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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역대 최강의 대표팀, 일본보다 강할까?

 

제20회 AFC 아시안컵이 카타르에서 13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된다. 1956년 초대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까지 2연패를 한 후,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무려 23091일(63년 3개월 6일)만에 쾌거를 이룩하게 된다. 

대한민국, 역대 최강의 멤버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다. 가장 큰 이유는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를 받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단의 전력 때문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한일 월드컵보다 더 강한 선수 구성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당연히 지금 전력이 더 높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GK
김승규(알 샤밥) 송범근(쇼난 벨마레) 조현우(울산 HD)

DF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영권(울산 HD) 김주성(FC 서울) 김지수(브렌트포드) 김진수(전북 현대) 김태환(울산 HD) 박진섭(전북 현대) 설영우(울산 HD) 이기제(수원 삼성) 정승현(울산 HD)

MF
문선민(전북 현대) 박용우(알 아인) 손흥민(토트넘) 양현준(셀틱) 이강인(PSG) 이순민(광주 FC)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 황인범(즈베즈다) 황희찬(울버햄튼)

FW
오현규(셀틱)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조규성(미트윌란)

선수 면면을 볼 때, 역대 최고의 국제 경험과 기량을 갖춘 구성이라는 부분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곧 역대 최강 멤버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민재-이강인-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포지션별 중심(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을 미드필더로 발표했지만)이 확실하고, 유럽 무대에서 주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우리의 전력 여부를 떠나 늘 아시안컵 목표는 우승이었기에, 당연히 역대 최강 멤버를 언급하는 이번 대표팀의 목표는 우승일 수밖에 없다.

 


일본보다 낮은 우승 확률

하지만 해외의 시선은 국내의 기대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최고의 팀으로는 일본이 훨씬 더 많이 언급된다. 해외 배팅 사이트에서도 일본의 우승 확률이 28%로 가장 높았고, 우리나라는 16%로 2위였다. 우리도 최강의 전력이지만, 일본 역시 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GK
마에카와 다이야(비셀 고베) 노자와 타이시 브랜던(FC 도쿄) 스즈키 자이온(신트트라위던) 

DF
스카와라 유키나리(AZ 알크마르) 다나구치 쇼고(알 라얀) 이타쿠라 고(뮌헨글라트바흐) 마치다 코기(위니옹 SG) 마이쿠마 세이야(세레소 오사카) 나카야마 유타(허더스필드) 이토 히로키(슈트트가르트) 토미야스 다케히로(아스날) 와타나베 츠요시(헨트) 

MF 
모리타 히데마사(스포르팅 리스본) 엔도 와타루(리버풀)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미나미노 타쿠미(모나코)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나카무라 케이토(랭스) 이토 준야(랭스) 하타테 레오(셀틱)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사노 카이슈(가시마 엔틀러스)

FW
우에다 아야세(폐예노르드) 호소야 마오(가시와 레이솔) 아사노 타쿠마(보쿰) 마에다 다이젠(셀틱)

일본은 지난해 6월 이후 A매치에서 10연승을 달리고 있다. 엘살바도르를 6-0으로 이겼고, 페루와 독일, 터키와 캐나다를 연파하는 과정에서 모두 4골을 터뜨렸다. FIFA 랭킹에서도 17위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20위 안에 올라있는 팀이다. 역대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이기도 하다. 냉정히 볼 때, 객관적 전력에서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다. 우리에게는 손흥민, 김민재 등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있다. 중동 유력 매체인 <알 자지라>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 1-2위로 손흥민과 김민재를 꼽았다. 하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에이스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평균적인 전력이 기본적인 틀을 만든다. 이 싸움에서 일본이 우위에 있다. 또한 손흥민-김민재 급은 아니라도 일본 역시 유럽 리그에서 인정받는 높은 레벨의 선수들이 포지션마다 버티고 있다. 카마다 다이치(라치오) 타나카 아오(뒤셀도르프) 후루하시 쿄고(셀틱) 등이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음에도 일본의 라인업은 탄탄하다. 

