 시즌 여자농구. 삼성생명이 6라운드 초반의 고비를 넘긴 것처럼, BNK가 이어지는 두 경기를 잡는다면,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도 4위의 주인공은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 

보기에는 흥미롭고, 당사자들은 피 말리고, 기사 쓰는 이들은 일거리와 경우의 수가 증가하는 혼란의 막판이다. 

모쪼록, 최종 결과가 잡음 없이 결정되기를 바란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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