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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빛나는 미래를 거머쥘 찬란한 스타 - 2012년판 농구 얼짱 '김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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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프로 농구 WKBL에서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6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5년동안 꾸준히 최강의 전력이라며 ‘레알’ 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신한은행은 팀을 이끌던 전주원과 진미정이 은퇴를 선언하고, 정선민마저 KB국민은행으로 떠나며 베테랑들이 일시에 빠져버리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강 신한은행이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의 성적은 27승 6패. 10월 14일 개막전 패배 이후 거의 4달 동안 단 5번 밖에 패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빌딩으로 인해 어느 정도 어려운 한 시즌이 되리라 예상했던 신한은행의 2011-2012 시즌 결과는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의 6연패로 결론지어졌다. 심지어 마지막 라운드는 채 시작도 않은 시점에서의 우승 확정이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구단 프런트까지 누구 하나 제 몫을 못해준 이가 없었겠지만 이 중 주목받는 선수가 이제 22살의 프로 5년차 포워드 김단비다. 명신여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7년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신한은행에 입단한 김단비는 2009년, WKBL 퓨처스 리그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득점, 스틸, 블록 등 3개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김단비는 베스트5와 MVP를 거머쥐며 대회 5관왕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3년차였던 2009-2010시즌부터 주전급으로 급부상한 김단비는 이제 신한은행이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포워드로 성장했다.

농구 선수? 순전히 엄마 때문에!

김단비가 농구를 시작한 이유는 키가 컸기 때문이다. 현재 178cm인 김단비는 유치원때부터 키가 컸고, 초등학교때도 또래 친구들 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서 놀림을 받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활동적이고 남자들이랑 뛰어노는 걸 좋아한 탓에 어머니가 운동을 시켰다고 한다. 키가 큰 게 원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발적으로 농구공을 잡은 것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 딸한테 운동을 강권하고 시킨 어머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잠깐 흥분을 했던 김단비는 아무래도 공부를 너무 안하니까 운동을 시킨 거 같다고 자기 자신과 타협을 했다.

하지만 농구를 안 했으면 무엇을 했을 거 같냐는 질문에 김단비의 대답은 역시 운동이었다. 농구를 안했으면 뭘 했을지 자기 자신도 궁금하다는 김단비는 어려서부터 남자처럼 뛰어노는 걸 좋아했고,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키도 계속 자랐기 때문에 결국 농구가 아니었어도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가 되었을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김단비에게 천직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임을 스스로도 인지하면서도 다음 세상에는 농구선수는 절대 하지 않겠단다.

여자가 운동선수로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여자이길 포기해야 한다고 해야 한다”라고 단정 지은 김단비는 농구선수로 살면서 일반 남자들보다 훨씬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야 하고 또 몸싸움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다 보니 몸도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여성스러움과 거리가 멀어진다고 말했다. 한창 꾸미고 싶은 나이에 운동에 집중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농구 선수로 살고 있는 지금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명료하게 말하자면 세상에 많은 일들이 있는데 굳이 다시 태어나서까지 농구를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 다시 태어난다면 안해본 걸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문난 농구 얼짱

여성스러움과 거리가 멀고 꾸미고 싶은 나이에 꾸미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꾸미는 법도 모른다고 말한 김단비는 소위 얼짱 농구선수로 통한다. ‘운동선수치고 못생기지 않았다는 말’이라고 둘러 말하면서도 ‘예쁘다’는 팬들의 반응에 당당하게 즐거워할 줄 아는 그녀는 확실히 특별했다. 나쁘게 몰아가자면 ‘자기 예쁜거 알고 칭찬을 즐기는 재수없는 아이 정도’랄까?

하지만 솔직함도 국가대표 급이다. 미녀선수가 많다고 소문난 신한은행에서도 특히 김연주가 예쁜 거 같다고 말한 김단비는 가끔 김연주에게 “코 하나 때문에 이젠 언니보다 내가 얼짱”이라고 말한단다. 몸싸움이 격렬한 농구에서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코가 휘는 부상을 입어서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하던 중 미용의 요소를 가미했다는 게 김단비의 주장! 심지어 김단비는 팬사인회에서 한 팬이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냐”고 물었을 때 “코 성형수술하고 예뻐졌다”고 대답해 화제가 된 바도 있다.

이제까지 선수생활을 하며 발목을 삐었던 거 외에는 코를 다쳤던 게 가장 심했던 부상이라면서도 김단비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코 하나로 얼짱이 됐으니 아플만 했다며 전화위복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고통은 잠시 뿐이란다.

