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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벌써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WKBL 2023-24시즌

 
 
KB-우리은행의 3번째 정상격돌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KB가 우리은행을 이겼습니다. 25일 경기에서 KB가 우리은행을 73-61로 이기면서 양 팀은 3라운드를 13승 2패, 동률 1위로 마쳤습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이번 시즌 팀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KB와의 경기에서는 확실히 상대보다 전력에서 열세라는 것을 인정하고 파훼법을 찾아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에 맞춰 경기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실 전력에서의 우위가 확실하다면 굳이 상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가져가는 게 우선이겠죠. 우리은행이 전력 면에서 열세를 보이는 팀은 KB가 유일합니다.

제 생각에 25일 우리은행은 경기 초반, 박지수보다는 나머지 4명을 꽁꽁 묶으면서 KB의 공격이 박지수에게 더욱 쏠리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놔두면 어디까지 할지 두고 보겠다’는 당연히 아니었겠죠. 박지수의 체력을 공략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박지수에게 볼이 몰리면, 파울이 나오더라도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펼치면서, 박지수를 괴롭혔습니다. BNK와의 경기에서 31분을 뛰고 하루밖에 쉬지 않은 박지수를 지치게 해 후반 승부를 도모하는 것은 타당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은행은 초반, 공격에서도 박지수와 매치업되는 선수들이 박지수를 외곽으로 끌어내면서 슛을 시도했습니다. KB를 상대로 자주 나오는 공략법이기는 하지만, 이날 초반은 다른 공격에 비해 이 부분에 특히 더 치중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수 모두 박지수의 움직임이 많아지게 만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역전을 당하고 주도권을 내줬지만, 우리은행의 의도에서 아주 빗나간 초반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이샘을 중심으로 외곽이 터졌고, KB는 박지수가 혼자 14점을 연속으로 쌓았지만, 다른 선수들의 공격은 확실하게 정체됐습니다. 심판의 콜도 박지수에 대한 컨택에 비교적 관대하면서 이명관이 일찌감치 파울 3개를 범했지만, 다른 선수들은 관리가 잘 됐습니다.

변수는 김단비와 박지수 없는 KB였습니다.
 
컨디션에 문제가 생긴 박지수가 채 6분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습니다. 2쿼터에 투입될 때까지 5분 44초 동안 박지수가 코트를 떠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이 시간 동안 점수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박지수가 교체 아웃될 때 점수는 14-10 KB의 리드. 박지수가 돌아올 때 역시 21-18로 우리은행은 1점을 좁히는데 그쳤습니다. 박지수 투입 직후 이명관의 3점슛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KB는 강이슬과 이윤미의 3점슛으로 바로 6점을 달아났습니다.

