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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뭔가 정상적이지 않아서 흥미로운 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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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전 경기를 하나하나 다 살피지 않고 말하는 거라 "이게 정확해!"라고 우길 자신은 없다. 그래도 꾸준히 매치데이 때마다 몇 경기씩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는데, 뭔가 이번 시즌은 참 기묘하다. 팀 순위를 보면 그 기묘함이 참 잘 나타난다.

 

 

 

포항이 1위, 김천이 3위다. 정상적이지 않다. 길지 않았던 비시즌 사이에 구단들이 뭔가 준비라는 걸 제대로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와 FA컵 우승을 달성했던 포항은 전력 누수가 가장 심한 팀이다. 심지어 주전 4백이 모두 팀을 떠났다. 그런데 최소 실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태하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렇다고 포항이 올해 들어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준 건 아니다. 박태하 감독 부임 이후 첫 공식 전이었던 전북 현대와의 ACL 16강에서 포항은 1무 1패로 졌다. K리그 팀 들 중 ACL 조별 예선에서 가장 압도적인 기세를 자랑했던 포항이 지난 시즌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전북에게 무너졌다. K리그 개막전은 울산에게 0-1로 졌다.

 

박태하 감독은 기존 포항의 색깔에 자신이 추구하는 직선적인 패스와 콤팩트한 축구를 입히겠다고 했지만 성과는 요원해보였다. 그렇다고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게 정상이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적했고, 성공의 역사를 썼던 코칭스태프도 팀을 떠났다. 새로 팀을 맡은 사령탑에게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투자조차 하지 않는 팀이다. 

 

그런데 포항은 박태하 감독이 추구하는 감독의 축구를 하기보다 그냥 그들이 잘하던 축구 위주로 방향을 바꿨다. 지금 포항이 하는 축구를 보면 박태하 감독이 변화를 주겠다고 했던 부분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그동안 하던 거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러면서 11경기 연속 무패(7승 4무)로 선두에 올랐다. 

 

그렇다면 박태하 감독은 무능한 인사인가? 당연히 아니다. 본인이 원하는 색깔과 달라도 현재 스쿼드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회하는 것도 지도자의 능력이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ACL 16강에서 떨어지고, K리그 첫 경기를 내준 뒤, 대구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 내용이 정말 실망스럽게 흐르자, 후반부터 변화를 줬다고 한다. 게다가 후반 추가 시간에 강하다는 것과 감독이 교체 투입한 선수들이 이 후에 성과를 낸다는 점은 분명 높게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이번 시즌 초반... 온 우주의 기운이 포항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솔직히 들어갈 골이 아닌데 들어가는 골, 완벽하게 먹은 골인데 골대 불운 등으로 모면한 상황이 엄청나게 많다. 포항에게 이토록 행운이 따랐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 

 

대전과의 경기(4월 7일)에서 상대 클리어링에 발을 갖다 댄 것이 동점골이 된다거나, 서울과의 경기(4월 13일)에서 볼이 앞으로 와서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한 것이 역대급 원더골로 역전을 만든다거나, 사각에서 대충 골문쪽으로 찬 공이 골대를 맞고 뜬금없이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으로 튀어나가 달려오던 선수의 득점이 된 강원 전(5월 1일) 등, 천운이 따른다는 느낌이 참 많이 든다.

 

하지만 이런다고 포항이 기세를 계속 이어가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정상급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제주(5월 12일)와의 경기가 좋은 예다. 완벽한 기회를 수도 없이 놓쳤다. 손쉽게 마무리 할 상황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는데, 사실 올해 포항의 공격 마무리가 그렇게 날카롭지는 않다. 최전방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선수 조르지는 안타깝게도 득점 능력만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인데 12경기에서 무득점이다. 포항이 워낙 드라마틱한 득점을 많이 올려서 착시 효과가 있을 뿐, 공격 안정감은 상당히 부족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포항은 스쿼드가 얇다. 가용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팀이다. FA컵과 ACL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체력적인 열세를 피할 수 없고, 누적된 피로는 경기를 거듭할 수록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작년처럼 부상의 연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기세가 좋을 때 최대한 승점을 벌어둬야 한다. 포항은 여름 이후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위기를 지금처럼 무패로 극복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따라서 지금 최대한 승점을 벌어둬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포항의 상승세를 견제하는 팀들이 없다는 것이다. 포항이 1위고 김천이 3위다.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부산과 치열한 순위 싸움 끝에 1위를 차지하고 승격된 김천이 전력에 특별한 상승 효과가 없었음에도 1부에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김천은 국군체육부대인 상무다. 외국인 선수도 쓸 수 없는 팀이다.

