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ize/iNside sports

[WKBL] 진안의 빠른 결정, 더 바빠진 다른 팀들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였던 진안이 하나원큐로 이적했습니다. 2020년 박혜진(우리은행 잔류), 2021년 강이슬(KB 이적), 2022년 김단비(우리은행 이적) 신지현(하나원큐 잔류), 2023년 김정은(하나원큐 이적) 등 그해의 중심 관심사였던 선수들에 비해 상당히 빨리 거취를 결정했습니다. 

 

 



1. 진안 쟁탈전

이번 FA 시장에서 진안이 관심의 첨단에 설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확실한 전력 강화가 목적인 팀들은 시즌 중에도 FA 시장에서 진안 영입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팀이 하나원큐와 신한은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강력하게 대두되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우리은행입니다. 우리은행이 진안 영입에 뛰어들 것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절대 전력에서 KB보다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김단비, 박혜진 등의 나이를 고려할 때, 젊은 핵심 선수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점. 게다가 로스터에 센터가 없는 유일한 팀. 우리은행으로서는 장단기적으로 진안이 꼭 필요한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변수는 보상 선수와 셀러리캡. 우리은행은 진안을 영입할 경우 박혜진-최이샘 중 한 명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당시는 박지현의 해외진출 선언은 변수에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미 100%인 셀캡과 연봉을 깎을 수 있는 대상자가 거의 없다는 것도 고민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안의 우리은행 행에 대한 루머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미 ‘김단비가 진안 영입을 확정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반면, 진안이 우리은행은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등장합니다. ‘훈련을 많이 하는 것 자체는 상관 없지만, 발목이 좋지 않아 런닝을 많이 하는 팀은 부담스러워한다. 국가대표에 있을 때도 우리은행식 훈련을 너무 힘들어했다’는 설명과 함께 ‘진안이 우리은행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는 소문이었죠.

어쨌든 FA가 시작되면 우리은행이 진안 영입에 나설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챔프전이 끝난 시점,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진안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말합니다. 그러면서 “내부 FA가 우선”이라고 강조했죠. 하지만 ‘우리은행 내부 FA 중에서도 이적을 결정할 선수들이 있다’는 루머가 돌았고, 기존 선수들을 뺏길 경우 우리은행이 진안에게 데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FA 시장이 진행되면서 ‘결국은 하나원큐와 신한은행의 싸움’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원 소속팀 BNK 잔류설도 나왔지만 크게 힘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진안 FA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었던 팀은 BNK입니다. 타 팀들이 템퍼링으로 움직일 수 없던 시기에도 꾸준히 진안과 잔류 협의를 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FA인 진안이 고향인 대만으로 떠나 FA 시작 이전까지 들어오지 않자, “BNK가 사실상 확정해놓고 진안을 대만에서 들어오지 말라고 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프런트 재편이 시급했던 BNK는 진안에게 시즌 중은 물론 FA 시장이 시작되기 전인 플레이오프 기간에도 그런 협상 혹은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WBKL 시상식에도 불참한 진안은 그 주 주말을 앞두고 입국했고, 그 기간 중 자신에게 오퍼를 한 팀들을 만났으며, 하나원큐 행을 결정했습니다.

 

전력 강화를 위해 외부 FA 영입이 필수라고 판단했던 하나원큐가 가장 먼저 리스트에 올린 선수는 김소니아(신한은행) 였습니다. 진안도 매우 좋은 선수지만 양인영과의 포지션은 물론 움직임과 활용도 면에서 맞춰야 할 것들이 더 있지 않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인영과 진안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하나원큐 프런트가 대만까지 가서 싸인을 받았다는 말도 있었지만, 사실과는 다릅니다. 하나원큐는 주말에 부산에서 진안을 만났고, 실제 계약은 4월 10일에 확정, 12일에 발표했다고 합니다. 음... 하나원큐 국장님... 선거 못하셨겠는데요... 사전투표 기간에 협상하고, 본 투표일에 계약했으니...

프런트의 움직임은 이랬지만, 진안과 친분있는 선수들이 대만으로 찾아가 사전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긴 합니다. 실제로 김시온, 양인영이 휴가 기간에 대만을 갔으니까요. 하지만 하나원큐는 공식적으로 “선수들이 대만으로 휴가를 다녀온 것, 진안과 친분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대만에 가서 무얼 했는지까지 확인하거나 부탁을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하나원큐의 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나원큐는 FA 시장 초기, ‘외부 영입보다 내부 단속이 먼저’라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외부 대어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맞지만, 시작부터 포커스가 여기에 맞춰지면 내부 FA들에게 소외감을 주면서 집토끼 잡기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부분을 신경썼습니다. 그만큼 기존 FA(특히 양인영)를 최악의 경우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은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양인영을 진안 영입의 민간 사절단(?)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대만으로 휴가를 떠난 선수들은 다른 팀에도 있었습니다.