KB는 ‘박지수 없는 시간’의 딜레마를 극복했고, 우리은행은 KB의 약점을 파고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초반에 예상치 못한 휴식을 가져간 박지수는 후반에 더 오랜 시간 코트에서 버티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날 3점슛을 무려 12개나 성공했습니다. 박지현이 3점슛 4개 포함 22점을 넣었고, 최이샘도 3개의 3점슛과 함께 16점을 올렸습니다. 이명관(3개)과 나윤정(2개)도 외곽 지원에 나섰습니다. 우리은행이 KB를 잡기 위해 가져간 공격 방법이 아주 틀어막힌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김단비가 필드골 18개 중 1개(3점슛 0/8, 2점슛 1/10)만 성공하며 4점에 묶인 것이 아쉬웠습니다. 11개의 리바운드와 4개의 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득점에서 활로를 만들어주지는 못했습니다. 김단비의 득점이 묶인 것은 득점 자체의 감소는 물론, 우리은행이 공격에서 조금 더 효과적으로 공간을 만들고 기회를 창출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단비의 득점 부진은 우리은행의 추격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염윤아의 수비가 좋았고, 상대적으로 김단비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KB와의 경기에서는 가용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이 모두 성과를 거둬야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그러니까 실질적인 전력에서 확실히 상대보다 열세라는 부분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박혜진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이 정상적인 전력은 아니었지만, KB 역시 김민정과 김예진이 뛰지 못했습니다. 존재감에서 박혜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김민정과 김예진도 주전급 전력이고 경기당 20분 이상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선수들임을 고려하면 KB 또한 핸디캡이 있던 경기였습니다. 특히 이들은 박지수의 수비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줄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한편 김단비는 경기 후 양쪽 손목에 아이싱을 하고 퇴장했습니다. 경기 후 선수들이 무릎이나 발목, 어깨나 허리에 아이싱을 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지만, 손목에 아이싱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손목이 부었다고 하더군요. 양쪽 손목을 삐어서 불편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날 야투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경기를 중계한 김은혜 KBSN 위원도 김단비가 이 경기에서 공격 시도 후 손목 터는 모습이 평소보다 자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전 경기에서 크게 넘어진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다친 게 아닐까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KB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박지수가 없었던 8분 21초를 훌륭하게 버텨낸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31분 39초 동안 29점 17리바운드 3어시스트 1블록슛을 기록한 박지수의 지배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특히 박지수는 이날 경기 초반 다시 공황장애 증상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조기 교체의 이유였습니다. 1쿼터 중반 교체되자, 벤치에도 앉지 못할만큼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공황장애를 겪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당한 괴로움과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정신적인 압박은 물론 호흡곤란이 오기도 하고, 현기증과 구토도 생깁니다. 

박지수는 작년 크리스마스 경기 때도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KB는 2차 연장 끝에 신한은행에게 79-84로 패했습니다. 이때 박지수는 36분 55초를 뛰며 30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박지수는 후에 이 경기 중 나타난 공황장애 증상으로 코트가 흔들리고 림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현기증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만히 서있어도 사방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 팀 동료의 어깨를 잡고 서있기도 했습니다. 경기 후에는 팀 미팅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바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마 이날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팀 승리가 확정적이었던 종료 1분 41초 전, 다시 교체된 박지수는 이번에도 벤치가 아닌 광고판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는 물론 팀의 크리스마스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지원 스태프들의 관리 속에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이동할 수 있을만큼의 안정을 찾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KB가 이날 경기 후 외박이라 경기장을 찾은 가족과 함께 바로 귀가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여지없이 위력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지수에 대해 ‘건강한 박지수’라는 표현들을 많이 쓰지만, 이전부터 여전히 박지수의 상태가 100%가 아니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런 부분입니다. 공황장애는 ‘완치’의 시점을 알 수도, 예상할 수도 없으며, 증상이 없다가도 불시에 재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당히 오랜 기간의 치료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박지수는 그런 상황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기때문에 공황장애 진단 이전 100%의 상태는 아닙니다. 다만 신체적으로 전성기에 접어들었기에 피지컬과 운동능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아무튼 공황장애 증상에도 불구하고 그런 집중력을 보이면서 활약을 했다는 것이,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고, 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강 2중 2약? 혹은 2강 4중
 
벌써 시즌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KB와 우리은행이 13승으로 공동 선두입니다. 공동 3위인 하나원큐와 삼성생명의 승리를 더해도 이들에 못 미칩니다. 또한 공동 3위 두 팀은 5위 BNK와 6위 신한은행의 승리 수를 더한 것과 같은 승수를 챙겼습니다. 표면적으로 2강 2중 2약의 구도입니다.

하지만 정규리그의 운영 목표 자체가 달랐던 팀들입니다.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의 압박이 강했던 팀은 KB가 유일합니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을 노려보겠지만, 쉽지 않은 목표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정규리그를 마치고 플레이오프 이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는 복안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른 4팀은 사실 2위 이상은 어렵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시즌입니다. KB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4팀의 정규리그 목표는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이었습니다. 물론 하나원큐의 경우는 그 이전에 시즌 10승부터 넘어서자는 미션이 우선이기는 했습니다.

