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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몰락한 아시아, 다음 월드컵 영향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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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경기에서 단 1승도 없었다. 39. 9골을 넣는 동안 총 25골을 넣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 한국, 이란, 일본, 호주가 기록한 성적이다. 4팀은 모두 각 조 최하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컵 본선 출전 대륙 중 16강에 단 한 나라도 오르지 못한 것은 아시아뿐이다.

유럽과 남미가 양분하고 있는 전세계 축구 지도 속에 아프리카의 검은 돌풍이 거세게 몰아친 후 이번 월드컵을 통해 북중미의 성장이 눈에 띈 가운데, 아시아는 여전히 축구변방을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아시아축구는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16강에 진출하며 국제경쟁력에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푸아드 아민, 알 자베르, 알 오와이란 등을 앞세운 사우디는 당시 F조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게 1-2로 패했지만 모로코와 벨기에를 연파하고 21패로 조 2위의 성적으로 16강에 올랐다. 사우디는 16강에서 검은 바이킹마르틴 달린과 193cm의 수려한 장신 스트라이커 케네트 안데르손을 앞세운 스웨덴에 1-3으로 패하며 무너졌다.
 
그러나 당시 스웨덴은 대회 우승팀이었던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동구권의 돌풍을 일으켰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모두 격파했던 강팀이었다. 그러한 스웨덴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쳤던 사우디 대표팀의 활약은 분명 인상적인 것이었다.
 
아시아 축구는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수는 물론 활약의 정도와 무대의 수준도 높아졌다. 월드컵에서의 성적도 함께 반등했다. 공동개최국이었던 우리나라와 일본은 각각 4강과 16강의 위업을 달성하며 아시아 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주가 16강에 올랐다. 당시 호주는 오세아니아 1위로 남미 5위인 우루과이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진출하기는 했지만 이미 2005년 아시아축구연맹에 편입이 확정된 만큼 아시아 팀으로 판단해도 무리는 없다. 당시 호주는 16강에서 우승팀 이탈리아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며 패했는데, 이는 사실상 심판의 오심에 의한 결정이었다. 이탈리아가 결승에서 프랑스와 승부차기를 통해 우승을 확정짓기 전까지 토너먼트에서 가장 고전한 상대가 바로 호주였다. 2010년 남아공에서는 다시 우리나라와 일본이 동반 16강을 이뤄냈다. 모두 8강에는 실패했지만 16강에서 상대를 괴롭히며 인상적인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시아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모든 팀이 16강에 실패했고, 1승도 거두지 못했으며,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다.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들이 1승도 거두지 못하거나, 모두 최하위에 머문 것은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990년 당시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진출권은 2장이었고, 본선에 진출했던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는 3패로 각 조 최하위에 머무른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본선에 나서는 팀도 적었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수도 적어, 국제무대와의 수준 차이가 워낙 컸다. 그러나 이번에 월드컵에 나선 아시아 4개국의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유럽 유수의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화려한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이름값에 비해 변방이라 해도 아시아가 거둔 성적은 너무나 초라하다.
 
호주는 처음부터 어려움을 표했었다. 32개 출전팀 중 FIFA랭킹이 가장 낮았던(62) 호주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스페인을 비롯해 전통의 유럽 강호 네덜란드와 남미 지역예선을 3위로 통과한 칠레까지 같은 B조에 포함되며 사실상 욕심을 접었다. 오히려 월드컵보다 내년 1월에 자국에서 개최하는 아시안컵에 더 주안점을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3.
 
그러나 호주의 경기력은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첫 경기에서 칠레에게 무기력하게 2골을 내줬지만 이후 경기를 주도하며 추격에 나섰다.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는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받아치며 아쉽게 패했지만 패배의 품격을 보여줬다. 조기 탈락 속에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스페인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호주로서는 최악의 조에서 고군분투한 결과였다.
 
이란 역시 점점 나아졌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공격 의지조차 없다월드컵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 속에 승점 1점을 챙긴 이란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가져갔지만, 엄청난 실력차를 감안했을 때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는 차라리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게 연패를 당하며 아시아 국가 중 FIFA랭킹 최고 순위(43)에 어울리지 않는 일정을 마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조 편성이 발표되었을 당시 환호성을 질렀다. 16강행은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기대까지 나왔다. 일본은 심지어 4강까지 언급했다. 시드 배정국이 다른 조에 비해 절대적으로 강하지 않고,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와 함께 조 2위를 다투는 팀들의 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 경험이 많은 한국과 일본의 경쟁력이 높다는 계산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C조의 콜롬비아는 최고의 스트라이커 라다멜 팔카오가 부상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불운 속에서도 3경기 9득점의 공격력을 자랑하며 절대적인 강력함이 없다는 평가를 비웃었다. 선수 구성면에서 유럽 정상급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던 벨기에는 조별 예선 3경기를 모두 1점차로 승리했다. 이들은 3전 전승으로 16강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하는 팀이 강력한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예상은 맞았지만, 그 티켓 경쟁에서 한국과 일본이 우위에 있으리라는 예상은 틀렸다. 한국과 일본이 오히려 제일 먼저 떨어져 나갔다. 일본은 코트디부아르에게 역전패를 당한데 이어 한 명이 퇴장당한 그리스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16강을 확정지은 콜롬비아한테는 4골을 얻어맞았다. 우리나라는 첫 경기에서 승점 1점을 확보했지만 알제리한테 4골을 허용한 것이 컸다. 묘하게 일본과 닮은 모양을 보인 우리나라는 최종전에서 한 명이 퇴장 당한 벨기에에게 패하며 결국 최하위로 탈락했다.
 
이번 아시아 팀들의 몰락은 단순히 한 대회의 결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총 32. 이중 유럽에 13장으로 가장 많은 진출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남미가 5, 아프리카에 5, 아시아가 4, 북중미가 3장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남미 6위팀과 아시아 5위팀의 대결, 그리고 북중미 4위팀과 오세아니아 1위팀의 대결을 통해 2팀이 더 참가한다. 우루과이와 멕시코가 그러한 플레이오프를 통해 각각 요르단과 뉴질랜드를 격파하고 이번 월드컵에 나섰다.
 
그러나 많은 회원국들이 아시아에 4.5(4~5)의 진출권을 주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인구가 많고 국가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축구 수준을 볼 때 지나치게 많은 진출권이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로 인해 월드컵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FIFA 순위가 낮은 5개 팀 중 4팀이 아시아 팀들이다. 그리고 각조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수치가 곧 현실임이 증명됐다.
 

FIFA가 월드컵 본선 진출권과 관련하여 굳이 아시아에 관대한 기조를 유지했던 것은 중국을 배려하려던 영향이 크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시장적 가치도 크고, 월드컵으로 인한 FIFA의 수익을 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월드컵에 나올 수 있도록 일종의 정책적 배려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스스로의 실력으로 월드컵에서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 중국이 월드컵에 나설 방법은 월드컵 개최 외에는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아시아의 4개 팀이 최악의 성적을 거둠에 따라 아시아 축구의 위상 추락과 함께 진출권을 비롯한 각종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 The Official Facebook Page of the 2014 FIFA World Cup Brazil 


토요경제 / 2014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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