 

 

숨길 수 없는 승부욕. 그녀는 농구 선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신한은행에 지명된 김단비는 당시 팀에 좋은 선배들이 많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선수생활의 가장 큰 위기도 프로가 된 후 찾아왔다. 함께 프로에 입단한 동기들은 모두 경기에 나서는데 자신만 뒤쳐진 것 같아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이다.

슬럼프를 벗어나 퓨처스 리그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던 김단비는 지난 시즌 완벽하게 팀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올 시즌은 명실공히 팀의 에이스다. 평균득점 3위, 리바운드 9위, 어시스트 7위, 블록슛 4위, 공헌도 6위 등 개인기록 전부분에서 뭐하나 빠지지 않는 전방위 활약으로 팀 우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뭐라도 하나를 특출나게 잘해서 상이라도 받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면서도 특별히 받고 싶은 부문의 개인 타이틀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대답한다.

MVP에 대한 욕심도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에도 MVP가 욕심나지 않냐는 질문을 들었다는 김단비는 팀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있고, 아직은 자신이 받을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어린만큼 기회는 앞으로도 충분히 있을 것이고, MVP를 받으면 왠지 더 이상의 목표도 생기지 않고 거만해 질지도 모른다며 언제가 있을 다음 기회를 노리겠단다.

또한 김단비는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타고난 운동능력이라고 말하면서 단점으로는 멘탈의 약점을 꼽았다. 성격이 소심한 탓에 경기가 꼬이거나 실수를 하게 되면 다음 플레이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안 좋았던 것에 집착하다가 경기를 망쳐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리고 공격보다 수비가 너무 힘들다는 의견도 털어놓았다. 팀의 주득점원 역할도 소화하지만 상대팀의 에이스도 막아야 하는 그녀에게 가장 힘든 상대는 삼성생명의 박정은과 KB 국민은행의 변연하라고 한다.

워낙 경험이 많고 노련한 선수들이라 수비의 맥을 잡고 자기가 갈 길을 다 알고 막는 것 같다고 했다. 공수에서 여러모로 운영능력이 뛰어난 박정은과 변연하를 막기 위해 더 빨리 뛰고 몸싸움을 시도해도 그녀들은 전부 커버해내는 능력을 갖췄다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삼성생명의 박정은은 김단비에게 롤모델이라고 한다. 김단비는 박정은을 보면 정말 농구에 도가 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외에도 지난해까지 함께 뛰었던 전주원 코치와 KB 국민은행의 정선민도 그녀가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선수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치러야 할 플레이오프에서도 절대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강력한 승부욕은 잊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우승을 해왔지만 올해 맴버들 중 플레이오프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뛰었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고, 전체적으로 팀 평균 연령이 어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맞서서 반드시 통합우승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나 올해에는 팀이 우승하는 데에 주축역할을 하고 싶다는 목표도 더했다. 나아가 오는 6월 펼쳐지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반드시 본선행 티켓을 따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스로는 소심하다고 말했지만 당차고 유쾌했으며 프로다운 근성도 갖추고 있던 김단비는 문득 결혼을 묻는 질문에 서른 살 이전에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결혼과 함께 은퇴하고 싶다는 나름의 폭탄선언도 함께했다.

22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팀의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팀의 당당한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단비이기에 어쩌면 서른 살이 되기 훨씬 이전에 더 많은 우승을 경험하고, 여자농구 최고의 별인 MVP를 거머쥘 지도 모른다. 서른 살 이전에 선수로서의 모든 목표를 이루고 어느 날 돌연 결혼선언과 더불어 코트를 떠나는 김단비의 모습. 아직 미래가 창창한 선수를 두고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이 실례일지 모르지만, 때로는 나이답지 않은 능글능글함으로 여유있게 인터뷰를 받아넘기던 그녀라면 왠지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길게 잡아 7년이다. 신한은행은 몇 번을 더 우승한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MVP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고,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남자라면 이 기간 내에 반드시 자신을 어필해서 모종의 성과를 얻어야만 한다. 신한은행의 경기라면 홈-어웨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응원하면서 김단비와 결혼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초등학생 팬들에게도 시간은 단지 7년뿐이다 .

하지만 시한부라고 아무리 적어 놓아도 왠지 2010-2011 시즌에도 코트위에 지금과 다름없이 아무렇지 않게 서있을 김단비가 가장 어울리는 그림인 것 같다. 코는 조금 더 오똑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코노미컬처 / 2012.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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