현재의 흐름은 2강 4중의 형태입니다. 일련의 예상처럼 KB와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정상전쟁에 돌입했습니다. 나머지 4팀이 남은 두 장의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싸우는 후반기가 예상됩니다. 최하위 신한은행이 시즌의 절반을 승률 13.3%로 마쳤지만, 여전히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적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확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1-22시즌의 BNK는 초반 10경기에서 1승 9패를 했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어쩌면 이번 시즌은 삼성생명의 업셋 우승이 나왔던 2020-21시즌의 정규리그와 비슷한 양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상위 두 팀 중 한 팀이 두드러지지 못한다면 마지막까지 KB와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 다툼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두 팀의 플레이오프 행은 사실상 결정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남은 15경기를 모두 져도 최소 4위는 가능할 겁니다. 반면, 이들 두 팀에 이어 플레이오프 행을 확정하는 팀은 그 시점에 정규리그 잔여경기를 포기하고 플레이오프 준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KB와 우리은행이 1위 경쟁을 위해 마지막까지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이는 동안 먼저 플레이오프 준비에 들어가는 거죠. 다만 중하위권에서도 더 나은 전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생명과 BNK가 지금처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면, 3-4위 싸움도 뜻밖의 혼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은 11~12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경기 수와 각 팀간의 전력 등을 고려할 때 4위 팀이 기록할 승수는 이 정도로 보입니다. 변수는 상위팀의 1위 결정 시점과 최하위 팀의 가비지 시즌 확정 시점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시즌에는 12승을 거두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하나원큐의 가능성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하나원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하나원큐의 이번 시즌 첫 목표는 두 자릿수 승리였습니다. 현재 6승 8패를 거둔 하나원큐로서는 기대했던 목표를 충족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초 하나원큐에 대해 ‘10승은 가능, 플레이오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으로서는 플레이오프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고 봅니다. 삼성생명과 BNK의 견고함이 기대에 못미치는 이유입니다.

하나원큐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일단 이번주가 고비입니다. 하나원큐는 삼성생명과 백투백 경기를 갖습니다. 27일 용인, 30일 부천에서 3-4라운드 경기가 열립니다. 만약 하나원큐가 이 두 경기를 모두 이긴다면,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집니다. 개인적으로 하나원큐가 이 두 경기를 이기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하나원큐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100%라고 생각합니다. (아.. 너무 단정했나요? 매우 매우 높다.. 정도로 타협할까요...) 반면, 두 경기를 모두 지면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한없이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BNK와의 후반기 경쟁이 쉽지 않을 겁니다.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나원큐는 1라운드를 1승 4패로 마쳤습니다. 이후 9경기에서 5승 4패입니다. 1라운드 중반 이후부터 김정은의 지배력과 존재감이 확실히 나타나고 있으며, 기존의 신지현-양인영이 돌아온 맏언니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초반 갈피를 잡지 못하던 정예림도 자기 궤도에 올랐고, 선발과 벤치를 오가며 1번부터 4번까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김시온도 쏠쏠합니다. 외곽에 믿을 수 있는 슈터 한 명만 더 있다면 훨씬 탄력을 받을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분명 흡족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수비가 강해진 것도 무척 고무적입니다. 피지컬에서 항상 상대에 밀리면서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던 모습이 김정은의 가세로 달라졌습니다. 하나원큐의 이번 시즌 실점은 62.4점으로 리그 3위. KB(58.6), 우리은행(60.3)에 이어 가장 강한 수비를 보여줍니다. 4위 삼성생명(66.5)보다도 평균 4점이나 적습니다. 득실마진에서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위 세 팀 중 하나입니다.
 