아시안컵은 장기전이다. 조별 예선 3경기 이후, 토너먼트를 거쳐야 하며, 1달 동안 7경기를 치른다.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컨디션과 체력 조절 면에서 여유가 있는 대회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대표팀 선수들 전체의 능력이 상향 평준화 되어 있고,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일본이 더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영표 위원의 예측

 

이런 가운데 이영표 해설위원이 재미있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전력에서 우위에 있고 이번 대회 우승 가능성도 높다는 것. 우리 대표팀이 역대 최강의 전력임을 강조한 그는 

①일본이 유럽파는 많지만, K리그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이 그들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유럽에서 뛰면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좋은 선수라는 건 편견이다. 

②일본 대표는 역대 최강이 아니다. 나카타-나카무라-오노 신지-이나모토가 미드필더에 있을 때가 일본의 최전성기이며, 지금은 그 정도 느낌은 아니다. 

라는 이유를 들었다. 

맞대결을 펼쳐도 우리가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는데,

①강팀과 약팀이 경기를 하면 약팀이 강팀에 맞춰 전술적 대응을 해야 한다. 지금 한일전에서는 우리가 일관된 축구를 하고, 일본이 우리에 대응하는 전략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그런 대응 없이 원래의 전략대로 경기를 하면 우리가 충분히 이긴다.

② 찬스를 골로 연결할 수 있는가가 진짜 핵심. 우리의 이강인-황희찬-손흥민-조규성-황인범-이재성 조합은 아시아 최강이다. 우리가 일본보다 낫다.

라고 말했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낸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국가대표에 있는 K리거들이 일본 유럽파보다 실력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의견이다. 이번 대표팀의 K리거 11명 중, 김주성을 제외하면 나이를 떠나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현재 유럽 무대에서 관심을 받는 선수는 없다. 일본의 유럽파들보다 객관적인 평가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리 요즘에는 우리나라도 선수들의 해외 진출, 유럽리그 진출을 많이 지원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더 좋은 조건과 가능성을 보장하는 유럽리그로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유럽 진출 대신 K리그에서 더 많은 것을 이루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유럽 리그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K리그에 있는 것이다.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들이 선전을 펼쳤다. K리그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 하지만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인 팀은 포항 스틸러스가 유일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결국 16강에 진출하지 못했고 울산 HD는 K리그 챔피언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 속에 가까스로 16강에 올랐다. 가장 쉬운 조에 배정됐던 전북 현대도 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J리그 팀들이 K리그 팀들에게 고전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4팀이 모두 16강에 올랐고, 포항에게 밀린 우라와 레즈를 제외하면 3팀 모두 조 1위를 기록했다. 일본 리그가 여전히 우리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고, 일본의 유럽파들은 이 리그에서도 더 인정을 받아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어느 리그에서 뛰느냐를 떠나 국가대표에 선발됐다면 그 능력은 당연히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K리그 역시 발전 가능성이 높고, 여기서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재원들이 많다. 그리고 K리거 역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하지만 더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유럽 리그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선수들과 비교해서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

이영표 위원 스스로도 한일전에서 우리가 일본한테 이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아시아 최강 조합(이강인-황희찬-손흥민-조규성-황인범-이재성)을 언급했는데, 이 중 K리거는 한 명도 없다. 전부 유럽파다. 심지어 조규성과 황인범이 뛰고 있는 덴마크와 세르비아 리그는 종종 ‘유럽이지만 K리그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 리그에서 뛰는 조규성과 황인범은 분명 K리그에서 뛸 실력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다. 아시아보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한 스텝은 더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맞다.