 

전력 누수가 가장 많았던 포항, 2부리그 전력을 그대로 갖고 온 김천에게 선두 경쟁을 내주고 있다는 건, 기본적으로 다른 K리그 팀들이 제대로 준비를 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FC 서울은 승점 15점으로 7위에 있다. 제시 린가드를 데리고도 고작 이 정도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 팀의 객관적인 이번 시즌 순위는 상위 스플릿 도전으로 보는 게 맞다. 예산 자체가 적지 않은 팀이고, 역대급 외국인 선수가 영입됐고, K리그에서 가장 검증된 지도자 중 한 명을 데려왔기에 눈높이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이 팀은 냉정하게 4년 연속 하위 스플릿에 머문 팀이다. 성적 부진에 대해 다양한 변명이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4년 동안 스플릿B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이 팀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번 시즌 선수들 역시 그들이 주축이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선수들은 김기동 감독이 추구하던 축구에 별로 부합하는 선수들이 아니다. 김기동 감독의 축구는 운동량이 많고 빠른 역습을 전개할 수 있는 스피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서울의 팀 구성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포항 시절 보다 선수들 면면의 이름값은 높을지 몰라도 부족한 운동량과 떨어지는 스피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경기력으로 일관되고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달릴 수 있었던 나상호 마저 팀을 떠났다. 올 시즌 서울의 경기 중 내용면에서 만족스러웠던 경기는 4월 3일 김천과의 경기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운도 안 따른다. 포항이랑은 반대다. 좋은 찬스에서 골대도 자주 때리고, 기가 막힌 골도 자주 먹힌다. 한동안은 몇 경기 연속으로 원더골을 얻어 맞았다. 골키퍼 포지션에 확실한 약점이 있다보니, 이런 흐름이 더 가중됐다.

 

어쨌든 지금 서울의 축구는 김기동 축구와는 거리가 멀다. 김기동 감독도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보다는 현재 스쿼드로 최대한 잘 버틸 수 있는 축구를 하는 것 같다. 

 

린가드가 복귀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너무 오래 쉬었고, 이번에는 재활까지 했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올라서는 데에는 시간이 훨씬 필요할 것이다. 린가드가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은 결국 이번 시즌보다는 다음 시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시즌을 치르며 옥석을 가려내고, 감독이 원하는 선수단 구성으로 변화를 가져갈 다음 시즌이 서울과 김기동 감독이 함께 결과를 도모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서울의 이번 시즌 궁극적 목표는 ACL 도전권인 4위, 그리고 우선은 5년 만의 상위 스플릿 도전이 아닐까?

 

그런 가운데 꼴찌 전북이 눈에 띈다. 솔직히 감독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두는 것 같다. 전력 구성에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도 이런 결과를 내고 있다는 건 분명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북이 시즌 막판에 강등권 싸움을 할 거 같지는 않다. 전북은 작년에도 시즌 초반에 바닥을 헤맸지만, 결국 말미에는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충분히 그럴 전력이다. 포항은 시간이 흐를수록 위기가 닥치겠지만 전북은 반대로 나아질 지점이 훨씬 많다. 다만 차고 나가는 그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가가 관건이고, 근본적으로는 이렇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자체가 없어야 하는 팀이라는 데에 반성과 고민의 여지가 존재한다.

 

아무튼, 올해도 K리그는 순위 싸움이 재밌다. 전북이 꼴찌로 내려 앉은 덕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 2부리그도 수원 삼성 덕분에 흥미롭다. 특히 2부리그로 떨어졌다면 심기일전하고 그 안에서 치열하게 벗어날 생각을 해야하는데,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우린 너희랑 격이 달라"라고 공허하게 외치고만 있는 거 같아 더 흥미롭다. 승격 여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2부리그 우승은 못할 거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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