지난 5시즌 동안 하나원큐는 리그 최다실점 팀이었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없습니다. 이번 시즌 14경기에서 70점 이상을 내준 경기는 4번인데 이 중 3번이 KB 전이었습니다. KB에게 수비가 먹히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반대로 KB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수비가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전력이 열세인 팀이 공격에서 성과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당장 승리를 챙긴다해도 시즌 전체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수비가 안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변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하나원큐는 확실하게 ‘선택과 집중’의 기조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전력차가 확실한 KB와의 경기에서는 승부가 쉽지 않다 싶으면 발을 빼고 다음 경기를 도모했습니다. 개막 3연패를 당했던 하나원큐는 시즌 4번째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막판에 전체적으로 안배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21점차까지 리드를 내줬던 까닭이기도 하지만, 하루 휴식 후 치러야하는 신한은행 전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았습니다. 하나원큐는 KB에게 64-74로 패했지만, 다음 신한은행 전에서 5일을 쉰 상대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습니다. 한때 24점차까지 앞서며 가비지 게임을 만들었고 79-65로 시즌 첫 승을 거뒀습니다. 2라운드도 마찬가지. 하나원큐는 KB에게 10점차 정도로 끌려가던 4쿼터 중반에 주축 선수들을 모두 교체했습니다. 7분을 남기고 양인영, 5분 44초를 남기고 김정은, 그리고 5초 뒤 신지현까지 불러들였습니다. 10점 정도 차이와 남아 있는 시간을 고려하면, 조금 더 승부를 걸어볼만 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나원큐는 이 경기 이후, 하루 휴식을 갖고 오후 2시 부산 원정에 나서야 했습니다. 그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원큐는 KB에게 패했지만 이틀 뒤, 부산 원정은 63-54로 이겼습니다. 결과적으로 하나원큐의 선택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지향하는 부분이 확실한 하나원큐로서는 KB와의 지난 경기에 큰 의미를 둘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 삼성생명과 1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1라운드에 66-67로 패했고, 2라운드에는 65-44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경기 내용면에서는 하나원큐가 모두 앞선 경기였습니다. 운영 미숙이 드러났지만, 첫 맞대결도 하나원큐가 10점 정도는 이겼어야 하는 경기입니다. 1라운드의 미숙함이 2-3라운드를 거치며 많이 나아졌기에, 하나원큐에게 희망의 요소는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난 두 번의 맞대결에서 삼성생명에는 배혜윤이 없었다는 점, 양인영이 배혜윤을 상대로는 많이 버거워한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부분입니다.
 
 

 
 
삼성생명과 BNK

삼성생명은 하나원큐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기존 전력 면에서는 분명 안정감과 여유가 있습니다. 하나원큐와 달리 두 번의 맞대결을 모두 패해도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에 바로 먹구름이 드리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특유의 기복이 문제입니다.

삼성생명이 KB를 잡았을 때 농담 삼아 “이제 2-3경기 잠수 탈 차례”라고 손대범 위원에게 말했는데, 바로 연패를 당했습니다. 지난 신한은행 전은 서술할 방법이 없을 만큼 처참했습니다.

삼성생명의 전력도 정상은 아니기에 플러스 알파의 영역이 분명 존재합니다. 배혜윤과 키아나 스미스가 여전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고, 윤예빈과 이해란이 부상으로 들락날락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베스트5’가 갖춰지면 상위권 팀들에게 근접할 수 있는 선수단입니다. 하지만 구상하는 ‘정상적인 베스트5’가 이번 시즌에 갖춰질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윤예빈은 무릎 수술을 3번이나 했습니다. 베테랑 배혜윤은 출전 경기 수 및 출전 시간, 그리고 지배력 저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에이징커브가 어색하지 않은 베테랑이기도 하지만, 허리와 무릎 등에 고질적인 부상이 있습니다. 키아나와 이주연도 큰 부상에서 복귀한 첫 시즌입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삼성생명은 정상적인 구성일 때도 최강 전력의 팀을 무너뜨렸다가 최하위 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롤러코스터 경기력이 반복됐습니다. 숙제가 되어버린 안정감을 이번 시즌 중에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실망스런 초반을 보낸 BNK는 김한별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BNK의 중심은 당연히 젊은 3인방이 잡아야 합니다. 안혜지-이소희-진안이 중심입니다. 하지만 진안이 비교적 꾸준한 것과 달리 이소희와 안혜지는 기복이 보입니다. 특히 이 셋은 분명 팀의 핵심 자원들이기는 하지만 김한별이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안정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고민입니다.