 



그는 또한, 현재 일본의 국가대표가 역대 최강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역대 최강인데, 그들은 역대 최강이 아니므로 우리가 낫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몇 년 전, 역대 최강 전력이던 베트남이 지금보다 못했던 우리나라보다 축구를 잘한 것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축구 수준 차이가 한일간의 격차와 비교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전력 면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앞선 것은 꽤 오래된 사실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FIFA 랭킹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앞섰던 적이 얼마나 될까? 실력과 저변,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일본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일본이 역대 최강이든 아니든,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냉정히 보면 지금의 일본 국가대표가 이영표 위원이 지적했던 시절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도 야박하다. 그 시절의 일본 미드필드 라인이 화려한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공격과 수비에는 확실한 중심이 없었다. 일본 기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비난을 받던 이동국을 두고, “그가 일본 선수였다면 일본은 한국에게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당시 일본 대표팀이었다. 이동국과 같은 스트라이커가 한 명만 있다면 일본의 강력한 미드필드 진을 고려할 때, 한일전에서 결코 질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언젠가부터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미드필드 라인을 갖췄다. 항상 중원에 돋보이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최전방에서의 결정력은 늘 부족했다. 숱한 브라질 유학의 성과로 얻어낸 일본을 대표하는 골잡이는 미우라 카즈요시가 유일했다. 그 외의 일본 공격수들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한국은 스트라이커가 태어나는 나라지만, 일본은 만들어야 하는 나라”라는 자조가 일본에서 나온 이유기도 하다.

 

이영표 위원은 한일전 전망을 하며 “찬스를 골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진짜 핵심”이라고 했다. 그 능력이 가장 부족했던 것이 이 위원이 최전성기로 꼽은 시절의 일본이다. 반면 지금은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전 포지션에 안정감을 갖춰가고 있다.

토미야스와 이타쿠라 고는 후방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수비수들이다. 김민재 급이라고 볼 수 없지만, 카마다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다른 선수들의 면면이 김민재를 제외한 우리나라 수비라인보다 특별히 부실해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엔도, 쿠보, 미토마, 미나미노, 이토 준야, 도안 리츠 등이 버티는 미드필드에 비해 아사노, 우에다, 마에다 등이 나서는 공격진의 무게감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미드필드의 미토마나 이토 준야는 손흥민처럼 미드필더로 분류되지만, 마무리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손흥민과 같은 레벨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일본 대표팀이 10연승을 달리는 과정에서 튀니지 전(2득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4골 이상을 넣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과거처럼 결정력이 부족한 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위원이 언급한 최전성기보다 지금의 일본 대표팀이 전체적인 안정감에서는 더 앞설지도 모른다. 

 



이 위원이 회상한 나카타-나카무라-오노 신지-이나모토 라인에서 특히 인상을 남긴 두 선수는 나카타 히데토시와 나카무라 슌스케다. 한 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카타가 2002년 무렵 전성기를 누리고 2006년 31살의 젊은 나이에 은퇴한 반면, 나카무라는 2005년 이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두 선수의 최상의 시너지는 간발의 차로 빗겨갔다. 1979년생인 오노 신지는 U대표 시절 동년배였던 우리나라의 이동국-김은중 세대와 함께 주목받았지만, A대표팀에서는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오노와 동갑인 이나모토 준이치도 1997년 J리그에 당시로서 역대 최연소 데뷔를 하며 주목받았지만, 오노와 마찬가지로 U대표에서의 활약이 더 빛났다. 20대 중반 이후로 향하면서는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2 월드컵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일본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아스날에 임대되어 단 1경기도 뛰지 못했고, 풀럼으로 임대된 후 해트트릭도 기록했지만 큰 부상을 당하면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 네 명의 선수들은 나이는 비슷하지만 확실한 기량을 보여준 시점은 조금씩 엇갈린다. 특히 국가대표에서의 활약은 더욱 그렇다. 그저 이영표 위원이 현역시절 상대했던 일본 국가대표팀의 주요 선수를 언급한 게 아닌가 싶다.

