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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gIbber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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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좋아했던 소년은 그 겨울, 밤바다로 걸어 나갔다. 수영을 할 줄 몰랐지만 무릎까지 찰랑거리는 바다의 높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 바다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 위로 올라갔다. 불편하고 불안정했지만 그 또한 개의치 않았다. 바위에 누워 바라보는 어두운 하늘의 별빛이 마냥 좋았다. 무수히 수놓아진 별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싹한 한기가 등을 적셨다. 한참 별에 팔렸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위 주변 사방으로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고요했던 바다가 차오르고 돌아갈 길조차 끊어버리는 것을 차마 알지 못했다.
  
별은 겨울 하늘에서 더 아름답다고, 바다에서 보는 별빛의 무리는 결코 잊지 못할 거라고 말해줬던 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 사실을 말했다. 언제든 돌아올 길을 비추겠다던 등대지기는 약속을 잊고 잠들었는지 깜깜한 밤바다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지만, 그 역시도 맹신의 잘못일 뿐이다.

이질감이 느껴졌던 바위는 더욱 불편해졌다. 무릎까지 닿던 야트막한 바닷물이 바위 위 발목까지 차오르고, 이제는 조금씩 파도의 밀림도 느껴진다. 서 있기도 앉아 있기도 버겁다. 돌아갈 곳도, 아니면 몸을 누일 곳도 찾지 못하는 소년에게 이제는 멀리서 집채만 한 높이의 파도가 성난 기세를 자랑하며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이제, 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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