김한별은 여전히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자랑합니다. 리바운드는 물론 수비에서도 김한별의 존재감은 남다릅니다. 하나원큐에 김정은이 있다면 BNK에는 김한별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김한별은 클러치 타임에 해결사 역할까지 해줘야 합니다. BNK의 영건들은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도 승부처에서 책임감 있는 마무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줬던 것이 김한별입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김한별의 클러치능력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정적인 상황에서 감정조절을 못해 파울이나 퇴장으로 치명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초반 부상 등의 문제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도 같은 모습을 보였으니,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내년이면 38살이 되는 김한별이 마지막까지 피지컬을 앞세워 예년만큼의 위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BNK의 12월 경기 일정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지난 17일, 안방에서 신한은행을 만나 5연패를 끊었는데, 이후의 일정이 우리은행-KB-우리은행-KB입니다. 이미 앞의 두 경기는 패했습니다. 만약 남은 두 경기도 패해 4승 13패로 12월을 마친다면, 남은 후반기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신한은행의 반등가능성
 
개막 7연패 후 1승을 거뒀던 신한은행은 지난 삼성생명 전에서 6연패를 탈출했습니다. 1할대의 승률에도 불구하고 아직 플레이오프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신한은행을 시즌 전부터 최약체라고 생각했고, 그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으므로 이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일단 전력의 열세 외에도 지난 15경기에서 신한은행의 승리를 보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상대가 자멸하는 경기를 펼쳐야 합니다. 신한은행이 준비한 것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기대 이하의 졸전을 펼치는 것이 병행되어야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지난 삼성생명 전 승리도 신한은행의 좋았던 장면보다는 삼성생명의 실망스러웠던 장면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후반기로 갈수록, 팀들은 더 전략적으로 리그를 운영하게 됩니다. 선택과 집중은 더욱 명료해지고, 잡아야 하는 경기에는 더 집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반기를 거치며 이번 시즌 리그 최약체의 낙인이 찍힌 신한은행은 모든 팀의 사냥감입니다. 상당한 압박 속에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실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리그 평균 득점이 66.2점인데 신한은행은 평균 77.1점을 실점 중입니다. 15경기 중 70점 미만으로 상대 공격을 막은 경기가 3번뿐입니다. 단일리그 이후 한 시즌 최다 실점이며, 2006겨울리그 신세계(78.1점), 2007겨울리그 KB(77.0점)을 제외하면 이 정도의 실점을 기록한 팀은 없습니다. 물론 2003년 이전에는 평균 80점 이상의 실점을 기록한 팀도 나왔지만, 당시에는 리그 평균 득점이 70점대 중후반이었습니다.

 

신한은행의 승리 조건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 필수적인데, 수비가 이렇게 약하다는 것은 상대의 장점을 저지하는 능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자멸이 필요한 결과가 상반기에 나왔다고 봅니다.

기복있는 득점으로 변수를 만들기에는 믿을 수 있는 공격 옵션이 제한적이고, 수비에서는 허점이 너무 많습니다. 피지컬과 적극성이 장점인 선수들이 있지만 수비 구심점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수비에서 장점을 보이기보다는 중구난방으로 무너지거나 포지션을 놓치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의 전술 운용과 역량 또한 수비보다는 공격이 강점인 것으로 보입니다. 수비에서의 개선점을 빠르게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보이는 이유입니다.
 
구성된 선수의 면면만 놓고 보면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구나단 감독이 얼마 전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 “연봉이 15배 차이나는 언니들을 잘 막아야 한다”고 했지만,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샐러리캡 소진율 3위입니다. 100% 소진한 KB와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몸값이 가장 높은 팀입니다. 하지만 구성의 조합에서는 최약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6라운드에 순위 결정이 빨리 되지 않으면 5승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더 큰 게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창단 이후 유일하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첼시리 시절 삭제) 하나원큐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다른 한 자리를 삼성생명과 BNK가 놓고 싸우는 구도가 제일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은 해봅니다.
 

사진은 말 더럽게 안들으면서 삥까지 뜯는 이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