맞대결 우위도 그렇다. 

 

한일전에서 우리보다 일본이 전술적 변화를 가져갈 가능성은 분명하다. 이번 아시안컵에 나서는 다른 팀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포지션별로 핵심이 되는 선수가 확실하게 존재한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일단 손흥민을 지우는 게 중요하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어느 팀을 만나든, 일본이 손흥민만큼 신경 써야 할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는 변화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맞춤 전술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으로 맞지만, 이 경우는 그것보다는 상대의 강점이 너무 두드러지는 한 점에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상대적인 부분을 함께 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화려한 공격 라인업이 일본의 수비 조직력을 공략해 기회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의 수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민재 혼자 다 막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웨일스와의 0-0 무승부 이후 7경기에서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놀라운 건, 매 경기 수비 지역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음에도 상대가 득점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 수비가 마냥 좋았다기보다 상대의 마무리가 기대 이하였던 경우가 빈번했다. 연속 무실점 경기를 펼치고 있음에도 수비 조직력과 안정감이 꾸준히 지적되는 이유다.

 

게다가 우리 대표팀은 측면 수비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A대표팀 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 그리고 K리그 각 구단들 모두 공통적으로 사이드 백이 약하다. 김진수, 김태환, 이기제, 설영우가 이 자리에 나서는데, 미토마, 이토 준야, 도안 리츠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기는 힘들다. 측면에서의 약점을 상쇄 할만큼 수비 조직력이 올라와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비 조직력보다는 일본의 공격 조직력이 우위다.

결국 이영표 위원이 언급한 우리의 강점은 사실상 기대일 뿐,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승은 힘들다?

그렇다면 아시안컵 우승은 어려울까? 그렇다. 어렵다. 쉽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본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확실히 자부하며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단언하던 시절에도 우승하지 못했던 아시안컵이다. 월드컵 16강 진출보다 더 어려운 게 아시안컵 우승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 토너먼트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던 기억이 63년 동안 없다. 전력 면에서도 참가팀 중 최강은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상대적 변수도 적다. 중동의 맹주 이란은 물론, 카타르에서 열리는 만큼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도 반전을 노릴 것이고, 아시아 스포츠의 생태교란종 호주도 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이들의 객관적인 전력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과거에는 이란과 호주가 우리보다 나은 전력이라고 평가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우리보다 강팀은 없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예년보다 변수에 의한 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쉽지 않지만, 가능성 자체는 이전보다 높다는 것이다.

현재의 조편성을 볼 때, 가장 정상적인 결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결승에서 만나 자웅을 가리는 것이다. 객관적 전력을 기준으로 할 때다. 하지만 그 그림조차도 가능성의 일부일 뿐이다.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팀이 항상 우승 하는 것도 아니다.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을 자부했던 브라질은 독일에게 ‘미네이랑의 비극’을 겪었고, 지난 월드컵에서는 프랑스가 온 우주의 기운을 몰아간 리오넬 메시 스토리의 희생양이 됐다. 2007년 아시안컵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라크가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잡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UAE 대회 때도 복병이라 여겼던 카타르가 우리나라와 일본을 잡고 우승했다. 전력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팀들이 늘 이기는 것은 아니다.

우승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전보다 가능성은 높다. 일본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모자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늘 한일전에서 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60년 넘게 이루지 못한 우승에 대한 염원과 간절함은 우리가 더 클 것이다.

 

어린 시절 아시안컵을 TV로 시청하면서 우리가 패할 때마다 ‘뭐... 다음 대회에서는 우승하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우리가 아시아 최강이기에 단지 그 경기를 졌을 뿐, 다음 대회에서는 우승할 거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다. 어린 마음에 흘려 생각했던 것처럼 아시아 정상은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김진수와 황희찬의 부상 소식이 들린다. 한 달 동안의 대회를 치르며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분명 험난하고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번만큼은 내용과 과정을 떠나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