2. 하나원큐의 FA

FA 대어를 잡은 팀이 항상 겪게되는 보상선수의 고민이 하나원큐에 등장합니다. 하나원큐는 진안과 김소니아 중 한 명은 반드시 잡아야 된다는 목표를 세우면서도 보상선수에 대해 고민이 상당했습니다. 기존의 중심 선수들은 물론, 외부에서 아직은 크게 고평가하지 않는 선수 몇 명에 이르기까지, 하나원큐는 상당한 평가를 하며 지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시장의 대어를 잡지 않고서는 전력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고 결국 성과를 거뒀습니다. 아마 보호선수의 윤곽은 어느 정도 잡혔을 거라고 봅니다. 이번 FA를 오랫동안 준비했기에 현재의 상황은 이미 수없이 시뮬레이션 했을 것이고, 보호선수 확정도 마음의 결정만 남았다고 봅니다.

진안의 영입은 하나원큐에게 상당한 의미입니다. 

우선 2년 연속으로 FA 시장에서 대어를 잡았습니다. 선수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고사했던 팀이었는데 2년 만에 FA 시장의 강자가 됐습니다. 팀 성적까지 꾸준한 결과로 이어간다면 앞으로의 FA 시장에서 하나원큐에 대한 선수들과 현장의 평가는 확실히 다른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팀 내부 전력도 분명한 상승효과가 있습니다. 하나원큐가 김소니아와 진안 중 한 명의 영입이 절실했던 것은 이들의 기량도 있지만, 피지컬 자체로 싸울 수 있는 선수라는 점도 컸습니다. 김정은을 제외하면 하나원큐에 존재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하나원큐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이러한 유형의 파이터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김정은과 엄서이가 가세했지만, 엄서이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이런 역할의 선수가 더 절실했죠. 김정은 역시 시즌 중에도 “우리 애들이 전반적으로 다 몸이 약해서 걱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안은 투박하지만 소위 몸빵이 되는 선수죠. 김정은도 “내 은퇴 시점은 우리 더블포스트 하기에 달렸다”며 흡족해합니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 김정은은 출전 시간과 포지션을 맞춰가며 더 오래 현역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이죠.

 

 



3. 진안의 빠른 결정

이제 하나원큐는 FA 시장에서 관전자 위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확실한 건 아닙니다. 여전히 FA 시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번 FA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다 해도, 우리가 당장 KB나 우리은행과 승부를 볼 수 있는 전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0승을 했고, 플레이오프에 간 만큼 이제 안정적으로 플레이오프에 꾸준히 갈 수 있는 전력을 구성하는 것이 먼저고,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이나 향후 필요한 선수 영입을 통해 점진적으로 우승권에 닿도록 하겠다” 라는 것이 하나원큐 프런트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우선은 플레이오프 싸움을 펼칠 수 있는 팀들의 전력 상승을 견제하면서, 괜찮은 준척급 선수가 나오면 영입 시도도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기존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점도 생각하면, 추가 영입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대 대어들이 심사숙고 끝에 거의 막판에 싸인한 반면, 진안은 정말 빨리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안을 뺏긴 팀, 영입에 실패한 팀들이 플랜B로 선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BNK의 경우에는 WKBL 최고령 선수인 김한별도 은퇴보다는 잔류 쪽으로 이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당연히 남아있는 대어 김소니아의 거취가 관심입니다. 김소니아를 잔류 시키고 진안을 잡으려 했던 신한은행은 외부 영입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우선적으로 김소니아를 잡아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신한은행은 꾸준히 김소니아와 접촉했지만 13일 이전까지는 확실한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소니아는 “일단 결혼식을 마치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신혼여행 계획은 따로 없다고 합니다. 김소니아는 어제(14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아마 오늘부터 신한은행은 물론 김소니아를 영입하고자 하는 팀들의 움직임이 분주할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팀들이 김소니아를 원하고 있습니다. 김소니아는 특정팀과 근접했다는 말도 있고, 조건도 조건이지만 어느 정도 결과를 낼 수 있는 전력의 팀을 선호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4. 마지막 변수들

김소니아와 함께 관심을 끄는 선수들은 박혜진과 최이샘(이상 우리은행)입니다. 특정 팀들과 링크가 있다는 소문도 꽤 있었고, FA 시장이 열릴 무렵에는 이적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또 다양합니다. 타 팀의 일부 관계자들은 “우리은행 선수들은 항상 FA때 이동할 거라는 말이 나오고 이적하겠다고 하다가 막상 협상만 들어가면 입장을 바꿔 잔류하더라. 그렇게 잔류해놓고 다음 FA가 되면 또 똑같이 그런다. 우리은행이 무슨 마성의 매력이 있는건지, 약점이 잡힌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합니다. 박지현과의 계약을 임의해지한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최이샘을 잡는 것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상황입니다. 

하나원큐의 전력 강화도 남은 시장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최상위권이 아닌 팀들은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를 무조건 장담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그 경쟁자였던 하나원큐가 진안 영입에 성공한만큼, 어떻게든 전력 보강이 절실해진 팀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경우는 지금까지 언급된 빅네임급 선수들 외의 다른 선수들까지도 범위를 넓혀야 하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성과가 크지 않은 선수라 하더라도 ‘우리가 데려와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

협상이 결렬된 FA 1차 자격 선수들(신이슬, 이혜미, 나윤정)의 경우, 구단 제시액과 선수 제시액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구단 입장에서 이들이 타구단과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거나,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봐야 하는 결과입니다.

진안의 이적과 박지현의 해외 진출 선언으로 1차 협상 기간이 마감됐지만, 남아있는 기간에도 상당한 이슈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단들은 리그보다 피말리는 상황이겠지만, 죄송스럽게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